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으로 글 올린 것도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마당에, 사흘 연속으로 글 올리는 건.. 정말 기념비적인 일이 아닌가 모르겠어요~ 글 올리면서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있습니다. 저.. 좀 웃기죠? ^^;; 오랜 만에 올리는 글이라 열렬히 환영해 주실 줄 알았는데요.. (아, 물론 환영해 주신 대감들에게는 무한 감사 드리고 있어요~) 제가 워낙 뜸하게 오다 보니 시날방에 안 오시는 사태까지 벌어졌나 봐요. 댓글수, 추천수도 그렇지만 조회수마저 굉장히 더디게 올라가네요.. 자주 못 온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됐구요.. 여러분들도 쑥스러움 좀 날려 보세요~ 저도 오랜 만에 글 올리면서 떨리고 쑥스럽고 그랬는데.. 여러분들마저 부끄러워 마세요~ 오고가는 구독료 속에 싹트는 사랑(?).. 뭐, 이건 너무 억지인 것 같구요.. 그냥 여러분들의 댓글이 너무너무 고프다는 말을 이리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습니다. 제가 시날방에 글을 올리는 건, 글 쓰는 것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여러분들의 반응과 반김.. 그것이 훨씬 크다는 거..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밤도 되고, 회사라서 눈치 안 봐도 되고.. 그래서 댓글 동냥에 열이 올랐네요.. --;; 각설하구요.. 소설 이야기로 잠~깐 넘어가 보겠습니다. 지난 편 보고 다음 글 얼른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마 이번 편 보고 나면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실 것 같아요. 저도 이렇게 해놓고 다음 주를 기약하는 거.. 민망한데요.. 지난 주말 동안 비축한 비축분은 여기서 끝이 났습니다. 다음 편을 열심히 쓰고는 있지만.. 이번 주에 보여 드리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사건에 탄력이 붙은 만큼, 또 쏭기자가 이런 사건 해결 좋아하는 거 아시니까, 지금까지처럼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진 않을 거라고 약속 드릴게요. 신이랑 채경이를 괴롭히는 의문의 사나이에 대해서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데요.. 몇몇 분들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인물과 일치하고 있는 것 같아 뜨끔 했어요. 사건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이 녀석도 공개될 거니 기다려 주세요. 일찍 오겠다는 ‘장담’, 쏭기자 지켰습니다! 이번에도 칭찬 많이 해 주시구요.. 주말 잘 보내시고, 다음 주에 재미있는 글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이건 소설과 전혀 상관 없는 뻘글입니다. 요즘 푹 빠진 드라마 <아이리스>가 회사 앞에서 촬영 중이에요. 2주 전부터 각종 촬영 장비와 조명 장비가 난무하더니, 이번 주엔 주연 배우들이 줄줄이 눈앞에서 촬영을..!! 어제 글 올릴 때도 김태희랑 정준호가 회사 앞 도로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는.. ^^ 오늘은 이병헌과 김소연도 봤어요!!! 나이 서른 넘어서 이병헌 보겠다고 일하다가 뛰어나가는 제가 참.. 철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 어제 오늘은 아이리스 보면서 “어? 저기 우리 회사 앞인데.. 저긴 우리 회사 앞 회사인데..” 하면서 봤습니다. 근데.. 제가 왜 이런 얘길 장황하게 하고 있죠? 유명 연예인 봤다고 자랑하고 싶은 건가..? 제 정신연령은 대체..! --;; (그래도 오랫동안 좋아해 온 이병헌을 멀리서나마 직접 본 오늘은.. 기분 좋고 흥분된 날이었어요. 끝까지 자랑질입니다.) **저의 뻘글은 잊으시구요.. 임금님의 대활약이 기대되는 후반부 왕의 여자!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 제45화 소문 속 임금님을 믿지 마세요 #1. 객점 “왕명(王命)을 거역할 셈이냐?” 이 말의 파급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날아오는 칼을 허공에서 멈추게 하고, 담 너머 숨어 있던 괴한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날아오게 하는가 하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괴한은 공력이 세 보임에도 불구하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꼼짝도 못하고 붙들려 버렸다. 객점에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남자였는데, 어떻게 저런 놀라운 재주를 선보이는지 의아하기만 했다. 그런데.. 누구냐고 다그치던 남자는 “왕명(王命)”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뿐이 아니다. 남자는 “왕명(王命)을 거역할 거냐”고 말했다. 그 말은.. 즉, 이 정체불명의 남자가, 대단한 재주의 남자가, ‘왕’이라는 걸 뜻했다. 왕(王)이라.. 왕(王)은 높고 높은 궁에 살며 우리 같은 아랫것들과는 평생 가도 만날 일 없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하고는 닮은 구석이 전혀 없어서 딱 봐도 달라야 하는 분인데.. 어찌해서 우리네가 평소 먹고 마시고 진상 부리는 허름한 객점에 있는지.. 어찌해서 그 대단하다는 나랏님이 우리들 속에 섞여 있어도 티가 안 나는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해 안 되는 온갖 의문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해, 되려 아무 생각도 안 났다. 그러다 불현듯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 두려움을 내포하고 떠오른 실수 하나.. 저 분이 임금님이라면, 혹.. 방금 전에 우리가 한 ‘그 얘기’도.. 들으신 건가? 사람들: (경악에 찬 표정으로 공포에 질린 듯 숨조차 쉬지 못한다. 그동안 들어왔던 임금에 대한 평판 중 잔인하고 무서운 부분만 떠오르면서, 당장이라도 목이 베일 거라는 상상만 하게 된다.) 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 없는 듯, 복면의 괴한에게만 집중한다.) 채경: (걱정 어린 눈길로 신과 괴한을 번갈아 본다. 그러다가 걱정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신: (시선은 남자를 향한 채) 중전은 움직이지 마십시오! 채경: (신 보는.. 그리고 멈칫 하는..) 사람들: !!!!!!!!!!!!!!!! (임금이 ‘중전’을 입에 담자, 자신들의 짐작이 맞았음을.. 자신들의 운명은 곧 죽을 목숨이라는 걸..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공포와는 별개로 임금이 가리킨 중전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임금님 뒤에 엉거주춤 앉아 있는 고운 얼굴의 여인이, 우리의 왕비님이라는 걸.. 명망 높은 좌상 대감의 여식이라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영광을 누린다.) 신: (괴한을 향해) 말하라! 누가 보냈느냐? 남자: (입술만 깨문다. 대답할 순 없기에 버티고는 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몸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 이럴 경우 자결이라도 해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으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동료가 죽은 데다, 국왕 부부는 궁 밖으로 나와 있지, 연등 축제까지 겹쳐서 더 많은 인력이 풀릴 그림자 부대원들을 탐색하러 저잣거리로 나왔다가 우연찮게 왕과 왕비를 발견하게 됐다. 한 시진을 쫓아 다녀봐도 이들 주변으로 붙은 경호 인력이 전혀 없었다. 이런 호재를 놓칠 수 없어서 바싹 따라붙어 객점까지 흘러 들었는데, 이렇게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변을 경계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는데, 탐지조차 못했는데, 언제 자신을 알아챘는지.. 철저히 기(氣)를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렇게 붙잡히면 안 된다. 그럼 그동안 준비했던 대업에 방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죽는 것도 내 맘대로 되질 않았다. 대체 무슨 술수를 부렸기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건지.. 윗전들에게 들었던 임금의 잔악한 성정을 떠올리니 오금이 저리고 머릿속이 하얘진다. 지금 죽는 게 살아서 잡혀 가는 것보다 훨씬 나을 텐데.. 죽지 못할 것 같아 두렵다.) 신: 말 안 한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난.. 포기를 모른다. 남자: (침 삼키는) 신: (남자에게 기를 쏘아 가슴을 압박한다.) 남자: (헉!! 숨쉬기가 괴롭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다.) 신: 곧 죽을 것 같겠지만 이렇게는 안 죽어. 그러니 더 힘들어지기 전에 말해라! 남자: (숨만 몰아 쉬는) 신: (조금 더 압박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는데..) 그런데 이때,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은빛 단도가 다시 날아왔다. 이번에는 신이 아닌, 쓰러져 있는 괴한을 향해 날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 차를 두고 날아온 두 개의 단도는 또다시 투명막에 가로막혔다. 어느새 신이 쳐놓은 방어막은 채경과 자신뿐 아니라 괴한까지 둘러싸고 있었다. 혹시나 괴한을 죽여 입을 막으려는 동지가 있을 것 같아 쳐놓은 막이었는데, 신의 예상은 적중했고, 괴한은 자결도, 타살도 불가능하게 돼 버렸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단도를 날렸던 두 놈 중 한 놈이 추가로 신에게 잡혔다. 한 놈은 잽싸게 빠져 나갔지만, 나머지 한 놈은 공중 소환되어 괴한 옆에 내동댕이쳐졌다. 끌려온 동료를 보고 놀란 괴한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혼자 나서는 게 아니라, 위에 알리고 명령을 받아야 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나 보다. 뒤늦은 후회를 해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시위를 떠난 활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침묵으로서 대항하는 것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사람들: (큰 몸짓 하나 보이지 않고 상상도 못할 힘을 과시하고 있는 임금님의 활약에 눈만 꿈뻑거린다.) 신: (두 괴한을 힘으로 제압해 두고, 주변을 둘러본다. 저들을 더 닦달한다고 해서 당장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방법을 바꾸기로 한다.) 사람들: (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신을 바라본다.) 채경: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주변을 살핀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기(氣)는 탐지되지 않았다. 객점 주변에서 감지되는 기(氣)는 온전히 축제를 즐기느라 여념 없는 일반 백성들의 기(氣)뿐이었다.) 신: (객점의 주모를 향해) 객점 일을 봐 주는 사내아이가 누구냐? 주모: (당황하여 임금님이 자기에게 묻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사람들: (주모에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날려 보낸다.) 신: (주모에게 한번 더 물어보려 하는데..) 소년: (쭈볏거리며 앞으로 나선다.) 신: (열 대여섯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를 보며) 너냐? 소년: 예.. 예.. 폐.. 폐하.. 신: 내 앞으로 와라. 소년: (폐하 곁으로 오라는 명(命)에 기겁한다.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다.) 신: (태연한 표정으로 사내아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소년: (주모를 한번 봤다가 사람들을 둘러봤다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자 다시 임금님을 쳐다본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신 임금님을 보고 있으려니 오금이 저려 발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신: 시간이 없다. 소년: (침을 삼킨다. 발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임금님의 재촉에 더는 미룰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명을 따라 걸어갔다.) 신: (사내아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앞에 서자) 심부름 하나를 해 줘야겠다. 소년: (침을 꿀꺽 삼키고) 제가 말입니까? 신: 그래.. 소년: (두근두근) 신: 지금 당장 좌상 대감댁으로 가서 여기서 있었던 일을 알려라. 소년: 예??? (그런 중요한 일을 저보고 하란 말씀이십니까?) 신: (품에서 비단 손수건을 꺼내어 아이에게 건넨다.) 소년: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으로 손수건을 겨우겨우 받아 든다.) 신: (정신이 전혀 없는 소년에게 너무도 담담하게 해야 할 일을 일러 주기 시작한다.) 대감댁에 가면 대문 앞에 병사들이 도열해 있을 것이다. 이걸 내밀어 책임자에게 안내해 달라 해라. 소년: 예.. 예.. (거의 자동적으로 대답이 튀어 나온다. 그러나 제대로 듣고 있다곤 보이지 않는다. 그의 눈은 여전히 멍한 채 넋이 나간 듯하기 때문이다.) 신: 그리고 이곳으로 그들을 안내해서 데리고 와야 한다. 소년: 아.. 알겠습니다.. (손수건을 놓칠 세라 단단히 부여잡고 인사를 올리고 몸을 돌리려 하는데..) 신: 어딜 가느냐? 소년: 예?? 신: (멀뚱히 아이 보는) 소년: (눈동자를 굴리며) 저.. 저기.. 좌상 대감댁으로 가려구.. 신: (살짝 고개 내저으며) 내가 보내 줄 것이니, 움직이지 마라. 소년: ??? 신: 바닥에 떨어질 때 넘어지지 마라. 소년: 예??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다.) 사람들: ??!!!!!!!!!!!!!!!! 채경: (사람들이 공간 이동술에 넋을 잃고 있는 건 신경 쓰지 않고)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신: (그제서야 채경 돌아보는) 채경: (긴장한 표정으로 신을 올려다본다.) 신: 류대장이랑 월희에게 맡겨야지.. 채경: (복면의 괴한들을 흘끔거리며) 저들은.. 대체 누굴까요? 신: 글쎄.. 누군지는 몰라도 나와 그대가 누군지 알고 있는 자들임엔 틀림 없어. 거기서부터 시작해야겠지..? 채경: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요? (소름이 돋는지 몸서리친다.) 신: ‘그러게.. 대체 누가 이리 대범하게 나에게 칼을 들이대는 거지? 누구보다 내가 제일 궁금해.’ 채경: 헌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신: 일단 병부로 모두 데려갈 생각이야. 채경: !! 폐하! 저들은 이자들과는 무관한 사람들입니다! 신: 이자들과 상관 있어서가 아니라, 알아낼 게 있어. 채경: 무엇을요? 신: 소문의 경로.. 채경: 예??? 신: 거지촌 몰살에 대해선 나도 처음 듣는 얘기야. 근데 나도 모르는 얘기가 백성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어. 누가 이런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지 밝혀내야지. 도성 내에 퍼지고 있는 괴담들.. 이제 더는 그냥 둬선 안 될 것 같아. 채경: 소문뿐일 수도 있습니다. 신: 하지만 아무런 해명도 조사도 하지 않으면, 소문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말아. 침묵이 때론 긍정으로 생각될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더 이상 간과할 수가 없어. 채경: 헌데.. 도성 외곽을 정비하면서 철거한 곳이 있긴 있는 거예요? 신: 응.. 채경: (살짝 놀라는) 신: 그래서 더 무서운 거야. 적은 부분이지만 사실이 포함돼 있으니까.. 채경: 그 사실이 소문의 신빙성을 더해 주겠군요.. 신: 맞아.. 그래서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거야. 내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같아. 이제는.. 최정예 요원들을 풀어야겠어. 채경: ……………………………결국.. 오늘의 밤나들이는 들통나고 마네요.. 신: (픽) 채경: 대형사고 쳤다고 대비마마께 혼날 것 같습니다. 신: 난 귀한 딸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고 장인 장모님한테 혼날 것 같은데? 채경: (피식) 신: ^^ #2. 정토산 “지금 그걸 보고라고 하는 거야?” “송구합니다..” “잡히게 놔 두면 어떡해? 죽였어야지!” “임금의 방어막이 너무 막강하여 뚫을 수가 없었답니다. 더 시도하다간 잡힐 것 같아 도망치는 데 급급했답니다.” “하..” “……………………..어찌할까요? 저 녀석도 내상이 엄청난데.. 예까지 온 것만도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 줄까?” “..” “녀석들을 어디로 데려갔느냐?” “병부로 귀속시킨다 했답니다.” “바로 병부로 데려갔다~? 감시가 엄청나겠군..” “거기선 자결도 못할 겁니다.” “외부에서의 접근도 불가능하겠지..” “그들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너무 무모해.” “허면..?” “불가능하다 해도 궁으로 침투해야지.” “예??!!” “바깥에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 봐. 그게 안 되면 궁 내부인들을 이용해서라도 입을 막아야겠어.” “자칫 잘못하면 더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런 불안 요소를 안고 기다리기만 하는 건 더 위험해. 시행 날짜를 당기면 모를까.. 손 놓고 기다릴 순 없어.” “..” “헌데.. 생각해 보니 시행 날짜를 앞당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군.. 시간 끌어 봤자 얻을 게 없으니, 그리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하오나..” “동지들에게 알려야겠다. 붓과 종이를 가져와라.” “……………………………………………예..” #3. 사정전 저잣거리 객점에서 복면의 괴한들을 체포하고, 초동 수사를 지켜본 후, 객점 손님들까지 모두 데리고 궁으로 온 신은 부하들에게 사후 처리를 지시하고는 중간중간 조사 경위를 보고받으며 밤을 지새우고 오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피곤함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이틀간 궁을 비운 데다 그 전 이틀은 자느라 공백이 있어 보고를 받는 사이에 미뤄뒀던 업무가 밀려들어 그걸 처리하느라 쉴 수가 없었다. 육조를 비롯해, 내명부와 외명부, 심지어 할마마마까지 기다렸다는 듯이 신을 닦달해댔다. 왕의 일상이라는 것이 늘 보고를 듣고 판단하고 결정해 주는 것이라곤 하지만, 며칠 동안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온 터라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그런 건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인지, 신을 재촉하기 바빴다. 평소의 그와 다르다는 걸 알아 줄 이는 모두 다른 곳에서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어서, 신은 밀려드는 보고와 사람들에 둘러싸여 힘들고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피곤하고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생각지도 못한 방문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엔 ‘너마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으로 들어오는 월희를 보고, 미안하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상 객점 사건에 대해선 환익이 보고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월희의 등장이 의아했다. 해서, 심각한 얼굴로 들어서는 월희를 반갑게 맞이하질 못했다. 왜 밤에 다니는 네가 낮에 나타났냐는 성가신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러나 신의 불쾌한 표정에도 월희는 늘 그렇듯 무던한 표정이었다. 그저 오래 알아온 신이었기에, 그녀가 평소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저 아이가 저런 얼굴일 땐.. 정말 좋지 않은 일이라는 뜻이었다. 그 때문에 월희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더 반갑지 않았다. 피로가.. 몰려드는 것 같았다. 월희: (신 앞으로 와서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다.) 신: 무슨 일이야? (대뜸 이렇게 묻고 만다.) 월희: 폐하께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신: 특별한 게 나왔어? (객점 일이라 생각하고 이리 묻는다.) 월희: (일단 입술 깨무는) 신: ??? 월희: 그 일과 무관하진 않으나, 객점에서 붙잡아 온 괴한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신: 허면.. 무슨 일인데? 월희: 폐하께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신: ‘네가 송구스러울 게 뭐 있어?’ 월희: …………………………………부대원 둘이 살해 당했습니다. 신: !!!!!! (웬만해선 잘 안 놀라는 그도, 이번엔 꽤나 놀란다. 그림자 부대원 둘이 살해 당했다고? 진정으로 살해 당했다고? 그것도 둘이나?!!!) 월희: (폐하의 놀란 표정을 뵈니 더더욱 죄스럽다.) 송구합니다, 폐하.. 신: (당장 아무 말도 안 나온다. 환익이 이끄는 호위대도 운우국에서 최고로 일컬어지는 정예병들이지만, 바람처럼 움직이는 그림자 부대원들은 비밀 조직답게 역량 면에 있어서 비교도 안 되는 실력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단순한 검술, 활술뿐 아니라, 각종 비기(祕器)와 술법에 능통하고, 공력도 남달라 신출귀몰한 행적이 가능한 무사 중의 무사였다. 그래서 전국 각지, 국경 지방은 물론이고 타국으로까지 뻗어 있는 정보망은 세계에서 최고였고, 무적의 비밀 병기로서 맡긴 일은 실패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어떤 어려운 일도, 더러운 일도, 해내는.. 왕실 최고의 전력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둘이나 죽임을 당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다.) 월희: (두 손을 꼭 움켜 쥐는 폐하를 보고 당장은 말을 삼키게 된다.) 신: .. 월희: .. 신: ………………………………………..어떻게 된 거야? 월희: (신 보는) 신: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괴한들이랑 관계 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월희: (놀라셨지만, 괴한과의 연관성을 슬쩍 언급했던 걸 짚어내는 걸 보면 명민함을 잃진 않으신 것 같다. 해서..) 둘 다 취객 살인마를 쫓다 당했습니다. 신: (눈썹 꿈틀) 월희: 휴가에서 돌아온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구회암에서 내려온 아이들을 도성에 투입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영역을 정해 도성 시내 전역을 감시하게 했는데.. 웬일인지 그날로부터 그 많던 살인이 뚝.. 끊겨 버렸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상하다 생각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터지고 나니 둘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 ……………………………너희들이 투입되고 살인이 끊긴 게 관련 있다는 뜻이냐? 월희: 그런 것 같습니다. 신: 너희들을.. 노렸다는 거야..? 월희: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 (머리를 살짝 흔들며) 믿을 수가 없어. 너희들은 대외비야.. 조직은 알려져 있지만, 너희들 개개인을 알고 있는 이는 없어. 기껏해야 수장인 너랑 부수장인 미오 정도인데.. 어찌 너흴 공격할 수가 있지? 월희: 궐내에.. 첩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신: (도리질 하며) 그래도 이해가 안 돼. 좌상도 너희들에 대해선 잘 몰라. 조정 대신들 중 너희들을 알고 있는 이는 전무해. 근데 누가 너희들을 고발하겠어? 월희: (거기까진 자신도 모르겠다. 그저.. 자신들이 노출되었다는 것만 알겠다.) 신: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깨물며) 애들은 어떻게 죽었어? 월희: 취객 살인과 동일했습니다. 신: 사체에서 단서가 될 만한 건..? 월희: (고개 내젓는) 아직까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신: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촌락 일가족 살인 사건도 그렇고, 취객 살인 사건도 그렇고.. 이번 사건까지 흔적이 전혀 없어. 이상하다는 정황만 잡히지 물증이 없어.. 먼지 한 톨 안 나와. 녀석들 솜씨가 좋은 거야, 우리가 무능력한 거야? (조금은 멍한 얼굴로 자조적으로 말한다.) 월희: (폐하께서 스스로를 낮춰 자책하는 모습을 보니 민망하다. 본인이 모두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빨리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무능력함에 송구한 마음이 든다.) 신: (월희의 표정을 보고 안 좋은 일일 거라고 짐작했으나, 진짜 이런 보고를 받으니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눈을 감고 잠시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하는데..) 월희: 혹.. 이번에 잡은 녀석들의 소행이 아닐까요? 신: (월희 보는) 월희: 그들의 수가 얼마나 되고,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에 잡힌 자들처럼 고도로 훈련된 자객들임에 분명합니다. 신: (그렇겠지.. 너희들을 한방에 죽일 수 있는 자들이라면.. 엄청난 고수들이겠지..) 월희: 취객 살인마, 부대원들을 죽인 살임범, 그리고 폐하와 중전마마를 노린 그놈들.. 동일한 무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 (자기 생각도 그렇다. 각기 다른 짓을 저질렀지만, 모두 같은 이들일 것 같다.) 범인은 잡았는데.. 그 자들이 누군지, 목적이 뭔지는 모른다..? 정말 바보 같은 상황이군.. 월희: 하지만 기회는 있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살해한 걸 보면, 살인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걸 역이용하는 방법이 있을 듯합니다. 신: 취객이 아니라 우릴 대상으로 삼았다면, 그건 상당히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야. 월희: (신 보는) 신: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편차는 존재할 거고, 그 중 우리에게 당하는 놈들도 나올 테니까.. 월희: 해서.. 감시를 멈추지 않으려구요.. 신: 그래.. 위험 부담이 크지만, 기회가 올 수도 있는 거니까.. 월희: 그렇다면 폐하..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신: 뭔데? 월희: …………………………………….비약(祕藥)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신: (눈썹 꿈틀) 월희: (결연한 표정으로 신 보는) 신: 그건..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월희: 어차피 놈들의 칼에 죽으나, 비약이 잘못돼 죽으나 매한가지입니다. 하지만.. 비약으로 인해 살아날 가능성도 있으니..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신: (고민하는) 월희: (숨 죽이며 신의 윤허를 기다리는) 신: .. 월희: .. 신: …………………………………….오늘밤에 명운산으로 갈 아이를 내게 보내라.. 월희: !!!!!!!!! 폐하..! 신: (시선 돌리며) 나한테 이연에게 도와달라는 청을 넣게 한 거.. 잊지 않을 거다.. 월희: (폐하의 윤허에 성은이 망극하다. 어려운 결정이셨을 텐데, 이리 빨리 결심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 비약은 이연님에게서만 구할 수 있었다. 그 또한 왕가 외에 알고 있는 이가 거의 없는 비밀이었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복용하면 혈(血)을 전복시켜 되살린다는 비약은, 폐하의 말씀대로 잘못하면 그대로 명운이 다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었다. 하지만, 아예 죽을 길밖에 없는 것보단 비약이라는 극약 처방이라도 할 수 있다면.. 사지에 몰릴 부하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았다.) 신: 사체 부검에 신경 쓰고, 이번에 잡아들인 놈들에게서도 절대 눈 돌리지 마라. 월희: 예! “폐하~ 호위대장님께서 드셨습니다.” 신, 월희: (성내관의 말에 문 밖을 바라보는) 월희: 그럼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신: 그래.. 무슨 일 생기면 바로바로 보고하고.. 월희: 예.. (허리 숙여 인사 올린 뒤 물러난다.) 신: (문 밖을 향해) 들라 하라~ 환익: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월희: (방 밖을 나서다가 환익과 눈이 마주친다. 이에 인사를 하고 스쳐 지나간다.) 환익: (이 환한 대낮에 월희가 대전에 있자 약간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나 이내 정신 차리고 신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는다.) 신: (월희의 보고는 잊자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어떻게 돼 가고 있어? 환익: 객점에 있던 사람들의 취조는 끝이 났습니다. 신: (그나마 여긴 진전은 됐군.. 조금은 안도하며) 건질 건 있었어? 환익: 일단 그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는 자들은 신원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귀가 조치시켰습니다. 신: 소문의 출처는 좁혀졌어? 환익: 아직은 사람이 몇 명 되질 않아서 겹치는 구석이 없었습니다. 신: 그럼 이들에게 말을 전했다는 자들을 찾아봐야겠구나. 환익: 예.. 이미 애들을 급파했습니다. 신: 말이 새어 나가지 않게 입단속은 했겠지? 환익: 예.. 소문의 출처를 찾는 일은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신: 그래.. 밖에선 암살 시도를 한 괴한들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만 알려지도록 만전을 기해라.. 환익: 알겠습니다, 폐하.. 신: 그리고, 그건 알아봤어? 환익: 예.. 도성 외곽 정비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 중 두 군데서 거지촌이 불타 없어졌더군요. 신: 두 군데..? 환익: 예.. 정토산 아래 부근과 서대문 밖 율성 마을에 형성돼 있던 거지촌이 완전 불타 없어졌습니다. 신: 헌데 어찌 보고가 안 올라온 거야? (살짝 역정이 난다.) 환익: 그것이.. 각 관아에까진 전달됐으나, 거지촌은 볏짚으로 집을 지어 화재가 빈번한 데다, 거지촌이 불탔다고 해서 궁에 보고해야 할 사안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또한 관할하는 관아가 다르다 보니, 이것이 연속된 사건이라는 걸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신: (답답하다. 정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답답한 건 답답한 거였다.) 사건 현장은 어땠어? 환익: 시일이 좀 지난 터라 현장 보존 상태가 좋질 않았습니다. 시신은 모두 수습되어 화장된 후였고, 신분 확인은.. 안 했다더군요. 신: (눈썹 꿈틀) 뭐라? 시신의 신분 확인을 안 했다고? 환익: 예.. 거지촌에 있는 자들은 민본(民本)에 등록되지 않은 자들이 많아,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합니다. 또한 거지촌 자체가 몰살된 상태에서 거기서 누가 살았는지 확인해 줄 사람을 찾을 길도 없었구요.. 신: 그렇다고 전부 화장해 버리면 어떡해? 이렇게 되면 우리가 증거 인멸을 도와준 꼴이잖아? 환익: (폐하께서 답답해 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역정 낸다고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한숨을 쉴 뿐이다.) 신: (한숨 쉬며) 현장에서 특이한 점은? 환익: 불은 거지촌만 태우고 주변으로 번지진 않았더군요. 소문대로.. 일시에 불이 꺼진 듯했습니다. 신: 하늘에서 비를 뿌린 것처럼 한꺼번에 진화됐단 말이야? 환익: 예.. 신: (그건 좀 이상하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동원되어야 그렇게 많은 물을 뿌릴 수 있을까? 요즘 같은 건기에 그 많은 물을 어디서 끌어들였을까? 그리고.. 그렇게 끌 거면 왜 불을 지르는 방법을 택했을까? 차라리 칼로 베어 버리면 그만인데.. 불을 지르고 진화하는 수고를 왜 했을까?) 환익: 또 하나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신: (환익 보는) 환익: 여전히.. 엄청난 물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신: (눈썹 꿈틀) 환익: 땅이 팰 정도로 엄청난 물 웅덩이였습니다. 신: 땅이 팰 정도라고? 환익: 예.. 그런 건 홍수가 심하게 났을 때나 생기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게 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신: (생각에 잠기는) 환익: (신 보는) 신: ……………………………………어쩌면.. 불이 주(主)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환익: 예?? 신: 현장에 나가 있는 녀석에게 철저히 조사하라고 일러라. 어느 것 하나 빼놓지 말고 기록하라 하고.. 환익: 예.. 신: 또 정비 지역 중 거지촌이 있는 곳은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하고.. 환익: 알겠습니다. 신: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한숨이 가슴을 다 채운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환익에게 확인받아야 할 것이 남았다.) 그 자들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지? 환익: (무슨 말인가 했다가 이내 알아듣고) 예.. 아직 진전이 없습니다. 신: 고문을 한다고 입을 열 녀석들이 아니다.. 환익: (자기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순순히 묻는 말에 대답하라고 다그치기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신: 방법을 바꿔 보자. 환익: ??? 신: 어차피 고도의 훈련을 받은 녀석들이고, 충성도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녀석들일 것이다. 당장 입을 열지 않을 게 분명해. 환익: 해서요? 신: 저 녀석들을 미끼로 써 볼까.. 한다. 환익: 예?? 신: 저들이 살아 있다는 건 적들에게 어마어마한 위협이 될 것이다.. 아무리 조무래기라 해도, 빌미가 제공될 여지가 있다는 건 위험할 테니까.. 환익: 허면..? 신: 저들은 산 채로 둔다! 그리고, 저들을 죽이러 오든 구하러 오든, 어떤 식으로든 접근할 놈들을 잡는다! 환익: (입술 깨무는) 신: (자신의 계획이 만족스러운지 미소가 떠오른다.) 환익: 접근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 (환익 보는) 환익: 병부에 귀속된 죄인을 구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건 운우국 전체가 아는 사실입니다. 신: 그럼에도 시도해 볼 수밖에 없는 게 저들의 상황이다.. 환익: 하오나 저들도 예상치 못한 사실이 또 있지 않습니까? 신: ??? 환익: 폐하께서 궁에 쳐놓은 결계.. 그걸 뚫고 들어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신: .. 환익: 저리 좋은 증인을 잡아 놓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건.. 신: 아까운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시간을 끌어서 우리한테 나쁠 건 없어. 환익: 어찌해서요? 신: 어차피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우리야. 조급한 건 놈들이고.. 해서, 저들을 살려 두기만 해도 충분히 놈들을 흔들 수 있어. 운이 좋아서 궁에 침입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 그러니 해 볼만 해. 환익: 자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신: 그건 나한테 맡겨. 숨만 끊어지지 않게 붙잡아 둘 테니까.. 환익: (자신은 상상도 못하는 술수를 부려 주실 거라고 짐작하고 토 달지 않는다.) 신: 이리 되면 무영국 사절단엔 네가 빠져야겠다.. 환익: 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신: 너 말고 누굴 보낼지 생각해 봐. 환익: 알겠습니다. 신: 나한테 더 보고할 거 없지? 환익: 예.. 드릴 말씀은 모두 고했습니다. 신: 그럼, 나 자리 비운다~ 환익: 어디 가시게요? 신: 중전한테.. 환익: 아.. 중전마마요.. 신: 어제 그렇게 헤어지고 얼굴도 못 봤어. 궁금해할 것 같아.. 환익: (채경의 성정을 알고 있다 보니 채경이 지금 어쩌고 있을지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런 채경을 달래 주려는 폐하의 배려도 알 것 같다. 두 분 금슬이 어찌나 좋은지.. 온몸이 가려울 지경이다.) 신: 급히 연락할 거 있으면 교태전으로 와. 환익: 예.. #4. 교태전 객점에서 일이 터지고 수습할 병사들이 몰려 왔을 때, 채경은 일찌감치 궁으로 돌려보내졌다.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해 봤으나, 신은 그곳이 안전하지 않다 생각했는지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채경은 야심한 시각, 부모님께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곧장 궁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사태가 중한 만큼 신의 결정에 반대할 순 없었다. 폐하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일 테니까.. 그곳에 채경이 얼쩡대고 있으면 신경 쓰이기만 할 뿐, 도움될 것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환궁한 채경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해서 자지 않고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신은 돌아오지 않았고, 뒤늦게 강녕전에서 연통이 왔다. 채경 뒤를 이어 환궁한 폐하는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오지 못할 것 같다 하셨다. 폐하의 말씀을 전하러 온 성내관을 붙들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를 물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것은 나오지 않았다는 평이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또한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교태전에서 계시라는 명(命)에 삐죽 날이 섰다가, 자신까지 폐하를 신경쓰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러겠다고 대답해 주고 말았다. 날이 밝은 후에 잠깐 눈을 붙인 채경은, 사시(巳時), 그 사이 연통이 온 것이 없나 알아본 후, 없는 입맛이지만 밥을 챙겨 먹고 점심을 맞았다. 갑자기 떠 버린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막막해 하던 채경의 눈에 서신이 띄었다. 지난 며칠간은 폐하 잠 수발에, 친정행으로 인해 서신을 챙겨 볼 시간이 없었는데, 그동안 채경 앞으로 온 서신이 꽤 쌓인 듯했다. 해서 서신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마마.. 폐하 드십니다.” 채경: (나인의 말에 고개 든다.) 신: (드르륵 열린 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며) 뭐 해? 채경: (자리에서 일어나 신을 맞는다.) 신: (채경에게 다가가며) 뭐 하고 있었어? 채경: (앉은뱅이 책상 앞에 어지러이 놓인 서신들을 내려다보며) 서신들을 좀.. 보고 있었습니다.. 신: (채경의 대답에 서신을 눈으로 훑는) 채경: 연통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무척 바쁘시다 들었는데.. 신: (채경이 앉아 있던 상석으로 가 앉으며) 바빠.. 채경: (신 옆으로 물러나 앉으며) 헌데 어찌.. 신: 잠시 숨 좀 돌리려고.. 채경: (신 보는) 신: (채경 보며) 근데.. 아무것도 안 물어보네? 채경: .. 신: 평소 같으면 나 보자마자 이것저것 물어봤을 거잖아. 근데.. 오늘은 왜 이리 조용해? 채경: .. 신: (이렇게 묻는데도 아무 대꾸하지 않자, 정말로 의아한 표정으로 채경을 바라본다.) 채경: (신의 시선을 피해 다른 곳을 쳐다보는 척한다.) 신: 무슨 일이야? 채경: .. 신: 무슨 일 있어? 채경: 별일 아닙니다. 신: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네..) 나한테 말 못할 일이야? 내가 몰라도 되는 일이야? 아님.. 내가 몰랐으면 하는 일이야? 채경: (신 보는) 신: 내가 모르고 지나치길 바랬다면, 평소처럼 굴었어야지.. 왜 이렇게 다르게 행동해서 사람 신경 쓰이게 해? 바쁜데도 당신이 걱정하고 궁금해 할까 봐 사정 얘기 해 주려고 여기까지 온 사람 민망하게.. (나도 엄청 피곤하다구..) 채경: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신: (채경 보는) 채경: 그냥.. 기분이 좀.. 안 좋아서요.. 신: 왜 기분이 안 좋은데? 피곤해? 어제 일 때문에 충격 받았어? 채경: 그게 아니라.. 좋지 못한 소식을 들었어요. 신: (예상 외의 대답에 고개 갸웃) 무슨 소식..? 채경: (신 보는.. 질문에 대답을 하려다가 말을 삼킨다.) 신: ??? 채경: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그 아이.. 신: ‘무슨 아이?’ 채경: 폐하께.. 자기 먹던 개떡을 건네 줬던 그 아이가 죽었답니다. 신: !! (그걸.. 어디서 들은 거야?!) 채경: 그날.. 그 밤에.. 부모와 함께 불에 타 죽었다더군요. 신: 누구한테 들었어? 채경: (신 보는) 신: 누가.. 얘기해 준 거야? 채경: ……………………………….알고.. 계셨습니까? 신: …………………………….응.. 채경: (하..) 헌데 왜 얘기 안 해 주셨습니까? 신: 들으면 이럴 것 같아서.. 채경: .. 신: 그대는 몰랐으면 했어. 채경: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행동하셨습니까? 신: ……………………………비꼬는 거야? 채경: 아니오.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서요.. 신: ??? 채경: 대비마마께서 궁에서 잘 지내려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선 안 된다 하셨는데.. 저는 아직 갈 길이 먼 듯합니다. 신: .. 채경: 일면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람도 아닌데.. 그 아이의 처참한 죽음이 제 기분을 이리 크게 좌우할 줄 몰랐습니다. 신: .. 채경: 그 아이 가족의 죽음과 관련해 불경한 소문도 돌고 있다던데.. 혹, 그것도 알고 계십니까? 신: (하..) 누가 그런 얘기까지 한 거야? 채경: (그 또한 알고 계셨군요. 저 혼자 뒷북인 거군요.. 연이가 그 일에 대해 저더러 속상해 하지 말라는 위로의 서신을 보내지 않았다면, 저는 평생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겠군요..) 신: 소문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 큰일 아니니까.. 채경: 백성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는데.. 그게 어찌 큰일이 아닙니까? 신: 사실이 아니라고 밝힐 날이 올 거야. 채경: 지금이라도 당장 해명하십시오. 신: 그런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끝이 없어. 왕실에 대해선 불만 어린 목소리도, 경외감으로 인해 비롯된 얼토당토않은 환상담도 늘 있어 왔어. 그러니 신경 쓰지 마. 채경: 하오나.. 신: 그대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는 거 싫어. 채경: (말 삼키는) 신: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날 믿고 기다려. 채경: .. 신: 도움이 필요할 땐.. 도와달라고 할게. 그땐 기꺼이 도와줘. 채경: (신 보는) 신: 당신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채경: 저 달래려고 하는 말이 아니구요? 신: (도리도리) 당장 모레에도 당신 도움이 필요해. 채경: ??? 신: 이틀 후에 추계사냥이 있을 거야. 상궁부에서 전해 들었지? 채경: 네.. 수랏간에서 연회를 준비해야 한다 해서 보고 받았습니다. 신: 그래.. 거기엔 문무백관들이 거의 다 참석할 거야. 제례를 제외하곤 왕실에서 제일 큰 행사 중 하나지.. 채경: 헌데.. 추계사냥은 왜요? 신: 미끼를 던져 보려고.. 채경: ??? 신: 그날.. 그들이 움직여 준다면, 실마리를 또 하나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채경: 허면..? 신: 응.. 희연 공주를 잡으려고 그대가 썼던 방법.. 이번에 써 보려구.. 채경: (침 삼키는) 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대가 할 수 있는 치유법은 다 준비해 줘. 채경: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을 거란 말씀입니까? 신: 사상자가 발생해 준다면 나로선 고맙지.. 놈들이 움직였다는 뜻이니까.. 채경: !! 신: 공식적으로 활이 난무하는 기회야. 내가 놈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야. 채경: ………………………….왕실을 노리는 거라.. 확신하시는 겁니까? 신: 응.. 이제는 확신해. 채경: 그럼 너무 위험한 도박입니다. 신: 아무것도 안 하고 숨어만 있으면 적도 안 움직일 거고, 그러면 수사는 제자리걸음일 거야. 채경: (입술 깨무는.. 지난 번 암살 사건의 미끼가 되겠다고 할 때 자신이 했던 얘기를 고스란히 돌려 주는 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신: (채경의 눈빛 읽어 내고는)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소신대로 밀어부친 사람은 그대잖아~ 채경: (그래서 할 말이 없다. 지은 죄가 있으니, 더 강하게 반발도 못하겠다.) 신: (위험한 도박을 앞두고 있지만, 당장은 채경이 답답해 하는 게 재미있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겪어 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때 그렇게 말리던 자기를 대의와 명분을 내세워 아무 말도 못 하게 했던 채경이, 이제는 반대 입장이 되어 걱정으로 손발이 오그라들 걸 생각하니 유쾌하기까지 하다. 아~ 이렇게 심술 맞아지면 안 되는데.. 대장부로서, 왕으로서, 더 너그러워야 하는데..) 채경: (입술 삐죽 내민 채) 저도.. 사냥하나요? 신: 어??? 채경: 사냥에 참가할 수 있냐구요.. 신: 아니.. 채경: 못해요? 아니 왜요? 신: 위험하니까.. 채경: 그럼 저는 가서 뭘 할 수 있는데요? 신: 안주인으로서 추계사냥에 참석한 사람들을 대접해야지.. 채경: 자리만 지키면 되는 거예요? 신: 그게 더 힘들어. 지루하고 불편한 사람들이 잔뜩 있을 거라.. 채경: (사냥에 안 나서는 신료들은 전부 내 차지란 말인가? 아, 이거 쉽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 아직 대신들 얼굴도 다 못 익혔는데, 큰일이네.. 최상궁을 바로 뒤에 붙여 둬야겠어. 이름이 틀려서 실수하는, 그런 바보 같은 일은 절대 해선 안 돼!) 신: (갑자기 말 없이 의지를 다지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채경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가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걸 보면 재미있다. 표정이 어찌나 다양한지.. 늘 무표정 아니면 비죽이는 미소만 지었던 그에게 다채로운 표정의 소유자 채경은 굉장히 신선했다.) 채경: (신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아 눈을 돌려 그를 보는데..) 신: 생각은 다 끝난 거야? 채경: 예??? 신: 그럼 나 배 고픈데.. 밥 좀 줘. 채경: 밥이요? 신: 응.. 그대랑 밥 먹고 싶어. 채경: (뜬금 없이 밥이 먹고 싶다 하시니 생각나는 게 있으신가 해서) 먹고 싶은 게 있으세요? 신: 국밥.. 채경: ??? 신: 어젯밤에 먹다 만 국밥.. 그거 같이 먹자. 채경: (신 보는) 신: 객점에서 파는 것처럼 거친 맛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후원에라도 나가서 먹으면 객점 분위기는 낼 수 있지 않겠어? 채경: …………………………그것이.. 신경 쓰이셨습니까? 신: 조금.. 채경: .. 신: 시간 별로 없어. 얼른 밥 먹고 나가봐야 돼. 채경: 예.. 밑에 이르겠습니다. (손수 나가서 얘기를 전하고자 일어서려고 하는데..) 신: (채경의 손목을 잡는다.) 채경: (돌아보는) 신: (책상에 시선 향한 채) 미안해.. 채경: ??? 신: 그대한테 그 일 숨긴 거.. 채경: .. 신: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마음에 담아 두지 마. 그대가 그러면 내가 숨긴 보람이 없어. 채경: …………………………예.. 마음에서 비우겠습니다. 그러니 잘 해결해 주십시오.. 신: ………………………………..^^ #5. 정화산 국왕 부부를 위해 마련된 임시 천막은 두꺼운 휘장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정화산 사냥터 초입의 너른 공터 구석에 설치된 천막에는, 신과 채경이 마주하고 있었다. 채경은 신의 복장을 점검해 주고 있었는데, 허리 끈이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아 다시 매 주는 중이다. 신: 사람들하고 절대 떨어지지 마. 채경: (매듭 묶다가 신 보는) 신: (채경 똑바로 쳐다보며 경고하듯)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있지 마. 채경: 사냥 안 하고 여기 남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혼자 있는 게 훨씬 힘들 거예요. 신: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흘려 듣지 마. 여긴 워낙 넓어서 방어막도 구축할 수가 없어. 채경: 그렇게 걱정이시면 저 여기 가둬 놓고 가세요. 신: 뭐?? 채경: 이 천막에 방어막 쳐놓고, 외출 금지 명(命)하고 가시라구요.. 신: (입술 내미는) 채경: 그렇게 못 하시겠죠? 그럼, 믿고 다녀오세요. 솔직히 저보단 폐하가 더 걱정이에요. 신: 난 괜찮아. 채경: 저도 괜찮아요. 저, 보통 여자 아니잖아요. 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걱정돼. 또 무슨 일 터지면 남들 앞에 나설 거잖아. 채경: 등 뒤로 숨는 아내.. 싫으시잖아요. 도움이 필요한 이한테 손 내미는 아내.. 좋아하시잖아요. 신: (머리로는 그런데, 가슴으론 인정하기 힘들어. 내가 벌린 판이라, 더 신경 쓰이구.. 만에 하나 그대가 잘못되면 난.. 난..) 채경: (신이 더 애먼 생각을 하기 전에 매듭을 다 묶은 티를 팍팍 내며 뒤로 물러난다.) 다 됐어요~ 신: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채경 보는) 채경: (밝은 목소리로) 저랑 한 약속.. 잊지 않으셨죠? 신: 사냥 끝나고 이연 스님한테 가기로 한 거..? 채경: 네.. 그거 기대하고 있을게요. 신: ‘그래.. 그거 기대하고 기분 좋게 기다리고 있어.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대한텐 아무 일 없을 거야..’ “폐하.. 준비가 끝났습니다.” 신, 채경: (환익의 부름에 서로 쳐다본다. 그리고는 천막 밖으로 걸어 나온다.) 밝은 햇살이 너무 청명한 가을 날이었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맑은 날이었다. 적당한 바람과 적절한 기온, 사냥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은 없을 것 같았다. 방금 전 추계사냥을 축원하고 무사고를 기원하는 약식 제례를 올리고 난 후였다. 이제는 본격적인 사냥에 들어가야 할 때였다. 이에 사냥꾼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폐하께서 손짓 하고 나팔소리가 울리기만 하면, 최고의 사냥터에서의 사냥이 시작될 것이다. 평소에는 개방되지 않는 왕실 사냥터이다 보니, 정화산에 대한 동경은 실로 대단했다. 산세가 험하고 영기도 풍부해 위험천만했으나, 극한을 즐기는 사냥꾼들에겐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래서 무관을 비롯해 활 솜씨에 일가견이 있는 문관들도 꽤 많이 사냥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신: (본능이 꿈틀대는 사냥꾼들을 더 이상 붙잡아 둘 수 없을 것 같아 수신호를 보낸다.) 나팔수: (임금의 신호를 받아 나팔을 길~~~게 분다.) 사람들: (나팔 소리에 모두들 타고 있던 말에게 발길질을 해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채경: (처음 보는 장면이라 신기한 듯 구경한다.) 신: (달려가는 부하들을 쳐다보다가 채경을 돌아본다.) 채경: (신과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어 보이며 안심시킨다.) 신: (채경의 미소에 힘을 얻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멀어지고 있는 부하들을 쫓아간다.) 환익: (신의 뒤를 바짝 쫓아 호위하며 달려간다.) 채경: (멀어지는 신을 보며) 말을 타시네.. 최상궁: 오늘은 사냥 대회를 독려하는 게 목적이시니까요.. 채경: 그래도.. 기대했는데.. 최상궁: 폐하께서 며칠간 침수도 제대로 못 하신 거 아시면서 그리 말씀하십니까? 채경: 폐하는 천하무적이잖아요. ^^ 최상궁: (철 없는 중전마마의 대답에 고개를 내젓는다.) 채경: 이제 안방마님으로 변신해 볼까요? 최상궁: 예??? 채경: 남아 있는 사람들을 다 건사해야 된다면서요~ 그럼 제가 안방마님이잖아요. 최상궁: 마마~ 채경: ^^ 따라와요. 나 대신들 이름 다 못 외웠어요. (하면서 씩씩하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최상궁: (어디서 저런 무모한 자신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궁금해 할 시간은 별로 없었다. 이미 채경이 호조의 품계 높은 대신과 대화를 시작하셨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꽁지 빠진 강아지마냥 바쁘게 돌아다니게 될 것 같다.) 잠시 후.. 신: 수상한 거 없지? 환익: 예.. 이 주변에 수상한 기색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신: (생각에 잠기는) 환익: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전나무 숲을 휘둘러보며 기색 탐지를 계속한다.) 신: ……………………..오늘.. 안 올 건가? 환익: 가능성은 희박했습니다. 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성공하면 엄청난 이득이 될 거야. 환익: 허나, 정화산은 산 자체가 천연 방어막 구실을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처음 들어오는 이들은 대부분 기를 뺏기는 영험한 곳입니다. 산의 정기가 모여 있는 산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힘은 더 강해지구요.. 신: (그렇긴 하지만.. 뭔가 느낌이 왔었는데.. 내가 그자들을 너무 과대평가했나?) 환익: 저도 여기선 정신을 잃을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머리를 흔들며 스스로를 자극한다.) 신: .. 환익: 그냥.. 사냥을 즐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동안 일도 많았는데, 사냥으로 울화를 달래 보심이.. 신: (갑자기 눈이 커지는) 환익: ??? 신: (뭔가 스쳐 지나간 생각이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환익: 폐..하..? 신: 사냥꾼들이.. 목표가 아니었다.. 환익: 예??? 신: 산 중심으로 들어와선 승산이 없어. 근데 난.. 산 중심으로 들어왔어. 그리고.. 산 가장자리엔..! (고개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는) 환익: (어리둥절한) 신: 중전이 위험하다! 환익: ??!! 그 시각, 산 가장자리에 마련되어 있는 연회장에는 적절한 음주가 가미되어 분위기가 달아올라 있었다. 오고 가는 술잔 속에 웃음이 터지고, 경직돼 있던 분위기가 무너지며 흥겨운 잔치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궐에서는 딱딱하게만 보이던 대신들도 바깥에서 보니 그저 아버지와 비슷한 어르신들로 보였다. 그래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안해진 채경은, 안방마님 역할도 술술 잘 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이 지긋한 한 대신이 권한 술 한 잔에 얼굴이 붉어져, 그걸 수습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떴다. 채경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안심하고 취한 얼굴을 수습할 곳은 천막밖에 없었다. 따라 들어오겠다는 최상궁을 천막 밖에 떼어 놓고 힘차게 휘장 안으로 들어선 채경. 들어서는 순간, 낯선 기(氣)를 감지하고 경계 태세를 갖추는데..! 채경이 돌아본 그곳에, 복면을 쓴 괴한 셋이 채경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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