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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드라마

[스크랩] <상상소설>왕(王)의 여자(46) 천하무적 임금님

 

우리 왕비님의 멋진 활약을 기대하셨을 분들 많으실 텐데요..

제목에서도 감 잡으셨듯 이번 편은 임금님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앞으로 벌어질 마지막 전쟁에서는 신이의 카리스마를 폭발시켜 보려구요..

저도 우리 신이가 가진 힘의 끝이 어딘지.. 맘껏 상상해 볼 생각이에요.

그렇다고 우리 왕비님이 놀고 계실 건 아니구요.. 적절한 타이밍에 훌륭한 내조를 펼칠 예정입니다.

 

어찌됐든 간만에 스토리에 탄력 받아서 마구마구 달리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엔 생각보다 글이 술술술 풀리지가 않았어요.

상상은 끊임없이 앞으로 치고 달려오는데, 글발이 안 사네요..

그래서 비축분은 못 만들었어요. 그래서 담편은.. 좀 기다리셔야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전처럼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않을 테니.. 기린목 되진 마세요. ^^

 

 

오늘은 넘겨야 할 원고가 있어서 썰을 길게 쓰진 못할 것 같습니다.

주말에 비가 와서 많이 추워질 줄 알았는데 날이 아주 많이 춥진 않네요.

추위와 더위에 많이 약한 나로선.. 한겨울이 두렵기만 합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구요.. 이번 한 주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보내세요~

 

 

 

**액션씬은 화려하게 가진 못했으나, 잦은 장면 전환을 통해 긴장감을 넣고자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하는 것이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이니, 신이가 채경이 구하는 장면.. 잘 상상해 보세요~

(글로 묘사 못한 걸 여러분의 상상력에 기대는 못난 작가입니다.. --;; 그래도 상상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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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천하무적 임금님

 

 

 

 

 

 

#1. 정화산 천막 안

 

 

 

왕비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졌다. 다들 알다시피 독도 통하지 않고, 치유력 또한 뛰어나다.

해서, 심장에 직접 칼을 쑤셔 박거나 목을 그어 버리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그러니 근접해서 공격해야 한다.

치명상을 입을 수 있도록 반드시 근접해서 처단하라. 그리고 공력이 뛰어나다 하니, 협동해 힘을 모으거라.

공중으로 날아 도망갈 수 없도록 갇힌 공간에서 공격 기회를 잡아라. 끝으로.. 기회가 오면 절대 머뭇거리지 마라.

날쌘 사람이니 놓쳐선 안 된다. 그리고.. 일이 잘못돼 체포될 시엔, 즉시 자결하라. 절대 잡혀선 안 된다.”

 

 

사냥터 주변에서 왕비를 감시하던 복면의 과한들은 왕비가 혼자가 될 기회를 노리며 이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오늘의 출격을 앞두고 신신당부하던 대장님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죽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반드시 살아 돌아가겠다 다짐하며 임금이 눈치채기 전에 왕비가 빨리 그들이 기다리는 순간을 만들어 주길 바랬다.

 

 

그렇게 입안이 바싹바싹 타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가고, 술에 취한 왕비가 천막으로 움직이는 게 포착되었다.

셋 모두 이번이 기회라는 걸 직감했다. 동시에 셋의 고개가 끄덕거려졌고, 망설임 없이 천막 안으로 숨어들었다.

천막 바깥으로는 경비병이 그리 많지 않았다. 왕과 왕비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 지키는 수가 적었다.

그래서 천막 안으로 숨어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천막 안으로 들어오니 장소가 맘에 들었다.

이곳이라면 왕비가 날아서 도망갈 수도 없고, 공간도 협소해 공격이 실패할 가능성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사람은 왕비가 두꺼운 휘장을 걷고 천막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잔뜩 긴장한 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왕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미치광이 왕과 혼인한 이상한 왕비..

좌상의 여식이라고 하기에는 특이한 이력을 너무도 많이 소지하고 있는 여인..

해루국 공주에 의해 죽었어야 했는데, 여태껏 생생하게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는 철인..

우리 왕만큼이나 독특한 왕비….., 우리가 끝장내게 될 것이다. 바로 우리가..!

 

 

 

괴한들: (기합을 불어넣고 채경이 완전히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을 기다린다.)

 

채경: (낯선 기()를 감지하고 고개를 드는데..) !!!!!!!!!!!

 

괴한1: (채경의 측면에 자리 잡은 채, 칼자루를 단단히 잡는다.)

 

괴한2: (채경의 맞은편에서 표창을 손에 쥐고 날릴 채비를 한다.)

 

괴한3: (천막 천장에서 석궁을 들고 채경을 겨냥한다.)

 

 

 

 

 

 

#2. 정토산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

 

불길한 소리일 수도 있으나.. 무언가가 어그러지고 있습니다. 해서..”

 

? 예감이 좋지 않느냐?”

 

“..”

 

이 일을 도모하게 된 순간부터 난 뒤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 외에 다른 선택은 할 수가 없었지..

하지만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 잃은 게 없는 사람이니까..”

 

“(남자 보는)”

 

이 일을 도모하다가 나자빠져도 크게 아까울 게 없는 삶이다..

그래서 주저 없이 앞으로, 앞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허나, 우리 임금은 아니야.. 잃을 게 너무도 많지.. 그래서 내가 더 유리하다..”

 

“..”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한다 해도 해가 될 게 많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저들의 관심을 왕비에게 집중시킬 수 있을 테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어차피 왕비가 죽어 주면 더 바랄 게 없지만, 그게 최종 목적은 아니니 상관 없지 않느냐..?”

 

“..”

 

그런데 그건 좀 아쉽구나.. 왕비가 위험에 처했을 때 미쳐 버릴 왕의 표정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게..

하지만 이번에도 왕이 우리가 예상한 대로 반응한다면, 놈의 약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니,

그걸로 위안 삼을 수 있겠지.. (말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헌데, 애들한테 교육은 확실히 시켰겠지?”

 

.. 잡힐 바엔 죽으라 했습니다.”

 

왕비에게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잘 지시했겠지?”

 

염려 마십시오. 그동안의 정찰을 통해 왕비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단단히 일러 두었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럼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구나..”

 

“…………………………….헌데..”

 

또 왜??”

 

궁에 잡혀 간 놈들은.. 아직 처형되지 않고 있습니다.”

 

“..”

 

또한 임금이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자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합니다.”

 

아직 단 한 마디도 발설하진 않았다 했지?”

 

.. 입을 열 녀석들은 아닙니다.”

 

“..”

 

궁으로.. 들어가실 겁니까?”

 

? 겁나느냐?”

 

자칫 대업을 이루기 전에 손실이 클까 싶어..”

 

걱정하지 마라. 아무리 궁이라도 파고들 틈은 있는 법이다.”

 

“..”

 

이제 임금이 어찌 나올지 그 솜씨 한번 구경해야겠구나..’

 

 

 

 

 

 

#3. 정화산 사냥터

 

 

 

사냥 나간 사람들을 기다리며 잔치가 벌어진 사냥터 초입에는,

야외 연회가 으레 그러하듯 제법 풍류를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해서, 경직된 궁에서의 모습과 달리 대부분의 대신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고 이 시간을 진정으로 즐기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음식이 모자라다며 수랏간 나인들을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사냥 나간 임금님의 부재로 인해 졸지에 대신들 수발을 들게 된 내관과 궁녀들까지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며 정신 없어 보이긴 했으나 대체로 밝은 얼굴로 접대 중이었다.

 

그렇게 추계사냥 대회의 흥이 오를 대로 올라 들떠 있는 연회장에,

갑자기 바람이 휘몰아치는가 싶더니, !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꺼지며

뿌연 먼지가 날리는 가운데 사냥 나갔던 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성내관: 폐하!!!!!!

 

대신들: (술잔 들고 있다가 굳어 버리는) !!!!!!!!!!!!!!!!!!!

 

내관들, 나인들: (움직이다가 그 자리에서 돌이 되어 버리는) !!!!!!!!!!!!!!!!!!!!

 

: (사람들이 놀란 건 보이지도 않는다. 다급한 마음에 착지할 때 힘 조절이 전혀 안 돼서 자욱하게 낀 흙먼지 때문에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 사실이 짜증났다. 그래서 먼지로 자욱한 착지 지점에서 벗어나 연회장 주변을 마구 살피기 시작한다.)

 

사람들: (여전히 폐하의 등장에 어리둥절해 있는 중이다. 그래서 신이 움직이는 걸 그저 눈으로만 쫓고 있다.)

 

: (다급하게 휘둘러보는데 채경이 보이질 않았다.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사람들 사이에 있지 않는 채경에게 짜증이 난다.)

 

사람들: (폐하가 뭔가를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그래서 괜스레 자기들도 주변을 흘끔거리게 되는데..)

 

: (사람들 사이를 살피다가 교태전의 김상궁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껑충 날아 김상궁에게 다가간다.)

 

김상궁: (신이 날아서 자기 코앞에서 착지하자 놀라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데..)

 

: (다짜고짜) 중전 어딨어?

 

김상궁: ??

 

: 중전 어딨냐구!!

 

김상궁: (너무 다그치자 말이 바로 안 나온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침만 꼴깍꼴깍 삼키게 된다.)

 

: (답답하게 구는 김상궁에게 화를 내듯) 중전 어딨어~!!!!

 

김상궁: (당혹해 하며 손가락을 들어) .. 저기.. 천막 안으로 잠시..

 

: (김상궁의 대답에 고개를 획 돌려 천막을 본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서 사라진다.)

 

김상궁: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꼭 귀신에 홀린 것 같다.)

 

사람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신 때문에 모두들 귀신에 홀린 사람들마냥 멍하다.)

 

 

 

흥겹던 잔치 분위기는 폐하의 폭풍 같은 등장과 퇴장으로 일시에 사그라들었다.

침묵에 빠진 연회장에는 신이 몰고 온 흙먼지가 바람에 날리며 휑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색한 정적을 인지하기도 전에, 폭발음과 함께 천막 쪽에서 난리가 나는데..

 

 

 

사람들: !!!!!!!!!!!!!!!!!!!!!!

 

 

 

 

 

 

#4. 천막

 

 

 

채경이 천막 안으로 완전히 들어서자마자, 괴한들의 행동이 시작되었다.

왕비를 만났을 때 머뭇거리지 말라는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괴한들은

채경이 놀란 얼굴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그 순간, 각자 갖고 있던 무기를 휘둘렀다.

 

제일 가까운 측면에 있던 괴한은 칼을 들고 채경을 압박해 들어왔고,

맞은편에 있던 괴한은 날카로운 표창을 채경에게 날렸으며,

천장에서 석궁을 겨누고 있던 괴한은 채경의 심장을 향해 활을 쏘았다.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판단할 겨를도 없이 채경은 칼을 쥔 괴한의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건 그들이 이미 예상한 퇴로였기에, 석궁과 표창은 그쪽을 향한 상태였다.

그걸 알 리 없는 채경은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최대한 뒤로 빠지면서 위로 솟구쳐 올랐다.

채경이 도망갈 방향은 예상했으나 천장 쪽으로 날아오를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괴한들의 1차 공격은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고 가벼운 상처를 남기는 선에서 끝이 났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한 번은 어떻게 도망친다 해도 이 좁은 곳에서 고수 셋을 상대할 저력이 채경에겐 없었다.

차라리 천막이 아닌 열린 공간이었다면 죽을 힘을 다해 날아 다녀 보기라도 하겠지만,

여긴 도망가 봤자 저들 세 사람을 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 잡히기라도 하면 바로 죽음이었다.

 

소리쳐서 바깥에 있는 군사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으나, 괴한들은 소리 지를 틈도 주지 않았다.

곧바로 2차 공격을 시작하며 압박해 들어오는 세 명의 괴한들을 보며, 채경은 체념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 여기서 벗어나지 못 하겠구나.. 저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겠구나..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채경의 전신을 장악해 버렸다.

체념한 머릿속 판단에 따라 채경의 몸은 움직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절로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 내가 죽으면.. 폐하는 어떡하지? 평생 외로웠던 분을.. 내가 더 외롭게 하는 건 아닐까?

 

오늘 이 자리.. 본인이 생각했던 거라, 죄책감이 클 텐데.. 그건 누가 달래 주려나..?

 

이런 모습으로 죽으면 안 되는데.. 이렇게 짐으로 남아선 안 되는데..

나와 혼인한 것이 미안하다는 분에게 진정 미안함을 느끼게 하면 안 되는데..

내가 폐하를 만나 행복했다는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아셔야 하는데..

더 많이 사랑해 드릴걸.. 더 많이 표현해 드릴걸.. 더 많이 행복해 할걸..

 

 

뒤늦은 후회와 폐하에 대한 걱정이 그 짧은 순간 다 스쳐 지나간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두고 이리 태연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정말 놀랍도록 마음이 편안했다. 악귀처럼 달려드는 검은 괴한들을 보면서도,

채경의 얼굴엔 미소 한 자락이 걸려 있었다. 두렵다거나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보고 싶은 그분.. 마지막으로 인사조차 못하고 이리 가 버리는 게 마음 아플 뿐..

채경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드는 악귀들에게 나약한 왕비로 보여지고 싶진 않았다.

악한의 손에 쓰러져 죽을지언정,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며 비굴해지고 싶진 않았다.

그것이 왕비로서.. 그분의 아내로서.. 지키고 싶은 마지막 자긍심이었다.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눈 감지도 않을 것이다. 내 죽음의 순간을.. 똑똑히 보아주리라..

 

 

 

채경: (턱 밑까지 다가온 칼을 든 괴한과, 은은한 빛을 뽐내며 날아오고 있는 표창과,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쏘아진 화살이 똑똑히 보였다. 눈을 꿈뻑거리지 않고 그들을 모두 뚫어지게 마주보는데..)

 

 

 

갑자기.. 달려들던 괴한이, 날아오던 표창과 화살이.. 보이지 않았다.

악귀처럼 들러붙던 검은 복면의 사나이들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익숙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늘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그분의 등.. 믿음직하고, 멋진 그분의 등….이 눈앞에 있었다.

 

 

 

채경: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싶어 눈을 꿈뻑거리는데, 갑자기 머리 위를 가리고 있던 천막이 하늘 위로 날아가더니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

 

괴한들: !!!!!!!!!!!!!!!! (갑자기 왕이 나타나서 왕비를 가로막아 선 것도 놀라워 미칠 노릇인데, 천막이 하늘 위로 솟구쳐 날아가 버렸다. 졸지에 사방에 모습을 드러낸 암살자들은 뜻밖의 사태에 순간적으로 판단 능력을 상실하는데..)

 

: (절묘한 순간, 채경과 괴한들 사이에 끼어들어 채경에게 향하던 모든 공격을 막았다. 칼을 든 괴한은 공력으로 밀어냈고, 날아오던 표창과 화살은 몸에 닿았지만 이 역시 공력으로 밀어내 버렸다. 생채기가 나긴 했지만, 상처라고 할 수도 없는 흔적이었다. 그렇게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갑갑한 천막은 치워 버렸다. 말뚝을 박아 튼튼하게 설치해 둔 것을 눈 한번 깜빡이는 동작으로 순식간에 날려 버렸다. 그리고.. 사방이 훤히 트인 곳에서, 복면의 괴한들을 죽일 듯이 노려 본다.)

 

괴한들: (주변을 휘둘러본다. 그러나 결과는 보나 마나였다. 천막 주변을 호위하던 경비병들은 일제히 그들을 향해 창칼을 겨누었고, 흩어져서 사냥터를 지키고 있던 군사들이 무기를 앞세워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미치광이 왕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겐.. 승산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더 늦기 전에 목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셋의 눈빛이 빠르게 교차하며 뜻을 공유했다. 그리고 품에 있던 비약을 꺼내 입안으로 넣으려고 하는데..)

 

: 내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놓아 줄 것 같으냐!!!!!!!!!!!!!

 

괴한들: !!!!!!!!!!!!!!! (왕의 청천벽력 같은 사자후에 오금이 저린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귀청을 때릴 것 같은 소리 공격에 몸을 가눌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둘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 (괴한들 노려 보는)

 

괴한들: (주저앉은 놈들은 주저앉은 채로, 서 있는 놈은 선 채로, 넋을 잃은 듯 멍한데..)

 

: (주변 병사들에게) 포박해!

 

병사들: !! (신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완전히 넋을 잃은 괴한들을 밧줄로 단단히 포박한다.)

 

: (괴한들의 기()를 통제해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다가 아직 사자후의 여파로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아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재갈을 물려라! 혀를 깨물어 자결할지도 모른다.

 

병사들: !

 

: (병사들이 명()에 따라 움직이는 걸 훑어 본 후, 뒤돌아 선다.)

 

채경: (역시나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채 신을 올려다보고 있다. 사자후 때문에 놀랐다기보다는, 긴장했던 마음이 신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풀려 버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멍한 얼굴이지만, 애써 웃으며 지금의 사태에 안도하고 있음을 표현하려 한다.)

 

: (채경 앞에 무릎을 세워 앉으며) 괜찮아?

 

채경: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 (채경의 괜찮다는 대답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녀의 백옥 같은 얼굴에 생채기가 난 것이 마음 아프다. 표창이 스쳐 지나간 자국이 틀림 없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이 고운 얼굴에 커다란 흉이 남을 뻔했다. 목숨 앞에서 흉이 뭐 그리 대수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에겐 이 흉마저 그의 탓인 것 같다. 미안해서 차마 손도 못 대겠지만 당장은 채경의 볼에 흐르는 피를 닦아 줘야 할 것 같아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

 

채경: (신이 비단 손수건으로 볼을 감싸자 그제서야 상처가 느껴진다. 아릿한 아픔이 몸을 관통한다. 그 바람에 본의 아니게 인상을 쓰게 되는데..)

 

: (채경이 인상을 쓰자 당황한다.) 아파?

 

채경: (신 보는)

 

: (잔뜩 긴장한 채 채경을 바라본다.)

 

채경: (신의 긴장이 고스란히 느껴져 살짝 웃음이 난다.)

 

: 웃음이 나와?

 

채경: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게 어딘데요..

 

: ??

 

채경: 작은 상처에 아파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데요..

 

: ???

 

채경: 폐하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저는 죽었을지도 몰라요. 그럼 이런 아픔도 못 느꼈을 거잖아요.

 

: (심장이 쿵 떨어진다. 죽었을 거라는 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것 같다.)

 

채경: (태연하게) 헌데.. 기적처럼 폐하가 제 앞을 막아서셨어요.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기가 막히게 폐하가 등장하신 거예요.

얼마나 반갑고 눈물 나던지.. 그 자리에서 바로 안고 싶었어요..

 

: ……………………………………….무섭지.. 않았어?

 

채경: (도리도리) 아니오.. 신기하게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도 안 무서워?

 

채경: 그러게요.. 죽을지도 모르는데.. 폐하를 다시 뵐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무섭진 않았어요.

나쁜 놈들한테 죽임을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무서워하기까지 해서 저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진 않았어요.

 

: 그건 또 무슨 자존심이야?

 

채경: 운우국의 왕비로서의 자존심이요..

 

: (채경 보는)

 

채경: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것.. 죽음 앞에 의연할 수 있는 것.. 폐하 대신 죽을 수도 있는 것..

그게 바로 제가 운우국의 왕비로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긍지예요. 그걸 오늘 깨달았어요.

 

: ..

 

채경: 그러니까 그렇게 미안해 하지 마세요.

 

: ..

 

채경: 저는 지금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뭐가 만족스러워? 그렇게 놀라고 다쳤는데.. 뭐가 만족스러워?’

 

채경: 큰 사상자 없이 폐하의 의도가 성공했잖아요.

저들은 움직였고, 우린 또 다른 꼬리를 잡았어요.

그러니까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 내가 미끼가 될 생각이었어.

 

채경: 저들은 바보가 아니에요. 그래서 폐하를 노리지 않은 거예요.

그건.. 폐하의 탓이 아니라, 저들이 현명한 탓이고, 제가 부주의한 탓이에요.

절대로 혼자 있지 말라는 폐하의 당부를 지키지 못했던 건 저였어요.

그러니 더는 자신을 몰아세우지 마세요. 다친 제가 미안하게 하지 마세요.

 

: (기가 찬다.) 다친 사람이 다치게 한 사람을 위로한다고 애쓴다~ 애써~

 

채경: ^^

 

: (웃는 채경 보며.. 고맙고 또 미안하다. 내 마음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괜찮다고 말해 주는 아내가.. 참으로 고맙다.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더 붙들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티를 내고 있을 순 없을 것 같다. 이곳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궁으로 돌아가야겠다. 해서, 채경을 번쩍 안아 들고 일어선다.)

 

채경: !!!!!!!!!!!

 

사람들: !!!!!!!!!!!!! (괴한들을 포박하고 수습하던 군사들과, 천막이 날아가고 사자후가 진동하는 바람에 정신을 놓고 있던 대신들과 내관들, 궁녀들까지, 일대에 있던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벌건 대낮에, 폐하께서 중전마마를 안고 사람들 앞에 나섰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는 듯, 사람들의 시선이 떨어질 줄 모른다.)

 

채경: (당황한 건 다른 사람과 매한가지! 물론 그녀는 폐하에게 안긴 게 처음은 아니었다. 그녀가 기절해서 기억 못하고 있을 뿐, 영민당에 잠입했던 나쁜 놈을 잡으려다가 실신했을 때, 폐하께서 자신을 안고 방으로 옮겨 줬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던 순간에 있었던 일이라 남의 얘기 듣듯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땐 너무 다쳐서 폐하께 안겼다 해서 놀라고 당황스럽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다친 것도 아니고, 조금만 마음을 진정시키면 얼마든지 정상 행동이 가능한.. 상태가 매우 괜찮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폐하께 안겨 있으려니 민망해서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버둥거리며 내려달라고 무언의 항변을 보내는데..)

 

: (채경의 반항에 꿈쩍도 하지 않고 태연스럽게, 이런 건 몇 번이나 해 봤다는 듯 자연스럽게 채경을 안은 채 걷기 시작한다.)

 

채경: (신이 움직여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자 딸꾹질이 나올 것 같다. 괴한들과 맞닥뜨렸을 때보다 지금이 더 긴장된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다.)

 

: (이곳 현장의 책임자인 호위대 부장에게 다가가는데, 저 멀리서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보니,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는 환익이 보인다. 그 모습 보고 피식 웃는다.)

 

사람들: (그저 신을 바라보고만 있다.)

 

: (환익이 도착하면 이곳 일을 맡기면 되겠다는 생각에 부장에게서 몸을 돌려, 괴한들에게로 돌아선다. 그들은 포박당한 채 일으켜 세워진 상태였다. 이제 정신이 드는지 격렬하게 반항하고 있었다.)

 

괴한들: (손목을 묶고 재갈을 물리긴 했으나, 아직까지 몸에 이상한 징후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 말은 곧, 임금이 자기들에게 술수를 부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맥없이 잡혀 갈 것이 분명했다. 그 전에 죽어야 했다. 이에 셋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서로를 도와 자결을 도모하자는 의견이 합일을 이루었다. 임금이 왕비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에, 일을 끝내야 했다. 그래서 격렬하게 반항하다가 자기들을 붙들고 있던 병사들의 힘에 의지해 몸을 허공에 붕 띄웠다.)

 

병사들: (괴한들을 붙잡고 있는데, 이들이 발을 떼어내고 몸을 날리자 그 상태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만다.)

 

괴한들: (바닥에 넘어지면서 병사들에게 잡혔던 손목을 빼낸다. 그리고 재빠르게 몸을 굴려 병사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뒤로 묶여 있던 팔로 옆사람 목을 휘어 감아 압박한다.)

 

사람들: ??!!!!!!! (어떻게 뒤로 묶여 있던 팔을 다른 사람 목에 감을 수 있는지.. 저런 식으로 죽으려고 드는지.. 놀랍고 어이가 없다.)

 

채경: (놀라서 눈이 튀어 나올 것 같다.)

 

: (저들이 어찌 나오는지를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처절하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 덕분에 저들의 우두머리가 어떤 놈인지 조금은 짐작이 됐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줘야 할지도.. 알 것 같다. 저렇게 충성도 높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놈에게 아주 약간의 경의감을 표하며, 괴한들을 죽일 듯이 쏘아 본다.)

 

괴한들: (갑자기 몸이 허공에 뜬다.)

 

사람들: ???

 

채경: ???

 

괴한들: (몸이 허공에 뜨자 힘을 줄 수가 없다. 허우적거리진 않았으나,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질 않았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건 동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셋의 눈동자에 의아함과 당혹스러움이 서린다.)

 

채경: (허공에 둥실 떠올라 굳어 버린 괴한들을 바라보다가 신을 올려다본다.)

 

: (괴한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채경: ……………………………..폐하가 저리 하신 겁니까?

 

: (채경 보는)

 

채경: ………………폐하의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정말 가늠하기가 힘드네요..

 

: 가늠하지 마.

 

채경: ??

 

: 가늠해서 실감하게 되면 날 괴물 취급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그러려니 해.

 

채경: ..

 

환익: 폐하.. (숨을 몰아 쉬며 신 곁으로 온다.)

 

, 채경: (동시에 환익 보는.. 얼굴 전체가 붉게 상기된 걸 보니, 엄청나게 말을 몰고 달려온 듯했다.)

 

환익: (말을 타고 달려오면서, 또 말에서 내려 걸어오면서,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 챘다.) 저들입니까?

 

: ..

 

환익: (채경 보며) 마마는 괜찮으십니까?

 

채경: (고개 끄덕거려 준다. 이렇게 폐하에게 안겨 환익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다시금 민망해 죽을 것 같다.)

 

환익: (괴한들 보며) 어쩌실 생각입니까?

 

: 죽여 버릴까.. 싶다..

 

채경, 환익: !!!!!!!!

 

: 저렇게 죽고 싶어 환장인 놈들을 살려 두는 것도 자존심 상해~ (중전을 해하려 한 것도 맘에 안 들고..)

 

환익: 허나, 데리고 가야 소득이 있는 것 아닙니까..?

 

: 알아.

 

환익: 헌데 어찌..

 

: 셋 다 살려 둘 필요는 없잖아..

 

환익: ??

 

: 셋 중 제일 연륜이 있는 놈만 살려 둬..

 

환익: 허면.. 나머지는 제거합니까?

 

: .. 병부에 압송되는 즉시, 그놈들 앞에서 처형해.

 

채경: (죄값을 받아 마땅한 죄인들이지만, 왠지 소름이 돋는다.)

 

: 병사들에게 주변에 다른 놈들이 더 없나 알아 봐.

그리고, 애들을 보내서 사냥 나간 사람들을 불러들여.

이 일에 대해 알리고, 추계사냥은 이걸로 마무리한다고 전해.

 

환익: ..

 

: 난 중전과 함께 갈 데가 있으니, 뒤를 부탁한다.

 

환익: ..

 

: (눈으로 훑어 성내관을 찾는다.)

 

성내관: (신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다가 신과 눈이 마주치자 한걸음에 달려온다.)

 

: (성내관이 충분히 가까워졌다고 생각됐을 때) 김상궁과 자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성내관: 분부만 내리십시오.

 

: 류대장이 현장을 수습하는 동안, 자네와 김상궁은 대신들을 귀가 조치시켜라.

 

성내관: 알겠습니다, 폐하..

 

: (환익과 성내관을 번갈아 보며) 차질 없이 마무리 해.

 

환익, 성내관: (고개 숙여 화답한다.)

 

: (믿고 가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사라진다. 채경과 함께..)

 

 

 

신과 채경이 순식간에 사라진 사냥터에는, 기괴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허공에서 동상이 되어 버린 괴한들을 중심으로, 한동안 아무도 움직이질 않았다.

 

그러나 이내 임금님에게 명()을 받든 환익과 성내관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사냥터가 정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정화산은, 여전히 영험한 기운을 풍기며 화창한 하늘을 배경으로 굳건히 서 있다.

 

 

 

 

 

 

 

 

 

 

#5. 혜민사

 

 

 

회정: (못마땅한 얼굴로) 어찌 매번 연통도 없이 오십니까?

 

: (타박 맞을 걸 예상했으나, 그래도 살짝 입술이 튀어 나오려고 한다. 안 그래도 정화산에서 힘든 일을 겪고 와 기운이 빠진 상태에서, 늘 근엄한 얼굴로 맞이하는 대사를 만나니 심술보가 터지려 한다.)

 

회정: (더 뭐라 한 마디 하려고 하는데..)

 

채경: (신 뒤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스님~ ^^

 

회정: .. (채경이라고 부르려다가 말 삼키고는) 마마..! 어찌.. (놀라서 신과 채경을 번갈아 본다.)

 

채경: (신 뒤에서 완전히 빠져 나와)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회정: .. 아니.. (당혹스러워하며 신을 바라본다. 설명을 바라는 눈빛이다.)

 

: (살짝 딱딱한 어투로) 중전 얼굴에 생채기 난 거 보이십니까?

 

회정: (그제서야 채경의 얼굴을 제대로 보는.. 그러다가 눈이 커다래지는..) !!!

 

채경: (스님께 그 얘기부터 한 신이 맘에 안 들어, 무엄하게도 폐하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 (내가 못할 말 했냐는 얼굴로 당당하게 채경의 반항을 모른 척한다.)

 

채경: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신을 한번 째려 봤다가 스님 향해 배시시 웃으며) 이연 스님께 가기 전에 주지 스님께 먼저 인사 드려야 되는 거 아니냐고.. 폐하가 말씀하셔서 연통도 없이 왔어요. 

 

회정: (채경의 설명에 신을 새삼스럽게 본다.)

 

: (계속해서 심통난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본다.)

 

회정: (연통 없이 온 것에 대해선 용서해 드리기로 하고) 헌데 얼굴에 상처는 어쩌다 난 것입니까?

 

채경: 정화산에서.. 약간 문제가 있었어요.

 

회정: ???

 

채경: (신 흘끔 봤다가) 자세한 얘기는.. 폐하께서 해 주실 거예요.

 

회정: (신 한번 봤다가 채경 돌아보며) 내막은 차후에 듣고 치료부터 하시죠.

 

채경: 아니에요. 보기만큼 큰 상처 아닌걸요.. 그냥 놔 둬도 사나흘 후엔 다 나을 거예요. (제 치유력 아시잖아요..)

 

회정: 고운 얼굴에 흉이 지면 어떡합니까? 약초를 쓰는 게 좋겠습니다.

 

: (그제서야 회정 대사 보는.. 약초를 써서 흉 안 지게 한다는 제안이 맘에 들었다.)

 

채경: 번거롭게 안 그러셔도 돼요..

 

회정: 두 분이 다른 이들을 번거롭게 안 하려면 저랑 안으로 들어가는 게 제일 낫습니다. 따라오시지요~ (먼저 걸음을 뗀다.)

 

채경: (신을 올려다본다.) ‘어떡하죠?’

 

: (그들 주변에 모여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쓱 보다가) 들어가자~

 

채경: ?? (더 있으면 민폐 끼칠 것 같은데.. 들어가자구요?)

 

: 대사님 약초술은 운우국에서 최고야. 그러니까 약 발라 준다면 군말 없이 따라 줘야지~

 

채경: 저 정말 괜찮아요.

 

: 내가 안 괜찮아.

 

채경: (멈칫)

 

: 내 맘 편하게 해 주고 싶으면 약 발라.

 

채경: (신 보는)

 

: 안 그래도 바로 여기로 날아오면서 치료도 안 하고 온 게 맘에 걸렸는데.. 잘 됐다..

 

채경: ..

 

: (채경의 뺨에 난 상처를 손등으로 슬쩍 훑으며 대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채경: (~~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걸음을 뗀다.)

 

 

 

잠시 후..

 

회정 대사가 개어 온 약초를 채경의 생채기 난 뺨에 바르고 있다.

알싸한 약초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자, 채경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한 신은 혹시나 채경이 아픈 건가 싶어 맘이 쓰이고..

하지만 회정 대사가 마음 편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바싹 다가갈 수가 없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으로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두 사람을 살필 뿐이다.

 

그렇게 뚫어지게 지켜보는 시선 속에서 회정 대사는 침착하게 채경을 치료해 주었다.

그런데 막상 치료를 시작하니 상처는 얼굴에만 난 것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스스로 지혈이 가능한 특이 체질이었기에, 채경은 아무도 몰래 상처를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소매를 걷어 팔뚝에 길게 그어진 상처 자국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하마터면 신은 회정 대사가 앞에 있다는 것도 잊고 채경을 다그치며 소리를 지를 뻔했다.

 

비록 소리치며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안전 거리를 유지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채경의 숨은 상처가 드러나자마자 신은 채경과 회정 대사 바로 곁으로 붙어 앉았다.

그리고 그 상처를 보는 순간.. 짜증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며 열이 확 올랐다.

자칫 잘못했으면 동맥이 끊어질 뻔한 아슬아슬한 상처였다. , 정말..! 당신이란 여자는..!!

 

저렇게 다쳐 놓고 괜찮다고 말한 건가? 눈에는 채경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그런 신의 눈빛을 읽어 낸 채경은 송구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래서 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회정 대사가 치료해 주는 걸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회정: (손을 물리며) 다 끝났습니다..

 

채경, : (회정 보는)

 

회정: (채경에게) 이틀 정도면 씻은 듯이 아물 것입니다. 약초를 챙겨 드릴 테니, 꾸준히 바르십시오.

 

채경: 고맙습니다, 스님..

 

회정: (미소 지으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인데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니 민망한데요..?

 

채경: 그래도 고마워요. ^^

 

회정: 고맙다 말해 주시는 착한 마마께.. 이 늙은이.. 충언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채경: ???

 

: (회정 대사 보는)

 

회정: 건강에 자신 있다고 치료에 소홀하시면 안 됩니다.

 

채경: ..

 

: (눈썹 꿈틀.. 회정 대사를 새삼스럽게 보는..)

 

회정: 마마께선 남다른 신체를 보유하고 계시나, 본질이 다른 건 아닙니다.

다치면 치료 받아야 하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잘 먹고 잘 쉬어야 하지요.

남들보다 더 건강하다고 해서 기본적인 것들을 소홀히 하셔서는 안 됩니다.

그리 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마마를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채경: ..

 

회정: 마마는.. 마마 혼자의 몸이 아니라.. 운우국의 국모이고, 모두의 어미입니다.

이 땅의 하 많은 백성들이 마마의 온정과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미가 아파서 되려 자식들을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쩌시겠습니까?

자식들이 어미를 걱정하고, 어미가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면.. 그땐 어쩌시겠습니까?

 

채경: 그건..

 

회정: 자기 몸보다 자식을 먼저 챙기는 어미의 마음을.. 마마께선 갖고 계시지요.

혼인을 치르기도 전에.. 어미가 되기도 전에.. 마마는 원래부터 그런 분이셨습니다.

해서, 자기를 돌보고, 아끼고, 관심을 가져 주는 것엔 서툰 사람이지요..

그 모습이 예뻐 보이긴 하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걸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채경: (회정 대사 보는)

 

회정: 마마께서 쓰러지시면.. 운우국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그리고.. 마마의 작은 상처 하나에 저리 무너져 버리는 폐하를 위해서라도 건강하셔야 합니다.)

 

채경:스님..’

 

: (회정 대사의 말에 적잖은 안도감을 느낀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대사가 대신해 줘서 고맙기까지 하다. 채경은 착하고 배려심이 많긴 하나, 그 정도가 심할 때가 있었다. 남을 살리느라 정작 자기가 죽어 나가는 줄은 모른다. 그래서 지켜보는 사람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가는 걸 알지 못한다. 채경의 행동은, 마음은 칭송 받아 마땅한 것이나,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면 말한 사람이 치사해지는 그런 것이나, 그는 늘 채경의 도를 지나친 살신성인이 맘에 걸렸다. 정도껏 하면 좋겠는데.. 저러다 채경이 언젠가 잘못될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컸다. 그 때문에 언젠가 한번은 주무시는 할마마마 바로 곁에서 채경에게 고압적으로 이러지 말라고 화를 내고 말았다. 그는.. 그런 식으로밖에 채경을 말릴 줄 몰랐다. 그런데 대사는 차분하게 채경의 지나친 살신성인 자세를 자제하라고 당위성을 부여하며 설득하고 있었다. 그게.. 참 맘에 든다. 다친 채경을 궁으로 데리고 가지 않은 게 맘에 걸렸는데.. 여기로 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채경: (결국엔 피식 웃으며) 아버지 외에.. 이렇게 혼이 난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회정: 저는 혼낸 적이 없는데요..

 

채경: (장난으로 흘겨 보며) 혼내지 않으셨다구요~

 

회정: (어깨를 으쓱거린다.)

 

채경: ~ 도둑이 제 발 저렸습니다~ 저 혼자 혼났다고 느꼈습니다~ 지은 죄가 워낙 많아야죠~

 

회정: ()

 

채경: 제가 또 웃겨 드리네요~

 

회정: (큭큭)

 

채경: 저 하산하고 나선 스님을 웃겨 드리는 말썽쟁이.. 못 찾으셨나 봐요~

 

회정: (큭큭)

 

채경: 그만 웃으세요~ 폐하도 계신데..

 

회정: (큭큭)

 

채경: (자꾸 웃는 스님을 흘겨 본다.)

 

: (둘이 대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 앞에선 단 한번도 근엄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회정 대사가.. 저렇게 큭큭대며 웃을 수 있는 분인 줄 처음 알았다. 한번도 허튼 말씀 한 적 없고, 좌상 대감만큼이나 진심으로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어르신이었다. 헌데.. 저런 모습도 있으셨던가? 기억에 없다. 그래서 낯설고 어색하다. 그와 동시에 어른스러운 면을 많이 보이던 채경이 어린애처럼 투정 부리는 모습도 조금 신선했다. 하긴.. 아주 어릴 적에 이곳에서 자랐다 했으니, 집보다 더 정겨운 곳일 수도 있겠군.. 그래도 저런 유치한 눈싸움은 기분 나빴다. 두 사람 사이가 나보다 더 친근한 것 같아서..)

 

회정: (웃음을 누르며) 이연 스님에게 간다 하지 않았습니까?

 

, 채경: (회정 보는)

 

회정: (약초 도구들을 정리하며) 해가 지기 전에 가려면 지금 일어서는 게 좋겠습니다..

 

, 채경: (서로 쳐다보는)

 

회정: 저도 부처님을 뵈러 가야 할 시간입니다..

 

: (이만 가라는 소리군..) 다음엔 연통을 넣고 오~래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회정: (고개 끄덕인다.)

 

채경: 조만간 찾아 뵐게요.

 

회정: .. 몸 조리 잘하십시오.

 

, 채경: (일어난다.)

 

회정: (두 사람을 배웅하려고 따라 일어난다.)

 

: 사람들에게 안 보이는 게 좋겠죠?

 

회정: (생각하다가)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 (채경에게) 날아가는 것보단 공간 이동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채경: ..

 

: (채경의 팔을 잡는다.)

 

채경: (스님에게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한다.)

 

: (눈썹 꿈틀)

 

회정: (사람 좋은 미소로 화답하며 합장을 올려 인사한다.)

 

: (회정 대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채경의 허리를 바싹 끌어당겨 안는다.)

 

채경: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에 깜짝 놀란다.)

 

: (살짝 고개 숙여 대사에게 인사하고 사라진다.)

 

회정: (감쪽같이 사라진 국왕 부부의 빈자리를 바라보다가) 두 분 모두.. 무사하셔야 합니다..

 

 

 

 

 

 

#6. 계곡 부근

 

 

 

서산 쪽으로 기울고 있는 해가 마지막까지 빛을 비추고 있는 산기슭..

계곡 바로 곁에 높이를 가늠하기 힘든 노송(老松)이 서 있고, 그 앞에 신과 채경이 있다.

 

 

 

채경: (물끄러미 소나무를 바라보다가 앞으로 나아간다.)

 

: (채경 보는)

 

채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소나무 아래 돌무더기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얹는다.)

 

: ..

 

채경: 스님.. 저 왔어요..

 

: ..

 

채경: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봄에 인사 드리고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네요..

 

: ..

 

채경: 자주 못 와 봐서 죄송해요.. 너무 미안해서.. 스님에게만은 늘 머뭇거리게 돼요..

스님께서 아끼시던 천방지축 말썽쟁이 신채경.. 보고 싶으실 텐데.. 맨날 울고만 가네요.

 

: (채경의 목소리에서 울음이 묻어나자 소개시켜 줄 때가지 가만히 기다리지 못하고 채경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 뒤에서 무릎을 세우고 앉아 채경의 어깨를 잡아 주는데..)

 

채경: (신이 다가온 걸 보고는 급히 눈물을 닦아 낸다. 그리고 애써 밝게)

~ 오늘은 인사 시킬 사람이 있어요. 스님이 보면 깜~~짝 놀랄 분이에요.

 

: (채경 안쓰럽게 보는)  

 

채경: (신에게) 인사.. 하실래요?

 

: (채경을 물끄러미 보다가 소나무를 올려다본다. 앉아서 보니 더 까마득해 보인다.)

 

채경: (신을 위해 옆으로 비켜 준다.)

 

: (채경이 옆으로 비켜 나자 이연 스님과 일대일로 마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거.. 처가댁 부모님을 마주할 때처럼 긴장되잖아?)

 

채경: (신이 좀 더 편하게 스님과 인사하게 할 목적으로 조용히 물러나 준다.)

 

: (뒤로 물러나는 채경 보며 저렇게까지 해 줄 필요 없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돌무더기로 시선을 돌린다.)

 

 

 

당장은 아무 말도 안 나왔다.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한 적도 없을뿐더러, 대체 뭘 보고 인사를 하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당황할 걸 알고서 자리를 피해 준 건지.. 채경의 배려에 새삼 감탄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인사하는 방법이라도 가르쳐 주지.. 하며 채경을 원망하게도 된다.

 

이런 낯부끄러운 짓을 하게 하다니.. 이신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웃기지도 않는 짓에 군말 없이 장단 맞춰 줄 수 있는 이 또한.. 그 한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 그 자신이 따라 주고 있는 것이었고, 그래 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므로..

 

 

 

: 흠흠.. (낯부끄러움을 날려 버리기 위해 목소리를 다듬는다.)

 

채경: (신 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이 이연 스님에게 인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떨지 말고 잘하세요~’

 

: (여전히 어색해서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 나는.. 이신.. 운우국의 왕입니다..

 

채경: ..

 

: 스님이 살아 생전에 나는.. 태자였습니다. 어쩌면.. 한두 번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을 겁니다.

혜민사는 왕실을 축원해 주고, 연회도 개최되어 공식적으로도 몇 번 다녀간 적이 있으니까요..

어찌됐든.. 살아 계실 때 인사를 못 드린 건.. 아쉽군요. 제 아내와는 각별한 인연이라 들었는데..

 

채경: ..

 

: .. 저는 신채경이란 여자와 혼인한 사이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남자죠..

스님도.. 저 못지 않게 운이 좋으셨을 겁니다.. 그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을 아실 테니까요.

그래서.. 소중한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 아이를 대신해 죽음을 맞으셨던 건 아닙니까?

 

채경: ..

 

: 스님이 돌아가시던 날.. 제가 왕이 되었다더군요.

혜민사가 불타오르던 밤.. 궁이 활활 타올랐던 그 밤..

우리의 운명은 바뀐 듯합니다.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채경: ..

 

: 삶은.. 수많은 우연이 필연이 되어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더군요..

해서, 그 아이를 만나게 된 운명이 결정되는 데엔 수많은 우연이 있었을 겁니다.

그 우연 중에 제일은.. 스님께서 그 밤.. 그 아이를 살려 주셨다는 겁니다..

그 아이가 그 밤.. 불길 속에서 쓰러졌다면.. 우리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평생 고독했던 제가 행복해질 일도.. 늘 어둡기만 하던 제가 밝게 웃을 일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없는 제가 사랑에 빠질 일도.. 없었을 겁니다.

 

채경: ..

 

: 고맙다는 인사.. 드리고 싶어 오자고 했습니다. 스님의 희생 덕분에.. 제가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보살핌 덕분에 채경이가 건강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교육 덕분에 심성 고운 아이가 되었습니다.

착하고 예쁜 그 아이.. 첫눈에 반해 평생을 함께하고팠던 그 아이.. 키워 주시고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채경: ..

 

: 대신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살려 주고 싶었던 그 아이.. 앞으로는 제가 죽을 만큼 아끼고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그러니.. 편히 지내십시오.. 이곳에서의 일은.. 스님께서 살리고 간 그 아이는..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고맙다는 인사를 마음 속으로 몇 번을 더 고하고.. 신은 천천히 일어섰다.

이에 채경은 인사를 다 한 줄 알고 신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데..?!!

 

 

 

채경: (가다가 멈춰 선다. 그리고.. 신의 행동에 눈이 커다래진다.)

 

: (공손하게 절을 올린다.)

 

채경: (신이 이연 스님에게 절을 올리는 걸 보고 눈물이 핑 돈다.)

 

: (두 번 절을 올린 뒤 합장한다.)

 

채경: (손으로 입을 막고 터진 눈물을 삼키려 애쓴다.)

 

: (합장한 손을 풀며, 천천히 뒤돌아본다.)

 

채경: (신 보는)

 

: ^^

 

 

 

잠시 후..

 

 

이연 스님과 인사를 마치고 신과 채경은 계곡으로 내려왔다.

어둑어둑해져 가는 하늘을 보며 궁으로 돌아가길 재촉하는 신과 달리,

채경은 오랜 만에 옛 스승을 만났다는 감회에 젖어 계곡을 떠날 줄 모른다.

괜찮아 보인다고 해도 다친 사람이었다. 그래서 저렇게 무리하면 안 되는데..

, 애가 타서 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것 같다. 시원한 물이 필요할 것 같다.

 

 

 

채경: 검술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 ???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채경 보는.. 계곡으로 내려가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실까 하다가 채경 돌아보는..)

 

채경: 아까 전.. 괴한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후회했어요.

 

: ??

 

채경: 검술 연습 열심히 안 한 거요..

 

: ..

 

채경: 폐하께서 하신 말씀.. 틀린 게 하나도 없었어요.

하늘로 도망갈 수 없게 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시간을 끄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제가.. 오만했던 결과예요.

 

: …………………………….(혼잣말 하듯) 그런 건 반성하면서 몸 상한 건 신경도 안 쓰네..  

 

채경: ??

 

: 아니야, 아무것도.. 날이 춥다~ 상처 난 데 찬바람 들면 안 돼. 돌아가자~

 

채경: (신 보는)

 

: 그 놈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하고.

 

채경: (하긴.. 그 일을 진두지휘하셔야 하는데.. 폐하가 이렇게 궁을 비워 두는 건 안 될 것 같다.)

 

: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채경을 재촉하기 위해 일어서는 척한다.)

 

채경: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 (채경 보는)

 

채경: 이번 일 때문에 생각난 게 있는데요..

 

: (~~ 한숨 쉬고 다시 또 바위에 주저앉으며) 뭔데?

 

채경: ..

 

: ??? (궁금한 거 있다더니, 왜 입을 다물지?)

 

채경: …………………………………….혹시요..

 

: ..

 

채경: (말을 자꾸 삼키게 된다. 나오려다가 말고 나오려다가 만다.)

 

: (입만 옹알거리는 채경을 보고 고개를 갸웃한다.)

 

채경: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입만 벙긋거린다.)

 

: 뭔데~~?

 

채경: (신 보는)

 

: (채경 보는)

 

채경: (침을 꼴깍 삼키고는)………………………………이건 정말 만약인데요..

 

: ..

 

채경: …………………………만약.. 후사가 없으면.. 누가 왕위를 물려받게 되나요?

 

: (눈썹 꿈틀)  

 

채경: ………………….폐하께서 잘못 되시면.. 누가 왕위에 오르게 되나요?

 

: (채경 보는)

 

채경: (침을 꿀꺽 삼키며 신을 마주 보는)

 

 

 

 

 


출처 : 시나리오 창작방
글쓴이 : 쏭기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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