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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드라마

경계선

세나답게 승우스럽게 변해가기

[드라마홀릭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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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는 필요한 경계선이 있다. 이 경계선은 나를 지키는 것이고 남의 영역에 함부로 침범하지 않기 위한 심리적인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사회적인 거리를 말할 때 많이 사용하지만 적절한 대인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나의 경계선 지키기는 아주 중요하다.
특히 친구, 연인, 부부 관계와 같은 친밀감 형성을 전제로 한 관계에 있어서는 더 중요해 진다. 서로의 경계선이 상대에 따라 깎이고 다듬어져 서로에게 맞추어 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친밀해 진다는 것은 두 개의 탄력적이고 유연한 원이 만나서 서로 깎고 다음어져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비유하면 어떨까? 물론 이 원들이 가장자리가 너무 강하거나 물러버리면 톱니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드라마 웨딩에서 승우와 세나의 톱니바퀴 만들기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나는 괜찮은데요” - 세나의 경계선 허물기


처음부터 심리적으로 가장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세나였다. “나는 괜찮은데요"라는 한 마디로 세나는 스스로의 경계선을 허물고 승우와 맞춰갈 것이란 선언을 한 것이다.
용감하고 사랑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역시 좀 빨랐다. 승우는 “이런 나라도 괜찮은가요?”로 답을 해 왔기 때문이다. 나는 내 경계선을 지키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다가와도 되요. 정도의 결심이 아니었을까 한다. 승우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다.
승우를 보자. 승우의 경계선은 세나에 비하면 덜 유연하고 탄력적인 것 같다. 승우 어머니 숙희의 말처럼 ‘고지식하고 고집 센’ 승우이니 말이다. 그래서 승우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경계선을 허무는 시간도 다시 깎고 다듬는 시간도 세나보다 훨씬 더 많이 오래 필요했던 것이다.
다시 세나의 실수로 돌아가 보자. 나의 경계선을 너무 쉽게 허문다는 것은 상대에게 너무 빨리 다가가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상대는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세나는 그걸 보지 못하고 스스로의 경계선을 깎고 다듬는 과정으로 곧장 넘어가 버렸다. “내가 다 맞추기로 하고 한 결혼이니까....”라고 하면서.
다행히 세나가 실수를 깨닫는 데는, 이렇게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물론 많이 울어야 했었지만 그래도 세나가 “나 옛날의 나로 돌아간다”라고 했을 때 내심 기뻤었다. 물론 속으로 ‘그렇게는 안되지...’ 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세나의 경계선은 이미 승우에게 맞춰서 어느 정도 깍여버린 상태라 옛날 세나가 가졌던 원의 형태로 돌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일테니까.
어쨌든 세나의 많은 눈물과 고민을 통해서 스스로의 경계선을 새로 정립했다. 세나다운 모습으로 승우에게 익숙해진 모양으로. 그래서 승우를 잡으로 공항으로 달려간 세나는 “나는 괜찮은데요” 때와 꼭 같은 세나다운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고, 육교위에서 승우를 다시 만났을때는 잘 다듬어진 톱니의 모습으로 승우에게 안길 수 있었다.
이렇게 세나답게 변해가기!

“너 내꺼라구” - 승우의 경계선 쌓기


앞 서 승우의 경계선이 세나보다 덜 탄력적이란 얘기를 했었다. 경계선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심리적 거리두기에 익숙하다는 의미가 된다.
숙희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윤수에게 그녀는 선생님이였지 엄마가 아니었고, 세나에게도 정확히 시어머니의 자리를 지켜주었다. 아들인 승우에게도 독립적일 수 있도록 적절한 거리를 두는 배려를 보여주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명한 태도지만 약간은 아쉬운 점이 있다. 이것은 마지막에 다시 생각해 보자.)
어쨌든 승우의 거리두기는 어머니의 아들로서 가장 승우스러운 것이었다. 그런 승우가 친밀감을 위해서는 경계선을 허물고 다시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승우 역시 건강한 사람이었기에 경계선 허물기와 다시 쌓기를 배우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너 내꺼라구” 한 마디로 승우가 나의 경계선이 세나의 경계선과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가 되어야 함을 이미 인정했음을 볼 수 있다. 승우의 영역의 일부가 세나로 채워진다는 뜻이 아닐까? 승우가 마지막에 그러지 않던가!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하는 사람, 이세나”라고. 그의 톱니는 잘 깎이고 있다.
이렇게 승우스럽게 변해가기.

*** 이미 여러 사람이 지적했듯이 마지막으로 갈 수록 승우와 세나의 옷차림이 재미있어진다. 상대에게 맞추면서도 내 것을 잃지 않는. 내 스타일이자 상대를 위한 배려. 그들의 톱니바퀴는 완성되어 가나보다.

“혼자인 게 홀가분하다” - 윤수의 경계선 익히기

윤수의 경계선은 독특하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겐 승우처럼 거리두기로 일관하지만 (물론 승우의 거리두기와 윤수의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승우에게 있어서만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다. 그래서 윤수의 경계선은 모두에게 혼란이었던 게 아닐까?
어쩜 승우가 윤수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은, 고백하지 못했던 것은 윤수의 그 경계 없음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수도 있겠다. 경계가 없다는 것은 나의 경계가 삼켜지는 것이고 내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성숙한 사람들은 절대 선택하지 않는 일 중 하나다.
윤수의 배려가 내내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이라고 보여진 것도 아마 흐린 경계선에 대한 나의 불안이 아니었을까 한다. 윤수는 자기가 배려한 영역이 아닌 것을 가족이라는 이름이로 배려하려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것은 명백한 영역 침해였고 결국 세나에게 “나쁜 사람, 싫은 사람”이란 얘기를 들어야 했다. 참~~ 다행스럽게도 윤수가 마지막에 그걸 깨달아 준다. 그리고 말한다.
"혼자인 게 홀가분하다”고.
이제 그녀는 스스로를 지키는 경계선이 필요함을 깨달은 것이다. 경계선 지키기를 익힌 후에야 윤수도 거리두기에서 벗어나, 친밀감 형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진희에게 손 내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스스로의 경계선을 누군가의 경계선에 맞물리게 다져갈 힘이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와의 윤수와는 다르게 변해가기.

“엄마 시켜” - 핑크대마왕님의 경계선 강의


17회에선 세나의 아버지 정일은 딸을 이렇게 야단친다.
“너희들 문제가 얼마나 대단하고 중요한지 아빠는 모르겠어. 우리딸 당연히 이쁘게 마음을 다해서 한서방 사랑했겠지... 노력했는데 뭐가 잘 안 맞았겠지. 그렇지만 지금 한서방을 니가 이렇게 버려 두는 거 아빠 정말 실망이다.”
분명 딸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절대 부부 문제에 관여하려 하거나 간섭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정확한 경계선을 지켜주는 것이다. 부부의 문제는 부모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고 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아버지의 몫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숙희의 부부관과 일맥상통한다.
“부부란 부모를 떠난 두 사람이 한 편이 되고, 한 몸이 되는 것!”
과거를 떠난다는 것은 그 동안 내가 맺어온 경계선들을 새로이 긋고 배우자와 함께 새로운 경계선을 형성해 가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이렇듯 경계선 허물기와 쌓기는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이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것 중 하나다. (꼭 부모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경계선 만들기의 역할 모델은 부모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숙희에게 아쉬웠던 점이 이것이었다. 숙희는 아들에게 경계선의 유연함 보다는 영역 지키기를 더 강조하며 양육했던 것이 아닌가 해서이다. 윤수는 경계선 쌓기를 배울 기회가 없었거나 어린 시절 승우의 미숙한 경계선을 모델로 형성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각설하고, 정일이 딸과 사위에게 해 준 명대사 “엄마 시켜”에서 나는 한 번 더 고마움을 느낀다. ‘모든 것은 너희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요청해라’란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부모의 자식 떠나보내기는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부모와 맺어 온 톱니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계선을 배우자와 만들도록 놓아주는 것, 그리고 새로 만든 톱니가 잘 맞물려 돌아가도록 가끔 기름칠을 해 주는 것.
부모의 부모다움으로 자녀들의 그들다운 변화를 지켜주기.

나가기

사람들은 말한다. 드라마 웨딩을 통해서, 세나와 승우라는 캐릭터들의 성숙을 지켜보는 것을 통해서 나 스스로를, 나의 결혼관을, 나의 결혼 생활을 돌아 볼 기회가 됐다고.
나는 그것이 드라마가 가진 힘이라고 믿는다. 시청자들에게 “통찰력 주기”
그래서 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통찰력을 줄 수 있는 드라마로 ‘웨딩’을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히 웨딩마취님들을 대신하여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감히 오수연 작가님께 ‘계속 좋은 드라마 써 주시기’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조금^^ 안겨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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