생태적인 집짓기와 정원 가꾸기로 누리는 행복찾기 | ||||||||||||||||||||||||||||||
오래전부터 전원생활을 넘어 생태공동체운동과 귀농운동을 화두삼고 나만의 정체성을 찾아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몸짓으로 최소한의 포도밭 공간을 할애 받아 당장의 몸과 마음은 고달플 수 있지만 창조적인 생각을 밀어붙여 재활용품으로
집을 짓고 생태적인 정원을 가꾸게 되었다.
1995년 서울에서 경기도 고양으로, 1996년 고양에서 파주로, 1997년 파주에서 포천으로, 또다시 2000년 포천에서 남양주로 거듭됐던 삶의 여정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전원생활에서 귀농생활과 생태공동체마을"로의 실천적 패러다임을 살았던 기간으로 '하루를 살아도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야 되겠다'는 신념이 일구어낸 참 살이의 길이였다. 그러니까 머리만으로 이곳에서 사는 즐거움을 상상해 왔던 환상을 깨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게 된 것은 전원에서의 실습생활 10년 만의 일이었다. 일일이 다리품을 팔아 마련한 재활용품들로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철마산자락 아래 아내를 위한 실험 집을 짓게 된 것은 1999년부터의 일이다. 재활용품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찌그러진 깡통이나 페트병, 폐타이어 같은 게 아니다. 한옥이나 모델하우스 등을 철거할 때 나오는 건축자재들이다. 우선 집의 골격을 위해 목조컨테이너를 미군부대가 많은 오산에서 옮겨와 활용하고, 문짝이나 창호, 타일, 목재, 싱크대, 수도꼭지와 이런 저런 소품들은 양평에서 가져다 썼다. 물론 중고자재라 해서 공짜로 가져올 순 없었다. 고재상 아저씨와 아주머니께 최대한 인간적인 친분을 쌓고, 저렴하게 구입한 것이다. 이렇게 도시문명을 뒤로 하고 천천히 산골짜기로 넘어가려는 징검다리 지점에서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집을 좀 특별하게 지어볼 요량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갖던 터에 생태적인 집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건축물이 흙과 나무, 돌 등의 자연적인 소재로만 지어졌다고 해서 생태성과 공동체성 그리고 영성을 담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가장 값싸고 단순한 집을 화두로 삼아 재활용품이라는 집을 짓게 되었다. 우선 포도원의 언덕과 계곡을 살려 생태성을 그대로 유지하여 집을 지으려고 하였으나 설계단계부터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커저 일반적인 준비작업으로 도랑가를 중심으로 자연석축을 쌓아 흙을 채우고, 터를 닦아 기초를 다졌다. 많은 어려움을 이기고 오산과 남양주를 오가며 십칠 미터짜리 대형 목조컨테이너를 포도밭 한쪽 귀퉁이로 옮겨와 두쪽으로 나누고 한쪽에는 안방과 사랑방, 아이들 방 둘과 화장실을 만들었다. 다른 한쪽에는 아내의 작업실과 코뮤니티를 아우르는 강의실겸 영화감상실, 책방과 다용도실, 화장실 공간을 두었고, 컨테이너를 마름모꼴로 넓게 벌려 생긴공간에는 부엌과 거실 그리고 작은 복도와 실내정원을 조성했다.
공간마다 자연스럽게 방들을 배치했고, 자투리 부분은 재미있고 특색있게 꾸며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재활용 집은 살림집의 역할과 지역중심의 코뮤니티 공간으로서 생태문화를 아우르기 위한 사랑방이다. 온 가족이 자연을 찾아 갖가지 공부도 하고 때로는 자연을 닯아 가려는 실용적인 일들을 위한 공간으로 채웠다. 그동안 주변에서 버려진 소품들을 모으고, 산을 파헤치려 하는 곳에 살던 꽃과 나무들을 옮겨와 다양한 식물들이 어울리는 생태정원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공사가 제법 커져 주택 50평, 창고 10평, 생태정원 20평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컨테이너를 잇대어 집을 짓는다는 것이 애시당초 무슨 설계도면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었던 터라, 문짝을 구해 오면 그 문짝에 맞추어 문을 내고, 창문을 뚫으면 그 구멍에 맞는 창틀을 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재활용 행위는 전화로 신청하면 즉시 배달되는 인스턴트 물건이 아닌, 직접 발품을 팔며 일일이 돌아다녀야 하는 조금은 불편함의 문화다. 무주의 어느 고등학교 공사현장에서 짓다 남은 석고보드와 타일, 대기업회장 별장에서 뜯어온 한옥의 미닫이 문짝으로 공간과 공간을 막아주는 독립된 공간과 통로의 역할을 동시에 했다. 모델하우스에서 구해온 고급스런 문짝과 창문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사용되었기에 휼룡한 소재가 됐다. 재활용 집에서는 같은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천장과 창문, 그리고 출입문들이 방마다 다르다. 또한 전통문화를 생활화하자는 마음에서 오지항아리와 나무다듬이, 장고같은 전통소품을 모아 한쪽을 장식했는가 하면 서구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장작난로가 그 옆에 자리하도록 했다. 이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우리전통과 현대의 멋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독특한 연출이다. 아이들을 위해 다락방도 만들었는데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은 가끔씩만 사용되는 공간이기에 걸림이 없는 접이식으로 만들어 마치 비밀통로처럼 꾸몄다. 어색함이 없고, 불필요한 구석이 없게끔 구석구석 신경을 쓰면서 최대한 노력한 끝에 재활용 생태주택은 2001년 봄에 드디어 완성되었다. 그 후 3년에 걸쳐 마당을 가꾸고, 주변의 돌과 버려지는 보도블럭을 재활용하여 오솔길 입구와 주차장 만들기, 버려진 뻐꾸기시계를 이용한 우체통 만들기, 세면대와 옛 굴뚝을 이용한 화분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특별히 신경을 쏟은 곳은 살아있는 생명들이 제각각 창조의 섭리대로 감동을 자아내는 정원이었다. 별다른 인테리어 없이도 충분한 멋스러움을 자아내는 마당에는 각종 나무들과 들꽃들을 심고 가꾸어 채움의 정원을 구성하고는 가족의 삶을 자연에 이치에 따라 살도록 구성했다. 또한 하루하루 각자에게 주어진 느낌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TV를 없앴다. 좋은 방송과 영화는 선정하여 인테넷이나 프로젝트로 온 가족이 함께 감상했던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방안이 온통 골짜기 문화를 아우르는 각종 자료들로 넘쳤다. 틈만나면 봉화나 영양, 영덕 등의 오지마을로 달려가 산속농부들과 밤을 새우거나, 주변의 숲에 들어가 마음을 치유한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생태정원이란 무조건적인 강요와 주입에 의하여 길들여진 자본이 결합되고 획일화된 조경이 아닌, 생긴모습 그대로의 조건을 만들어 주고 적당히 방치하는 느림보 행위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마당을 찬찬히 관찰하고 주변의 들판과 앞산 뒷산을 산책하고 조사하여 인근의 심겨진 풀과 나무가 무엇인지 살피고, 돌멩이 하나라도 애정으로 바라본다면 벌써 정원을 꾸밀 준비는 마친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세한 느낌이 중요하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가두는 작은 연못도 생각하여 만들고, 나무로 만든 다리도 놓아 작은 숲속의 동산을 세웠다.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매발톱꽃, 당귀, 천궁, 곰취, 취나물, 참나물, 두메부추, 왕원추리, 긴산꼬리풀, 짚신풀, 계수나무, 때죽, 국화, 상사화, 앉은부채, 하늘말나리, 동자꽃, 섬초롱, 벌개미취, 인진쑥, 앵초, 노루귀, 용담, 서어나무, 계수나무, 자귀나무, 복자귀나무, 단풍나무, 배나무 등 언뜻 떠오르는 것들만 주워담아도 끝이 없다. 비가 내리는 날의 정원은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빗방울이 바닥으로 툭! 툭! 떨어져 흙과 돌들, 그리고 깨진 기왓장 등에 잠시 부딪쳤다가는 각자의 못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는 생태정원의 담수기능으로 비의 머무룸 시간을 오래도록하여 빗물이 나무와 식물에게 충분히 전달되도록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연못에 모아졌던 빗물은 도랑을 따라 일렬로 서서 마당주위를 휘휘 돌아 나간다. 비가 그치면 빗물 한방울 한방울의 모양새는 일정한 간격을 가지며, 정원의 다양한 식물들과 어울려 정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나뭇잎에 맺힌 옥같은 물방울을 보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분좋은 일이다. 더욱이 빗물은 지붕을 거쳐 처마 끝으로 리드미컬하게 떨어져 내리는데 홈통을 설치하지 않아 빗소리는 오케스트라처럼 우렁차다. 이런 단순한 정원의 풍경은 궂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문화이다.
이렇게 생태정원에 정성을 들인 이유는 정원은 집과 외부세계를 잇는 통로이면서 마음을 정화하는 곳으로서 밖에서 화나는 일이 있을 때, 그 화를 그대로 지닌 채 바로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정원을 지나면서 치유하고 털어버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집을 나설 때도 마찬가지로 대문을 나와 정원을 지나면서 가정생활의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몸으로 직접 살지 않는 공간은 죽은 공간이다. 그 동안 내 집과 뜰을 아름답게 가꿀 생각은 않고, 남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공원이나 식물원, 멋진 카페나 허브정원 등의 풍경에 빠져 살았던 생활을 반성하면서 느낌없는 삶, 겉치레뿐인 죽어있는 공간과 그의 문화로부터 벗어나고자 폐자재를 재활용하여 값싼 집을 짓고, 자연의 순리를 온전하게 느끼고자 했던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섭리에 민감해지고자 자원의 재활용을 통한 집을 짓고 햇빛과 바람, 흙과 물, 동물과 식물의 순환까지도 고려한 살아있는 정원을 계획했다. 이는 내일을 위해 살도록 강요하는 자본주의식 삶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이 아니라 내일의 축적을 위해 부정이 용납되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감내하는 그것은 허상이다. 우리 모두는 오늘을 위해 살고 오늘 먹을 것은 오늘 다 먹어야 한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기쁨을 누려야 한다. 현재의 문명은 앉으나 서나 온통 사람의 에너지를 소득과 소비에만 집중하여 건강한 삶과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서 밝혔듯이 도시에서도 자원의 재순환을 고려한 주거환경의 문화가 실천되어야 한다. 삭막한 고층 아파트 베란다와 옥상에는 각종 미생물과 들꽃, 수목을 이용하여 생태정원을 만들고, 아파트단지나 도심속 짜투리 공간마다에는 비싼 원예수종보다는 값싸고 경제적인 들감자나 벌개미취 등의 발향초(토종허브)를 연구개발하여 도심에 버려진 공간을 이용한 땅 한평 가꾸기운동을 제안한다. 이는 농업과 먹거리의 위기로부터 나와 가족을 지키는 길이며, 자짓 종자의 전쟁으로 치다룰 수 있는 산업문화를 지연시키는 길이며, 공기의 오염과 환경파괴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미래를 희망으로 만드는 길이다. 또한 농촌과 농업을 사고파는 경제적인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한 단계 위인 예술적인 농업으로의 인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며, 도시에서의 텃밭과 정원가꾸기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식물은 생존을 위한 산소를 공급함과 동시에 유해물질들을 흡수하고 정신적 심미적 안정과 병의 예방과 치료적인 효과도 있다. 동식물은 인간의 공동체생활에 있어서 첫째, 사람들이 공동체의 자부심을 갖는 물리적 조건들을 제공하거나 공동체 내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높인다. 둘째, 다양한 이웃과의 관계를 증진시키고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신체적으로 보다 안락한 주거환경이나 작업환경을 제공한다. 공동체의 일원은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정원을 가꾸거나 텃밭을 일구는 자극이 필요하며 자발적인 자작활동으로부터 사회공동체의 의식과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확대를 계획적으로 이루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늘과 땅의 이치대로 살아가려는 우리들은 감수성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주거문화로의 삶의 방식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생명체를 전체로 아우르는 공동체개념을 최대한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쉬운 것부터 단순한 것부터 나부터 땅 한평 가꾸기를 시작하자. 그렇게 되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던 삐뚤어졌던 우리역사와 전통문화가 소중한 유산으로 인식될 것이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도시와 농촌이 상호협력하여 온전한 마음으로 농업을 대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자연을 닮을 사람들이 바라는 관계가 회복되어 생태적인 공동체마을은 물론 즐겁고 행복한 사회가 이루어 질 것이다. | ||||||||||||||||||||||||||||||
류기석 기자 [2006-05-15 15:58:04] |
출처 : 생태적인 집짓기와 정원 가꾸기
글쓴이 : 알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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