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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드라마

[스크랩] <상상소설>왕(王)의 여자(47) 숨가쁜 꼬리 추격기

 

채경이가 지난 편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때때로 소설 쓰다가 제가 상상하는 건데도 심장이 쿵 떨어질 때가 있는데요,

지난 번 채경이의 대사가 떠올랐을 때 그런 경험을 했더랬습니다.

어찌됐든 채경이가 신이한테 재미있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신이의 반응이, 대답이, 여러분들의 예상과는 많이 다를 거예요.

범인과의 연계성도.. 글쎄요, 관련 없진 않지만.. 직접적이진 않아서.. (대체 뭔 소린지!)

하여간 신이의 반응과 대답이 영~ 뜨뜨미지근해서 실망할 것 같아

저는 또 이렇게 글만 올려놓고 후다닥 도망가려구요.. --;;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진도 빼고 있는데, 놓치는 부분이 넘 많습니다.

쓰면서 허걱해서 썼던 글을 다시 고쳐 쓰기도 다반사예요..

나쁜 머리로 범인을 꽁꽁 숨겨 놓으려다 보니, 손발이 고생이네요..

여하튼 이번 편도 즐감해 주시구요.. 저는 다음 편도 열심히 써서 갖고 올게요.

 

 

꽃녀한구, 에메랄드, sunrainmom, kaeit, 미래소년코난, 좋은꿈, 로사리오, ♡사랑스런뒈갈♡, 연꽃, 야구광,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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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s, 소리새, 별이, 아로아, 보리수, 큰손, 노랑병아리, 하늘바라기, Jean, 햇살 가득한 대감님까지..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쏭기자의 최근 일상(뻘글이니 그냥 패스하셔도 됩니다..)

1>아이리스 본방 사수, 미남이시네요 재방 사수. 수목 드라마를 동시에 보느라 참 바쁜 몇 주였어요.

미남이는 간만에 보는 로맨틱 코미디라 맘껏 웃으면서 봤어요. 간간이 신이 삘 나는 태경이 보며 혼자 실실 웃고~

이번 주부터는 아이리스에만 집중할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고.. 꽃돌이들 못 봐서 아쉽기도 하고.. 그러네요.

 

2>예전부터 배우로서 좋아해 온 이병헌에 다시 홀릭되어, 8년 전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을 찾아서 봤어요.

그 유명한 최지우의 실땅님이 그 실장님이었다는 걸 알고는 아~ 그랬었구나.. 했다는.. 실땅님, 정말 멋졌어요.

나쁜 남자가 섹시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고, 스킨십이 남다르신 이배우의 포스가 여전해 보는 재미가~~ ^^

 

3>오랜 만에 열심히 소설 쓰고, 미남이랑 아름다운 날들 보느라 컴터 앞에 줄창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

요통에 시달리면서도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없는 현대인의 고통을 줄기차게 체험하고 있는 쏭기자입니다..

 

 

**쏭기자를 대신해 파일 올려 주신 라니냐 대감님.. 고맙습니다.

번거로운데도 번거롭다 안 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고마운 마음은.. 성실한 연재로 보답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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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숨가쁜 꼬리 추격기

 

 

 

 

 

 

#1. 계곡

 

 

 

졸졸졸졸 흘러 내리는 물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계곡..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만 있는 두 사람..

 

채경은 자신이 던진 질문이 너무도 불경스러워 뒤늦게 숨을 고르고 있고,

신은 채경이 던진 질문에 생각이 많아진 탓인지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 중이다. 

 

 

 

채경: (어쩌면.. 물어서는 안 되는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궁금해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고, 다른 사람을 통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알아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폐하께선 시름에 잠긴 듯 생각에 잠겨 버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그녀의 입장에선 폐하의 답을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 (채경이 안절부절 못하는 것과 달리, 불경하다고는 생각지 않고 그저 생각 중이다. 채경이 물었다. 자신의 다음 후대가 누가 될지에 대해.. 솔직히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는지.. 되려 그게 더 놀랍다. 자신은 혼인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왕가의 씨는 완전히 말라 버린 상태였다. 그의 뒤를 이을 후사는.. 오리무중인 상태였다. 그럼에도 후사를 걱정하는 할마마마의 마음도 못 본 척하고 살았다. 운우국이 망하길 바란 게 아니라면 그래선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는 채경과 혼인하게 되었다. 혼사에 관심이 없었던 덕분에 채경을 만났을 때 정비(正妃)가 공석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고민해 봐야 할 일이었다. 아니, 염두에는 두고 있었어야 했다.)

 

채경: (신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죽을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사죄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 ………………………………..다음 왕위가.. 누구냐고 물었나..?

 

채경: (침 삼키는.. 신이 입을 열자 심장이 세차게 뛰는..)

 

: (채경 보는)

 

채경: (조심스레) 기분.. 나쁘세요?

 

: (도리도리) 아니..

 

채경: 제 질문이.. 무례하진 않으세요?

 

: 아무도 나한테 대놓고 물어본 적 없는 질문이긴 한데.. 무례하다곤 생각 안 해. 근데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 난 그게 더 궁금한데..?

 

채경: 그냥.. 오늘 그런 일 겪고 나니까.. 만일의 사태라는 것도 있지 않나 싶어서요..

 

: ? 혹시 그대와 나 둘 중에 잘못돼서 후사를 못 남길까 봐 걱정돼?

 

채경: 폐하!!

 

: 걱정 마. 그럴 일은 없으니까..

 

채경: 하오나..

 

: 나의 후대는 그대가 낳은 내 아들이 이을 거야.

 

채경: (말 삼키는.. 일단은 무수히 튀어 나오려는 말을 꾹 눌러 내리는..)

 

: 사람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헌데, 왜 그대가 다른 생각을 해? 

 

채경: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그래요. 어쩌면 이런 일을 꾸미고 있는 자가..

 

: 다음 왕위와 관련된 자일 것 같아?

 

채경: …………………………………... 어쩌면요..

 

: 다음 왕위를 이을 왕족은 없어.

 

채경: 그래서 여쭙는 거예요. 그 어디에서도 왕위 계승자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는데..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니에요?

 

: (채경 보는)

 

채경: 이건.. 그러니까 음.. 후사가 없는 이상, 운우국의 대()가 여기서 끊긴다는 뜻.. 아니에요?

 

: ..

 

채경: 운우국의 명운이.. 위태로운 거.. 아니에요?

 

: …………………………………………..우리 중전께서 이제서야 정세를 읽기 시작하셨네~

 

채경: ???

 

: 할마마마께서 걱정하신 게.. 지금 그대가 걱정하는 연유와 같아.

내가 혼례를 치르지 않고 독신을 고집하고 있을 때.. 우려는 더 심각했어..

지금도 말씀은 안 하시지만, 그대의 회임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실 거야.

 

채경: (숨 삼키는)

 

: 그래.. 어쩌면 지금은.. 운우국의 명운이 위험한 때인지도 몰라.

난 아직 젊고 건강하지만, 여전히 후사가 없는 상태야. 근데 역적 무리가 창궐했어.

자칫 잘못해서 내가 죽기라도 하면 남은 왕족은 할마마마와 그대밖에 없어.

그런데 두 사람 다.. 후사를 생산하긴 어렵잖아.. 그렇게 되면..

 

채경: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 왕가의 피를 이어받은 남자를 찾아야 할 거야.

 

채경: 왕가의 피를 이어받은 남자라니요?

 

: 말 그대로 왕가의 혈통을 이은 남자..

 

채경: 그 사람을 찾아 왕위에 올린단 말씀이세요? 적통 후계자가 아니라도?

 

: ..

 

채경: 그래도 돼요?

 

: 솔직히.. 지금도 그래야 해.

 

채경: ??

 

: 어느 왕가나 계승 서열은 정해져 있어야 해. 현왕(現王)이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채경: 허나..

 

: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후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후계가 없는 왕실은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불안하니까..

 

채경: 헌데.. 왜 다들 아무 얘길 안 하는 건데요?

 

: 내가 무서우니까..

 

채경: ??

 

: 내가 어떻게 보위에 올랐는지는.. 알지?

 

채경: ..

 

: 보위에 오르는 순간이.. 나한텐 영광스러운 기억이 아냐. 아니, 지금도 몸이 떨릴 만큼 분노부터 치솟아.

그 모든 역겨운 짓거리들이 빌어먹을 왕권 때문이라는 게 싫었어. 그래서 후계 같은 거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비워 둔다고 당장 큰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후계를 내세워 날 압박할 거냐고 되려 고변한 이를 협박했어.

.. 왕족들 대부분이 내 손에 죽어 버렸는데 무슨 후계를 세우겠냐고 왕가를 걱정하는 이들을 비아냥댔지.

 

채경: 그러셨어요?

 

: .. 그래서 후계는 공석인 상태로 지금까지 온 거야.

 

채경: ..

 

: 법도를 따진다면, 지금이라도 후계를 정해야 할 거야.

 

채경: (그러나 이건 그닥 마음에 들진 않는다. 왕권이라는 게.. 이렇게 아무에게나 기회를 줘도 되는 건가 싶다.)

 

: 개국 이래 운우국에선 존재하지 않는 사례지만, 다른 나라나 역사 속 옛 나라에선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이야.

적통 후계자는 단 한 명이라, 보위에 오르지 못한 대군은 많아. 태생부터 계승 서열에서 밀린 공주는 더 많고..

게다가 그들이 남긴 자손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지. 그 중 제일 서열이 높은 남자가 후계로 지정될 수 있어.

 

채경: 그럼.. 지금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누구예요?

 

: (채경 보는)

 

채경: (긴장해서 신 보는)

 

: …………………………………….몰라..

 

채경: ???

 

: 몰라..

 

채경: 그게 말이 돼요?

 

: 말이 안 되지만, 사실이야. 다음 왕위에 누가 오를지.. 생각해 본 적 없어.

 

채경: 어떻게 그래요? (왕실이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잖아요!)

 

: 그러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채경: (어이 없다.)

 

: 그렇게 어이 없는 얼굴 하지 마. 그대가 왕자만 생산하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니까.

 

채경: 그래도..

 

: 그래.. 그래도 찾아 둘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채경: (신 보는)

 

: 그대가 말한 만에 하나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과연 누가 다음 보위에 오르게 될지.. 찾아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 

 

채경: ..

 

: 사돈의 팔촌에 팔촌에 팔촌에 팔촌까지 찾아봐야 하겠지만..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채경: ..

 

: (채경 보는)

 

채경: ………………………………………왜 그렇게 물끄러미 보세요? 

 

: 태기가 언제 올까 싶어서..

 

채경: ??!!

 

: 얼마 전에 달거리 했지?

 

채경: 폐하!!!!!!!!!!!

 

: (담담하게) 날 저물겠다. 그만 가자~

 

채경: (열이 확 올라서 손부채질을 한다.)

 

: (씩씩대는 채경을 강제로 일으켜 안는다.)

 

채경: (사람 속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태연하게 자기 몸을 만지는 폐하가 밉다.)

 

: 그렇게 노려 보지 마~

 

채경:어떻게 내가 안 노려 봅니까? 이런 상황인데!’

 

: 까마득한 친척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그대가 회임만 하면 만사형통이야.

솔직히 이런 건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그러니까 그댄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아기가 잘 들어설 수 있게 그대 몸이나 잘 챙겨. 대사님 말씀 기억하지? ? 

 

채경: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기에 볼멘 소리로) 알겠어요..

 

: 그리고.. 어쨌든 고마워.

 

채경: 뭐가요?

 

: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걸 가르쳐 줘서..

 

채경: (신 보는)

 

: 갑자기 닥친 일이라 무력으로 방어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야.

앞으론 여러 방면으로 조사해 봐야겠어.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다 보면 뭔가 튀어나오겠지.

 

채경: .. 저도 없는 머리지만 열심히 고민해 보겠습니다.

 

: 그댄 고민하지 말라니까~ 회임 하는 거나 생각해~

 

채경: 그게 제가 맘 먹는다고 되는 일입니까?

 

: 그럼?

 

채경: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 ??

 

채경: (얼굴이 완전히 붉어져서 고개도 못 든다. 신의 가슴팍을 꽉 부여 잡고) 궁으로 안 가십니까?

 

: (내 가슴에 꿀단지 있어? 왜 그렇게 꼭 붙었어?)

 

채경: 얼른 가자면서요~ (재촉한다.)

 

: 가는 건 가는 건데.. 오늘밤에.. 별 딸 수 있어?

 

채경: !!!!!!!!!!! (고개 획 들어 신 올려다본다.)

 

: (씨익 웃는다.)

 

채경: (난감한 표정으로)………………………………..알아.. 들으셨습니까?

 

: ()

 

채경: (입술 깨무는)

 

: (큭큭대며) 상처가 아물어야 하니까 오늘은 하늘 못 보겠다~ 그치?

 

채경: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도 못 들겠다. 아직까지도 이런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내기 너무 쑥스럽다.)

 

: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지고, 고개는 자라목처럼 굽어지는 채경을 너른 품으로 안는다. 그리고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궁으로 날아간다. 오늘밤엔 하늘 보며 별을 따는 대신, 푹 쉬게 해 줘야지.. 다짐하며 이미 어두워진 계곡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2. 이틀 후

 

 

 

채경: 아버지~ (반가운 마음에 방문까지 마중을 나간다.)

 

우현: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채경의 얼굴부터 살핀다.)

 

채경: (아버지의 시선을 읽어 내고) 보기보다 깊은 상처 아니에요. 지금은 거의 다 나았구요..

 

우현: (딱지가 앉은 상처에 인상을 쓴다. 사냥터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전해 듣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이 바빠 얼굴 볼 시간도 없어 오늘까지 확인도 못하고 있었던 차였다.) 팔에도 부상 입었다며?

 

채경: 회정 스님께서 치료해 주셔서 거기도 거의 다 나았어요.

 

우현: 대사께 신세를 졌구나..

 

채경: ..

 

우현: 많이 놀랐지?

 

채경: (그저 웃는)

 

우현: (근심 가득한 얼굴로 채경 보는)

 

채경: (아버지의 어두운 표정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 어떡해요?

 

우현: 뭐가?

 

채경: 먼 길 떠나는 분.. 근심을 덜어 드리긴커녕 심려만 끼쳐 드리네요..

 

우현: 그런 말 마라.. 널 보고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힘이 되니까..

 

채경: 바쁘실 텐데 저한테까지 시간 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우현: 우선 앉자꾸나.. (너 이렇게 오래 서 있으면 안 되지 않니?)

 

채경: .. 앉으세요, 아버지..

 

우현: (채경이 자신이 앉기 전엔 절대로 앉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궁중법도에 맞진 않지만 자리에 먼저 앉는다. 아직까지도 딸아이는 자신의 신분이 아비보다 훨씬 높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석에서라도 하대 받아선 안 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딸아이가 몰라서 이러는 거라면 그가 가르쳐서 본보기를 삼아야 할 터인데.. 그마저도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채경에게 존대하는 순간, 이 세상에 그의 딸아이는 사라지고, 왕비님만 남을 것 같아.. 그게 못내 아쉬워.. 법도에 어긋난다는 걸 알면서 그 역시 모른 체하고 있었다.)

 

채경: (우현 맞은편에 앉으며) 준비는.. 다 끝나셨어요?

 

우현: ..

 

채경: 내일.. 언제 떠나세요?

 

우현: 진시(辰時, 7~9) 무렵에 떠날 거다..

 

채경: 그렇게 이른 시간에요?

 

우현: 갈 길이 머니까..

 

채경: 폐하는.. 뵙고 가시는 거예요?

 

우현: 사신단 출행 보고를 하고 떠나야 하니, 내일 아침에 궁에 올 거다..

 

채경: 그럼 먼 발치에서라도 뵐 수 있겠네요.

 

우현: 몸도 성치 않은 애가 아침 댓바람부터 어딜 나와~ 행여라도 나올 생각 마라.

 

채경: 저 이제 다 나았다니까요~

 

우현: 네 배웅보다 네가 푹 쉬는 게 나한텐 더 안심이라는 거 잊지 마라.

 

채경: ..

 

우현: ???

 

채경: 요즘 전부들 저 몰래 모의하셨어요?

 

우현: 무슨 소리냐?

 

채경: 모두들 저만 보면 쉬라고 하세요. 고집 피워 무리하지 말고, 몸조리 잘하라고..

 

우현: 당연한 말이니 다들 똑같이 말하는 거지.. 모의는 무슨 모의야?

 

채경: (살짝 입술 삐죽이는)

 

우현: …………………………………….너 때문에.. 폐하의 심려가 얼마나 큰지 아니?

 

채경: (아버지 보는)

 

우현: 다른 어떤 연유도 다 필요 없다.. 넌 폐하만 생각해. 그러면 네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답이 보일 거다..

 

채경: 무슨.. 말씀이세요?

 

우현: 언젠가 폐하께서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해루국의 희연 공주를 그 자리에서 즉살하지 않은 건.. 모두 너 때문이라고..

 

채경: ??? (갈수록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우현: 희연 공주가 저지른 죄는 폐하의 분노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짓이었다..

폐하의 성정이라면 그 자리에서 처벌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지..

헌데도 폐하는 공주를 해루국으로 보내 그곳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게 하셨다.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죽음을 맞게 하기 위해.. 순간의 분노를 참으신 거다..

그리고 그리 분노를 참을 수 있었던 건.. 모두 너를 위해서였다고 하셨다..

 

채경: 어찌해서.. 그게 저를 위한 길이라는 거예요?

 

우현: 폐하에게 너는.. 너를 앗아가려는 자는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벌을 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채경: ..

 

우현: 폐하에게 너는.. 그런 사람이다..

 

채경: ..

 

우현: 폐하조차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늠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네가 귀중하다 하셨다..

 

채경: ..

 

우현: 너를 잃는다는 생각만으로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분이 될 수 있는 분이다..

내겐..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하셨다.. 칭찬 받고 싶어 노력했다 하셨다..

하지만 너는.. 당신이 못났더라도, 모자라더라도 안아 줄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당신이 어떤 짓을 하든 모두다 받아 줄 거라고.. 절대적으로 믿고 계신다..

 

채경: ..

 

우현: 헌데.. 이 믿음이 무너진다면.. 너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채경: (아버지 보는)

 

우현: 폐하는.. 무너질 것이다..

 

채경: 아버지..

 

우현: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채경: ..

 

우현: 너는 작은 상처라고 하지만, 그 상처가 폐하에겐 비수가 되어 심장에 박히고 있다..

이건.. 말려도 소용 없는 것 같더구나..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들으시질 않더구나..

그러니 네가.. 폐하의 가슴에 비수 꽂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지 않겠느냐?

 

채경: ..

 

우현: 부담스럽겠지만.. 이게 내가 떠나면서 제일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채경: ..

 

우현: 이젠 네가 폐하의 버팀목이 되어 주려무나.. 아비가 20년 동안 노력했어도 너만큼은 해내질 못했다..

 

채경: ………………………………이건 꼭.. 마지막 인사 같잖아요. 우리.. 다시 못 보는 거예요?

 

우현: (피식 웃는)

 

채경: 이럴 땐 꼭.. 아버지가 제 아버지가 아니라, 폐하 아버지 같으세요.

저더러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계시지만, 결국.. 폐하를 위해서 그리 하라는 거잖아요.

 

우현: ………………….섭섭하냐?

 

채경: ………………………….조금요.. ^^

 

우현: 미안하다..

 

채경: (아버지 보는)

 

우현: .. 별로 걱정이 안 되는데.. 폐하는 늘 걱정이 되는구나..

 

채경: 그렇게 힘이 센 분이 뭐가 그리 걱정이세요?

 

우현: 그러게.. 먼 길 떠나는 내가 더 걱정인데..

 

채경: (하지만 그 마음.. 저도 이해돼요. 폐하는.. 우리의 폐하께선.. 천하무적이시지만.. 늘 위태로워 보이세요. 그래서.. 늘 마음이 쓰여요. 저보다 더 강하고, 현명한 분이신데.. 왜 걱정하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우현: 어찌됐든.. 폐하를 잘 부탁한다.

 

채경: .. 아버지도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절대 무리하지 마시구요..

 

우현: (끄덕끄덕)

 

채경: 마지막 일이라고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시지도 말구요..

 

우현: 그건.. 약속하기 힘들겠는데?

 

채경: 아버지~

 

우현: 마지막 일이라 잘해내고 싶다.. 그래야 덜 미안하지..

 

채경: (울컥 한다. 이렇게 된 게 전부 자기 탓인 것 같아 아버지 뵐 면목이 없다.)

 

우현: 왜 울려고 그래?

 

채경: 죄송해요..

 

우현: 뭐가?

 

채경: 아버지.. 저 때문에 관직 그만 두시는 거잖아요.

 

우현: !! 채경!!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채경: (울지 않으려고 입술 깨무는)

 

우현: 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 , 그거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채경: 제가 왕비가 안 됐으면 아버지가 관직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었을 거잖아요.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우현: (이 녀석 보게~) 너랑 상관 없이 관직에서 물러날 생각이었어.

 

채경: (아버지 보는)

 

우현: 몇 년 전부터 관직에서 물러나겠다 청하고 있었다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채경: 그래도..

 

우현: 난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 이제 남은 여생을 하고 싶은 일 하며 가족들과 보낼 수 있게 됐잖니?

 

채경: 아직 할 일이 많으시잖아요.

 

우현: 이제 그만 할 때도 됐어.

 

채경: 그래서.. 좋으세요?

 

우현: (씨익 웃으며)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거 안 보이냐?

 

채경: ..

 

우현: …………………………………………….너 정말.. 그 생각은 버려.

 

채경: (아버지 보는)

 

우현: 너 때문이 아니다..

 

채경: ..

 

우현: ..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거야.

 

채경: ..

 

우현: 네가 폐하에게 가족이 되어 준 덕분에, 나도 그 기회를 얻게 된 거야.

그러니 너 미안해 하면 안 돼. 너한테 고마운 날 위해서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채경: (아버지의 거짓말.. 날 위해, 폐하를 위해 하시는 거짓말.. 모른 척 이해해 드릴게요. 먼 길 떠나시는 분에게 더는 마음 아플 말 하지 않을게요..) ..

 

우현: (안도하며) 내가 돌아왔을 땐, 둘이 아닌 셋이 마중 나와 주면 좋겠구나.. 

 

채경: ???

 

우현: (멍한 채경 보며 고개 흔든다.) 혼인을 치른 지가 언젠데.. 이런 말도 못 알아 듣고..

 

채경: 무슨..?

 

우현: 아니다~ 너한텐 너무 심오한 얘기였나 보다.. 기대가 너무 컸어..

 

채경: 아버지~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우현: 네가 알아들을 얘길 해야겠구나.. 말썽 피우지 말고.. 건강하게 있어~

 

채경: ..

 

우현: 내 걱정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채경: 아버지도.. 여기 걱정은 하지 마시고,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우현: (끄덕끄덕)

 

채경:부디.. 무사히 돌아오세요.. 병 나지 마시고.. 탈 나지 마시고..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3. 다음 날 정토산

 

 

 

늘 고요한 적막이 감도는 정토산 움막에, 이른 아침부터 다급한 발소리가 난무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급한 발소리가 물어온 소식에, 움막 안은 긴장감이 감돌게 되는데..

 

 

 

“…………………………………..임금이.. 명운산에 사람을 보냈다..?”

 

..”

 

명운산에는..”

 

예언자 이연의 암자가 있습니다.”

 

“(비죽) 그래.. 이연이 있었지..”

 

“(사람들 긴장하는)”

 

“………………………………..임금이.. 머리를 썼군..”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만약 이연이 병부에 잡혀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날엔..”

 

우리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

 

그리 가벼이 얘기할 사안이 아닙니다. 이연이 궁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야 합니다.”

 

좌상은 출발했나?”

 

?? , .. 출행 보고를 마치고 한 시진 전에 출발했습니다.”

 

애들은?”

 

따라붙었습니다.”

 

그건 계획대로 밀어 부치면 되겠군.”

 

수정..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연이 도성으로 들어오기까진 여유가 있어.

여기서 벌어진 일이 사신단에게까지 전해지는 데도 시간이 걸릴 거고..

그러니 일은 계획대로 진행해. 그렇게 알고 준비시켜.”

 

그럼.. 이연은요?”

 

그림자들이 명운산으로 떠난 게 언제라고?”

 

사흘 전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명운산까지 가는 데 닷새는 족히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림자 부대원들이라면 오늘쯤 명운산에 도착하겠지..

지금 당장 쫓아간다 해도 명운산에서 덮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허면..?”

 

이연의 걸음으로 도성까지 당도하는 데는 최소한 닷새는 걸릴 것이다. 우린 길목에서 그들을 기다린다.”

 

그래도 정찰조를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정찰조로 두 명을 우선 급파하고, 나머지는 궁에 있는 놈들을 제거할 방도를 모색한다.”

 

??”

 

이연을 막지 못할 것을 대비해, 궁에 잡힌 놈들을 제거한다.”

 

“………………………………궁으로.. 침투하실 생각이십니까?”

 

시행일을 앞당긴다고 될 문제가 아닌 듯하다. 지금부터 궁으로 침투할 방도를 찾아라!”

 

위험 부담이 너무 큽니다.”

 

이연과 놈들이 만나면, 우린 끝장날 수도 있다. 위험 부담이 큰 쪽이 훨씬 괜찮은 패다.”

 

“..”

 

임금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건.. 내 실수다. 이연을 생각하지 못 하다니..”

 

이연과 임금은 극도로 사이가 나쁩니다. 계산에 넣지 못한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도 생각했어야 했다. 임금이 궁지에 몰렸을 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미친 놈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요즘 좀 정상처럼 굴어서 깜빡 놓쳤다. 하지만.. 더는 허용할 순 없지.. 아직까진 우리가 더 유리하다.”

 

“..”

 

서둘러라!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좌상이 궁을 비운 지금이 적기라는 걸 명심해라!”

 

!!”

 

 

 

 

 

 

#4. 병부

 

 

 

그가 들어서는 순간, 주변을 감도는 공기마저 달라졌다.

 

 

너무도 평화로워 이곳이 악명 높은 병부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아니, 이 깨끗하고 순결한 공기는 그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분명히 그들은 죽어 마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잡혀온 중죄인들이었다.

그러니 병부에 귀속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여긴 이상했다.

병부가 분명한데, 그들이 갇혀 있는 감옥은 티없이 깨끗하고 맑았다.

감옥이 깨끗한 게 아니라, 감옥을 감싸는 공기.. 분위기가 맑고 고왔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했다. 생각도.. 행동도.. 그 어느 것 하나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 깨끗한 공기 속에서 딱딱하게 박제된 동물마냥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뜰 수 있다는 것 외에, 그들에게 허락된 움직임은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판단할 수조차 없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함께 잡혀 있는 동료들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무공의 소유자들이었다.

이렇듯 맥없이 각자의 기()가 통제되어 본 적도, 허용한 적도 없는 고수들이었다.

헌데.. 그들 모두 똑같이 멍청이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만 있었다.

내 손가락 하나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부자유의 고통..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무념의 고통..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그들조차 생소하기만 한 고문은.. 그들을 점점 미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를 어느 날..

 

 

그가 왔다. 들어서는 순간, 공기부터 달라지게 하는 그.. 그들이 그토록 죽이고자 했던 그..

 

그들의 공공의 적().. 운우국의 왕(), 이신이 강림했다.

 

 

 

괴한들: (눈동자만 움직여 신을 올려다본다.)

 

: (꽤 널찍한 감옥 안으로 스스럼 없이 들어서더니, 괴한들 앞에 선다. 얼굴들을 쭉 훑어보고는) 복면 벗은 건 처음 보네?

 

괴한들: ..

 

: 근데.. 얼굴이 원래 이렇게 여위었어?

 

환익: 식사를 통 하질 않습니다.

 

: 굶어 죽으려고 작정했나 보군..

 

환익: 억지로 먹이고는 있는데.. 반항이 심해서 쉽질 않습니다..

 

: 저 상태에서도 반항한다고? .. 대단한 녀석들이네~

 

괴한들: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평가를 듣고 있으려니 속이 뒤집힐 것 같다. 당장이라도 죽여 달라고 말하고 싶으나, 입이 떨어지질 않아 숨만 거칠어진다.)

 

: (셋의 얼굴을 보며) 셋 중에 누가 사냥터에서 잡은 놈이야?

 

환익: (제일 오른쪽에 앉은 남자를 가리키며) 이 놈입니다. 이 녀석들 중에서도 제일 연장자였습니다.

 

: (사냥터에서 잡았다는, 나이가 제일 많다는 남자를 유심히 쳐다본다.)

 

남자: (왕의 시선을 피하고 싶으나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눈을 감아 외면하고 싶으나, 그것도 맘대로 안 된다. 왠지.. 눈을 감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왕을 노려 보게 된다.)

 

: (재밌다는 듯 웃으며 남자의 시선을 받아 준다.)

 

괴한들: ??? (왕이 왜 웃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아는 왕은 자신들을 보자마자 발길질이라도 해야 옳았다. 그게 아니라면 독설을 퍼부으며 저주라도 내려야 했다. 근데.. 왜 저렇게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웃는지 모르겠다. 무슨 저의로 저러는 걸까?)

 

: 여기까지 왔으니 목소리 정도는 들어봐야겠지?

 

괴한들: ??? (왕의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변화를 감지했다. 그들의 모든 신경을 팽팽히 당기고 있던 통제력이 사라졌다는 걸.. 그리고.. 손가락 끝의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고 있다는 걸.. 셋의 고개가 동시에 왕을 향해 치켜 올라갔다. 고개가.. 움직였다!!) !!!!!!!!

 

: (다시 또 피식 웃는다.)

 

환익: (며칠 내내 꼼짝도 안 하던 녀석들이 고개를 치켜들자 살짝 놀란다. 하지만 이내 감옥 안에 감돌고 있던 지독하게 맑은 정기가 약해졌음을 감지하게 되자, 폐하가 조치를 취했음을 눈치 챘다. 단 한번의 조치로 사람의 기()를 무한히 통제하는 술수를 부렸을 때도 감탄하게 됐지만, 또 이렇게 순식간에 그 강력한 정기를 사라지게 하는 모습을 뵈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대체.. 폐하의 힘은 어디까지인지.. 볼수록 두렵고 경이롭기만 하다.)

 

: 어떠냐?

 

괴한들: (신 보는)

 

: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던 몸을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된 소감이?

 

괴한들: (침 삼키는)

 

: 몸을 움직이게 되니,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뭐냐?

 

괴한들: ..

 

: ………………………………………….. 죽이고 싶으냐?

 

괴한들: (움찔)

 

: ……………………..그게 아님.. 자결해서 이 상황을 끝내고 싶으냐?

 

괴한들: (신 보는)

 

: ……………..그것도 아니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 평범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고 애원하고 싶으냐?

 

괴한들: (숨 삼키는)

 

: (괴한들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환익: (폐하와 괴한들의 대치 상황을 바라보며 남몰래 긴장한다. 저 녀석들을 저리 무방비 상태로 풀어놔도 될지 걱정스럽다. 물론 폐하 앞에서 불상사가 벌어지진 않겠으나,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기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손이 칼자루에 얹어지게 된다.)

 

: 왜 말이 없지? 셋 중에 답이 없는 거냐.. 아님, 절대로 우리 앞에선 입을 열지 않겠다는 충심을 지키기 위함이냐?

 

괴한들: ..

 

: 너희들 앞에 서 있는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괴한들: (신 보는)

 

: 왕명(王命)을 거절하는 게.. 너희들한텐 쉬운 일인가 보지?

 

괴한들: (침 삼키는)

 

: ? 너희들의 왕은 내가 아니니까, 내가 부르짖는 왕명(王命) 따위 지나가는 개가 짖는 것 같으냐? 

 

환익: 폐하!!’

 

괴한들: (시선 회피하는)

 

: .. 나와 왕비를 죽이려던 너희들을 지금껏 살려 주었다. 그 연유가 궁금하지 않느냐?

 

괴한들: (신 보는.. 그것이 자신들도 궁금했다. 입은 안 떨어지지만, 그것만은 묻고 싶었다.)

 

: 너희들은 살아 있는 자체가 너희들의 왕에게 불안이 될 것이다.

 

괴한들: (숨 죽이는)

 

: 모르긴 몰라도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났을 거다. 그래서 난 너흴 죽일 수가 없다.

너희들이 살아 있어야 안달 난 너희들 주인이 성급하게 달려들 것 아니냐?

 

남자: 그 분은 그런 분이 아니다!

 

: (눈썹 꿈틀)

 

괴한 둘: !!!!!!!!!! (갑자기 말문을 연 형님의 행동에 화들짝 놀란다.)

 

환익: (폐하에게 경망한 언동을 보인 놈을 당장이라도 베어 주고 싶다. 해서, 칼자루를 잡은 손에 힘이 가해지는데..)

 

: (환익의 행동을 손으로 저지하고는 남자 향해 비죽 웃는다.) 그런 분이 아니다~?

 

남자: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신을 노려 본다.)

 

: 너희들이 아무리 괜찮다고 옹호해도 내 눈엔 그저 그런 놈으로 보일 뿐이다.

 

남자: (주먹을 움켜 쥐는.. 몸이 부르르 떨리는..)

 

: 너희들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그 놈은, 나에 대한 나쁜 소문을 유포하기 위해 죄 없는 어린 아이를 죽이고,

평화로운 거지촌을 불태우고, 비밀을 함구하라는 미명 아래 너희들에게 자결을 요구하는 쓰레기 같은 놈이다.

 

괴한들: ..

 

: 사람 목숨을 귀히 여기지 않는 자가.. 어떻게 하늘이 될 수 있단 말이냐?

 

남자: 사람 목숨을 벌레처럼 대하는 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

 

환익: 감히 이게 어느 안전이라고!! (한 발 나서며 칼을 빼어 들려 하는데..)

 

: (다시 한번 환익을 막는다.)

 

환익: 폐하!!

 

: (고개를 가로저으며 환익을 막는다. 그리고는 말문을 연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 (울분을 누른 채) 당신 뜻에 반()하는 인간은 모조리 죽여 버리지 않느냐?

()이라는 미명 아래 죽어간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곤 못 하겠지?

 

: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게 정당하다는 거냐?

 

남자: 그걸 가지고 나쁘다 말하는 게 잘못됐다는 거다.

 

: .. 내가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 단 한번도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남자: (멈칫)

 

괴한 둘: (신 보는)

 

: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한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왕이라는 미명은.. 나에게만 허락된 것이고, 그로 인해 내가 사람을 죽이든 살리든

누구도 간섭할 수 없지.. 그 엄청난 면죄부가.. 내게는 우습다. 전혀 자랑스럽지 않아.

 

괴한들: ???

 

: 사람을 죽이는 게 무어 그리 자랑스럽겠느냐? 명분이 달라 그렇지, 살인자와 진배 없는 것인걸..

 

괴한들: ..

 

: 그래서.. 그 왕이라는 미명을 쓰기 위해 난, 명분에 맞는 살인만 한다.

 

괴한들: (신 보는)

 

: 운우국의 근간을 흔든 자, 왕실을 욕보인 자,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한 자,

권력을 이용해 약한 이들을 괴롭힌 자, 그리고.. 너희처럼 목적을 위해 죄없는 이들을 희생시킨 자..

 

괴한들: (침 삼키는)

 

: 난 그런 자들만 죽인다..

 

남자: (뭐라 항변하려 하는데..)

 

: 그래.. 어쩌면 너희들에게도 대의라는 게 있겠지. 하지만 난 너희들이 내세우는 대의라는 게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남자: (입술 깨무는)

 

: 너희들이 어떤 나라를 세우고자 반역을 도모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나라라는 건.. 너희들이 죽인 죄없는 이들의 피 위에 세워지는 나라일 것이다.

 

괴한들: ..

 

: .. 죄 없는 이들은 죽이지 않는다.. 벌 주지도 않는다..

그게, 내가 유일하게 이 우스운 면죄부를 행사하기 위해 찾아낸 명분이다..

 

괴한들: ..

 

: 너희들은.. 운우국의 근간인 나와 왕비를 해하려 한 죄를 지었다.

그러니.. 난 왕이라는 미명 아래 너희들을 죽일 것이다.

 

괴한들: (신 보는)

 

: 자백한다고 살려 주지 않을 것이다.

 

괴한들: ..

 

: 자백했는데도 죽임을 당하면 억울할 테니, 끝까지 함구해서 의리라도 지켜라. 너희들의 대의.. 그걸 위해서 말이다.

 

괴한들: ..

 

: (할 말을 마치고 감옥 안을 휘둘러 본다.)

 

괴한들: (서서히 몸속 기가 통제되는 걸 감지하게 된다. ..! 다시 또 그 상태로 돌아가는 건가? 미쳐 버릴 것 같은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건가? 머리는 깨어 있으나, 몸은 박제가 되어 버리는.. 그 굴욕적인 형벌을 받아야 하는 건가?)

 

환익: (감옥 안에 정기가 가득해지는 걸 느끼며 폐하가 다시 이 공간의 기를 철저히 통제했음을 알아챈다.)

 

: (뒷짐 지고 감옥 안을 서성거린다.)

 

환익: 이 자들은.. 진정 심문하지 않으실 겁니까?

 

: ..

 

환익: 이연님을.. 기다리실 겁니까?

 

괴한들: ??!!!!!!!!!!! (....? 이연?!! 예언자.. 그 이연?!!!!!!!!)

 

: 지금으로선 그게 제일 깔끔할 것 같다.. 어차피 피를 본다고 입을 열 녀석들이 아니지 않냐?

 

환익: 허면, 저 놈은 죽이시지요.

 

: (환익이 가리키는 저 놈을 바라본다. 자신에게 반항한, 제일 나이 많은 사내.. 채경을 해하려 한 자들 중 하나..)

 

환익: 이연님이 오셔서 저들 중 한 놈의 마음만 읽어도 끝나는 일 아닙니까?

 

: 각기 알고 있는 내용들이 다 다를 거다. 살아 있는 놈이 많을수록 유리하지..

.. 이럴 줄 알았으면 그놈들도 죽이지 않는 건데.. 역시,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야~

 

환익: 허나, 저 놈은 폐하께..

 

: 죽이는 건 나중에 해도 돼. 그리고 어차피 저 녀석들에게 난 왕이 아니잖아.

그러니 왕으로 대접해 주길 바라는 게 어불성설이지.. (괴한들 보며) 안 그러냐?

 

괴한들: (다시 또 눈만 꿈뻑거리는)

 

: (환익에게) 가자~ 월희 만나기로 했어. 

 

환익: ..

 

: (감옥을 빠져 나간다.)

 

환익: (괴한들을 째려 보고는, 신을 따라 감옥을 벗어난다.)

 

괴한들: (눈을 꿈뻑거리며 방금 전 자신들이 본 왕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저 자는.. 우리가 들어왔던 왕과.. 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피도 눈물도 없는.. 백성들을 벌레처럼 취급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어떤 게.. 진실일까? 어떤 것이.. 진짜일까?)

 

 

 

 

 

 

#5. 강녕전

 

 

 

월희: (신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가 신이 들어서자 얼른 일어나 예를 갖춘다.)

 

: (월희 보며) 일찍 왔네?

 

월희: 병부에 다녀오셨다구요?

 

: .. (대답하며 상석에 자리한다.)

 

월희: (잠시 서 있는다.)

 

: …………………………………오늘 또 사체가 나왔다고?

 

월희: .. (면목 없다.)

 

: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당한 거야?

 

월희: 아니오.

 

: (월희 보는) 아니라고?

 

월희: .. 이번엔 별이 아니라, 그림자였습니다. 해서, 맥 없이 당하진 않았습니다.

 

: 반항흔이 있었다는 거야?

 

월희: . 그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치명상을 입힌 듯합니다.

 

: 그건 어떻게 알아?

 

월희: 이전 두 건과 달리, 사체를 범행 장소에서 옮기질 못했습니다. 또한, 대량 출혈 흔적이 현장에 남아 있었습니다.

 

: 그 피가 상대방 거라는 건 어떻게 확신하는데?

 

월희: 한 사람 피라고 하기엔 출혈량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피가 흥건히 모여 있는 지점이 나무등걸 근처였는데,

그곳에 땅에 칼을 박은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추측컨대, 칼을 땅에 박아 기댄 자국으로 보입니다.

 

: ……………………………………..근데 좀 이상한데..?

 

월희: 무엇이 말입니까?

 

: 이 정도로 조직적이고 완벽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이라면,

당사자가 흔적을 지우지 못했다면 다른 이가 와서 흔적을 지웠어야 해.

 

월희: 그것까진..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 .. 범행 시각과 발견 시각이 거의 일치하는 거야? 그래서 동료가 와서 흔적을 지울 시간이 없었던 건가?

 

월희: 그렇지 않습니다. 다섯 시진 정도의 시간 차가 존재합니다.

 

: (골몰하는)

 

월희: ..

 

: ………………………………, 근거지로 이동 중에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월희: (신 보는)

 

: 포청에 가서 오늘 내일 중으로 발견되는 신원 미상의 남자 사체를 찾아봐. 자상에 의한 대량 출혈로 죽은 자는 면밀히 검토하고..

 

월희: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 근데 사체가 발견된 지역이 어디야? 어딘데 그렇게 늦게 사체를 발견한 거야?

 

월희: 그것이.. 북문(北門) 너머 도성 외곽으로 빠지는 길목이라 발견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 북문 너머..?

 

월희: ..

 

: 북문 너머엔 정토산이 있지 않나?

 

월희: .. 사냥꾼들 외엔 발길이 뜸한 곳이라, 이번에도 야간 사냥을 마치고 귀가하던 사냥꾼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정토산이라.. 최근에 들어본 적이 있는데.. 어디서 들었지?’

 

 

 

이때, 원호와 환익이 뒤늦게 전각에 도착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이에, 생각에서 깨어난 신은 두 사람을 불러들이고..

야심한 시각의 회동을 위해 중전이 준비한 다과를 들며,

본격적인 회동에 들어가는데.. 따져 보고 확인할 일이 너무도 많다.

 

 

 

 

: (셋을 둘러보며) 요즘.. 다들 정신 없지? 

 

세 사람: (신 보는)

 

: 솔직히 난.. 우리가 앞으로 나가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어.

 

세 사람: ..

 

: 수장이 이 모양이니.. 손발이 고생이 많다..

 

환익: 아닙니다..

 

원호: 폐하를 잘 뫼시지 못하는 저희들의 불찰입니다.

 

월희: (역시나 같은 생각이라는 듯 신에게 송구한 표정을 짓는다.)

 

: 너희들이 그렇게 말해 줘도 하나도 위로가 안돼..

 

세 사람: ..

 

: 어쨌든 투정을 부릴 시간조차 없으니 그 얘긴 여기서 접고! (원호 보며) 족보는 좀 뒤져 봤어?

 

원호: .. 헌데, 말씀하신 분을 찾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6년 전 직계 혈통은 모조리 그의 손에 죽었다. 대부분이 아니라,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다 죽었다. 그들 모두 이석 대군의 편에 서서, 역모에 가담한 증거가 포착돼, 그들의 팔촌까지 모조리 죽었다. 그렇다 보니 현 상황에서 제일 유력한 후계자를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워낙 먼 친척을 찾아야 할 것이기에, 당장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원호: 정확하게 시일을 말씀 드릴 순 없으나, 적어도 보름 이상은 걸릴 듯합니다.

 

: 보름도 빠를 거야.

 

원호: (본인도 그리 생각한다. 모든 인력을 이 일에 배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

 

: 그 일은 영상의 도움을 받아 봐.

 

원호: 영의정 대감이요?

 

: .. 영상이 운우국 궁정사에 제일 정통한 역사학자니까 자문을 구해 봐.

 

환익: 말이 새어 나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상관 없어.

 

환익: ??

 

: 어차피 후계 구도에 대해선 다들 불안해 하고 있는 사안이고, 내가 직접 찾는다는데 토 달 사람 없을 거야.

 

환익: 허나,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 (환익 보는) ? 중전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날까 봐 그래?

 

환익: (입 다무는)

 

: 그래.. 어쩌면 혼례를 치르기 전엔 관심도 없던 후계자를, 혼인하고 찾아 나서는 게 의아할 수도 있을 거야.

어차피 다음 후계는 중전이 낳은 아이가 물려받으면 그뿐인데.. 어찌 지금에서야 후계를 찾는지 궁금하겠지.

 

환익: 헌데 어찌..

 

: 소문이 무서워 시간을 끌다간 더 위험해질 것 같아 이래.

 

세 사람: (신 보는)

 

: 그러니까 너희들은 맡은 일만 열심히 해. 걱정하는 머리는 내가 맡을 테니, 손발은 열심히 움직여 주기만 하라고~

 

세 사람: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하고 만다.)

 

: (환익에게) 훈련지 찾는 건 어떻게 되고 있어?

 

환익: 어제부로 착수했습니다. 폐하 말씀에 따라, 도성 진군까지 두 시진 이내 거리에 있는 야산을 중심으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 속도를 내 봐. 현 시점에선 무엇보다 이 일이 제일 신속하게 이뤄져야 해.

반역을 도모하는 거라면, 분명 사병을 키우고 있을 거야. 저들의 조직력을 감안하면,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고 있을 테니,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찾아야 해.

 

환익: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 그건 진행 상황 수시로 보고해.

 

환익: ..

 

: (월희 보는)

 

월희: (신 보는)

 

: 명운산으로 간 아이들은 어떻게 됐어?

 

월희: 지금쯤.. 도착했을 겁니다.

 

: (눈빛을 반짝이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6. 명운산 암자

 

 

 

촛불이 일렁이는 암자의 자그마한 방. 그곳에 마주앉아 있는 두 사람.

손님을 맞은 주인은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로 한밤의 방문객을 바라보고 있고,

가뿐 숨을 채 다듬지도 못한 불청객은 예언자 앞에서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한다.

 

 

 

이연: 임금님의 서찰을 갖고 왔다고 했나?

 

미오: ..

 

이연: (미오를 물끄러미 본다.)

 

미오: (품에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던 왕의 서찰을 조심스레 꺼내 이연에게 건넨다.)

 

이연: (미오의 얼굴을 한번 더 봤다가 천천히 서찰을 펼쳐본다.)

 

미오: (숨을 고르며 이연의 대응을 기다린다.)

 

이연: (서찰을 유심히 읽는다. 긴 글이 아니었다. 해서, 읽는 건 순식간에 끝난다.)

 

미오: ..

 

이연: ..

 

미오: ..

 

이연: (서찰에서 눈을 떼고 미오 보는)

 

미오: (긴장한 얼굴로 이연 마주 보는)

 

이연: ……………………………………….자네가 해 줄 이야기가 있다고?

 

미오: (침 삼키는)

 

이연: ……………………………서찰엔.. 자네의 얘기에 따르라는 말만 쓰여 있는데..

 

미오: ..

 

이연: ………………..그래.. 폐하의 전언(傳言)이 무엇인가?

 

미오: 폐하께선 이연님이 무조건 왕명을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연:내가 거부하고 싶은 일을 시키실 모양이군..’

 

미오: 그럼.. 폐하의 전언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연: (미오 보는)

 

미오: (침을 꿀꺽 삼키고)………………………….미끼가 되어 주십시오.

 

이연: ???

 

미오: ……………….폐하께선.. 이연님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싶어 하십니다.

 

이연: (왕의 전언을 듣고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는데..)

 

 

 

 

 

출처 : 시나리오 창작방
글쓴이 : 쏭기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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