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벌써 50화예요.. 쉰 번째 왕녀 이야기를 선보이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스스로에게 “미쳤어, 미쳤어~”를 연발하며 사극이 가당키나 하냐고 했었는데.. 어느새 10여 개월의 연재 기간을 거쳐 오십 번째 이야기를 들고 오기에 이르렀네요. 완전히 손 놓아 버린 그남그녀를 제외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연재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마감 때면 자꾸 딴 짓이 하고 싶어서 예전 상상소설을 꺼내어 보는 일을 하게 되는데요, 이번에는 간만에 어느새 커플 이야기를 읽고 있어요. 늘 예전 소설 볼 때면 느끼는 거지만, 그땐 어떻게 그렇게 쓸 수 있었는지 놀랍고 신기해요. 손발이 오그라드는 면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예전 소설 속의 재기발랄함과 열정, 성실함..을 겸비했던 쏭기자를 보는 건 늘 새로워요. 소설이 아닌 썰 속의 쏭기자는 더더욱 새롭구요.. 내가 이런 말을 썼었나? 새삼스러운데요.. 마치 남이 쓴 것마냥 낯설고, 기억나지도 않는 소소한 일들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는 기분.. 평소에 일기를 쓰지 않는 제게 텔궁의 흔적은 일기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아.. 제가 대체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죠? 왕녀가 50화를 맞은 게 새삼스러워서 사설이 길어졌네요. ^^;; 벌써 50번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여전히 소설 속 상황은 개운하질 않네요. 여러분께서는 천하무적 임금님과 어여쁜 왕비님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기대하실 텐데, 엄한 작가 만나 주인공도 독자들도 모두 서스펜스 스릴러에 빠져 허우적대야 하네요. ^^;; 그렇다고 작가 스스로 맘 편하게 쓰고 있냐.. 그것도 아니라는 거 다들 아시죠? 한 편 끝내고 다음 편 쓸 때마다 첫 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장면이 나와야 할지, 선택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아요. 사건의 내막을 중간중간에 풀어 줘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 편에서 있었던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무슨 목적인지 풀다 보니 얘기가 뒤죽박죽이에요. 그래도 똑똑한 여러분들은 헤매지 않고 잘 따라와 주시는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음.. 솔직히 말씀 드리면 사건이 점입가경을 달리고 있어서, 여러분들이 너무 많이 기대하기 전에 오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아요. 오랫동안 안 오면 대단한 이야기를 갖고 와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거든요. 근데.. 제 역량이 그리 뛰어난 게 아니라서, 여러분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오래 비울수록 마음만 타들어 갑니다. 아~ 걱정이에요.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는 이 거대한 사건의 마무리가 잘 될지.. 지금도 각 편마다 마지막 장면만 상상하고 글을 이어가고 있는지라.. 물고 물리는 사건의 나열들 끝에 멋진 마무리가 가능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이러다가 손 놓고 도망가면.. 돌 맞겠죠? --;; 또 헛소리만 줄줄이 늘어놓고 갑니다. 주말에 비축분 구축 못 해서 이번 주는 드문드문일 것 같네요. 무리해서 탈 나지 말라고 해 주신 블랙커피 언니.. 네, 저 시집 가야죠~ 날 잡으면 바로 알려 드릴게요. 저 대신 갠소 파일 올리고 보내시느라 고생하신 라니냐 대감님.. 메일 잘 받았구요, 답 못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대감이 알아서 척척 잘 처리해 주셔서 저는 묻어가기만 했네요. 늘 이렇게 신세 져서 어쩐대요? --;; 그리고 이번 편에 당장 범인의 정체가 드러날 거라 예상하신 많은 대감님들.. 낚였다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아직은 범인이 드러날 타이밍이 아니라서, 조금만 더 숨겨 두도록 하겠습니다. 신이 말에 힌트가 있으니, 눈치 빠르신 분들은 제가 밝히기 전에 미리 간파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자꾸 이렇게 밑밥을 뿌리네요.. ^^;; 연말입니다. 모두들 건강 잘 챙기면서, 모임도 재미나게 가지시고 즐겁고 신나게 2009년 마무리 하세요~ ########################################################################################### 제50화 도처에 위험이.. #1. 도성 외곽 운우국의 시조(始祖) 태성왕(泰星王)은 탐관오리와 부정부패가 들끓던 새오국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믿기지 않는 온갖 비기(祕技)를 구사하며, 신(神)으로 추앙받던 그는 왕으로 태어난 자였다. 강력한 지도력으로 군웅할거(群雄割據) 하던 역도들을 제압하며, 통치 기간 동안 왕권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새오국 잔여 세력도 속전속결로 소탕했으며, 새로 시작하는 국가였지만 정치와 민생은 빠른 속도로 안정되었다. 그리고.. 그의 제일 뚜렷한 업적은 운우(雲雨)를 다스려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것이었다. 하늘의 뜻으로만 머물러 있던 운우(雲雨)를 주관할 수 있다는 건, 신의 권능과 맞먹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를 신(神)으로 생각하는 데 주저할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살아 있는 신이었다. 가물어서 생명이 모두 떠나가려 하는 곳에는 비를 내려 주고, 폭우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생긴 곳에선 비구름을 몰아내 주었다. 전지전능한 권능이 운우(雲雨)를 통해 구현되었다. 그리고.. 그 권능은 다음 왕이 될 왕자에게만 전수되었다. 그래서 운우술(雲雨術)은 운우국 왕가의 궁극의 비기(祕技)로 알려져 있었다. 적통 후계자의 정통성은 장자(長子)가 아닌, 운우(雲雨)의 권능에서 비롯되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이 정통성을 벗어난 후계자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운우의 권능을 지닌 왕은 절대적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신 역시 단 한번도 자신의 정통성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유일한 왕자라는 사실이 태자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했다면, 운우의 권능이 발현되는 걸 보고는 자신이 왕이 될 운명이라고 순응했다. 자신의 의지로 태자가 된 것도, 왕이 된 것도 아니지만, 운명이 아니라 생각하진 못했다. 헌데.. 운우국 개국 이래, 운우의 권능을 지닌 자가 동시대에 둘이 존재한다..? 난 이미 왕위에 앉아 있고, 다음 왕위가 될 왕자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그의 머리로는, 운우국의 역사로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장을 뻔히 보고도 모른 척할 순 없었다. 못 본 척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건 분명.. 운우(雲雨)를 구사한 흔적이었다. 그뿐이 아니라, 보란 듯이 재주를 뽐낸 현장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었을까..?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자신을 따르는 자들일까..? 아님.. 나……….일까..? 신: (생각 많아진 표정으로 심각하게 서 있다.) 환익: (조심스레) 폐하.. 신: (환익 보는) 환익: (많은 얘기를 담고 있는 눈빛으로 신을 바라본다.) 신: (환익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걱정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보니.. 어쩐지 웃음이 난다. 그래서 피식.. 웃음을 흘리는데..) 환익: (이런 상황에서 웃는 폐하가 이해가 안 된다.) 폐하.. 이건 굉장히 심각한 일입니다. 신: 알아. 환익: ‘아시는 분이 그리 웃으십니까?’ 신: 거지촌 몰살 사건을 보고 받으면서도, 방화보다는 물 웅덩이가 더 신경이 쓰였어. 헌데.. 현장에 와 보니, 내가 왜 물에 더 신경을 썼는지 알 것 같아. 이렇게 되면 얘기가 어떻게 되나~? 환익: (한가하게 어떻게 되나~ 하며 말씀하실 때가 아닙니다!) 속임수가 아닐까요? 신: 글쎄.. (그건 나도 확신할 수가 없네..) 환익: 운우(雲雨)를 다루는 건.. 그건.. 그건.. (말을 맺지 못하는) 신: (환익의 말을 이어 받아) 왕통(王統)의 증거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증거.. 환익: (숨 삼키는) 신: 만약.. 진실로 운우(雲雨)를 부리는 자가 있다면.. 역도들을 끌어 모으기에 그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었을 거야. 환익: .. 신: 아니, 다른 이들을 끌어 모으기에 앞서,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왕통을 이어 받은 적통 후계자라 여겼을 거야. 환익: ………………………그래서.. 역모를 도모하고 있단 말씀이십니까? 신: 너라면 안 그러겠어? 환익: 하오나 폐하.. 그건 반역(反逆)입니다. 신: (환익 보는) 환익: 아무리 왕통의 증거를 지니고 있다 해도, 정권에 반(反)하는 건 정당하지 못합니다. 역사상 왕통을 이어 받은 왕자는 부지기수였습니다. 물론 운우(雲雨)를 다루는 왕자는 드물었지요. 그래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었겠으나, 그래도 이건 옳지 못합니다.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동안 그 자가 벌인 짓을 생각해 보십시오. 단순히 정권에 반(反)한 행동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 자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그저 폐하를 모함하기 위해 무고한 백성들을 제물로 삼았습니다. 그건 왕통을 지녔다는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결코.. 용서해선 안 됩니다. 신: .. 환익: (숨이 차는) 신: 뭘 그렇게 흥분해? 환익: 예?? 신: 그리고.. 누가 용서한대? 환익: (신 보는) 신: 이해는 해도 용서는 안 해. 나도.. 용납할 수 없어. 환익: .. 신: 그 놈 심복들한테도 얘기했잖아. 그 자가 어떤 자격을 갖고 있다 해도, 나한텐 그저 그런 놈일 뿐이야. 그 자가 만들려는 나라는 네가 말한 무고한 백성들의 피 위에 세워질 거잖아. 그걸 용납할 순 없지. 운우국의 왕으로서, 대운우국의 적통 후계자로서, 양심도 없는 그런 놈에게 양보할 생각 따위 전혀 없어. 환익: (신의 얘기에 왠지 모르게 안심한다.) 신: 어쨌든 어떤 놈이 반역을 꾀하는지 궁금했었는데, 대충 그 시작점을 알 것 같으니 숨통은 트이네. 환익: 어찌.. 해야 할까요? 신: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야지. 환익: ??? 신: 어떻게 이 능력이 같은 대(代)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그리 먼 혈통은 아니라는 거야. 환익: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 말 그대로야. 지금 수비대장이 찾고 있는 먼 친척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왕손이어야 가능하다는 뜻이야. 환익: 그건 불가능합니다. 폐하의 팔촌까지 살아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남자는 특히 더 그렇구요.. 신: 드러난 왕손이 아니라면.. 아주 불가능한 얘긴 아냐. 환익: ??? 신: (생각에 잠기는) 환익: (신 보는) 신: (환익을 보는) 환익: (말씀하십시오. 뭐든 명령만 하시면 수행하겠습니다. 하는 눈빛으로 신을 마주 본다.) 신: 아무래도.. 왕족들의 비화(祕話)를 찾아야 할 것 같다.. 환익: 예?? 신: 왕족들을 따라 다니는 추문(醜聞).. 그걸 쫓아가야 할 것 같아. 환익: !! 허면.. 뒷조사를..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신: 응.. 이미 죽은 자들의 뒷조사를 해야겠어. 어쩌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왕통이 있을지도 몰라. 환익: (침 삼키는) 신: 월희와 상의해서 역할을 분담해 봐. 호위대와 그림자 부대가 서로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환익: 예.. 신: 후~~ 환익: (신 보는.. 오늘따라 유난히 힘겨워 보이는 폐하의 뒷모습에 마음이 울컥해진다.) 신: ……………………………좌상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럴 때 바른 길로 인도해 줬을 텐데..) 환익: ‘폐하..’ 신: (먼 하늘 바라보며) 잘.. 가고 계시겠지? 환익: 지금이라도 돌아오라고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신: 뭐?? (환익 돌아보는) 환익: 시국이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사신단 출행을 늦춘다고 큰 문제 될 건 없지 않습니까? 신: .. 환익: 무영국에는 전령을 보내 우리의 상황을 자세히 전달하면 이해해 주지 않겠습니까? 교역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추는 것이니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 생각됩니다. 신: .. 환익: 지금이라면 사신단을 불러오는 게 어려울 일도 아닙니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사흘 후엔 일행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신: .. 환익: 운우국의 명운이 달린 일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신: …………………………………불안해? 환익: 예?? 신: 내가 불안해 보이냐구.. 환익: .. 신: 아직 운우국의 명운 운운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 아냐. 그저 좀.. 약삭빠른 놈이 정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을 뿐이야. 좌상 없이 해결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문제 없지 않겠어? 환익: ……………………….스스로를.. 시험해 보실 생각입니까? 신: 이만하면 괜찮은 숙제 아냐? 환익: (그렇게 치부하기엔 판이 커진 듯합니다, 폐하..) 신: (걱정하는 환익 보며) 너무 걱정하지 마. 좌상이 있다면 든든할 거란 얘길 한 것뿐이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구.. 환익: 하오나.. 신: 네 말대로 아직 사신단 일행이 되돌아오기엔 시간이 충분해. 아직 출발한 지 나흘밖에 안 됐잖아. 정말로 좌상이 필요하다 생각되면 내가 날아가서 데리고 올 수도 있어. 그러니 이건 좀 생각해 보자~ 환익: .. 신: (화제 돌리며) 희빈의 시신은 어떻게 했어? 환익: 관원들이 수습해 갔습니다. 허나, 거의 건진 게 없다더군요. 신: ??? 환익: 유골마저도 완전히 불에 타 버렸다고 합니다. 신: ………………………….한 줌도 남지 않고 가 버렸다..? 환익: 유골함을.. 가져오라 할까요? 신: (환익 보는) 환익: (신 보는) 신: (생각 많아진 얼굴로 불 탄 집을 바라보는) #2. 금산 일대 결국, 가마에서 내려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 해도, 산은 산이었다. 평지를 걸어도 힘든 여정인데, 산에서 가마를 지라는 건 가마꾼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현은 금산 초입에서 그리 들어오지 않은 지점에서 가마를 멈추게 하고 내려 버렸다. 많은 이들이 말렸지만, 걷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말로 설득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현이 가마에서 내린다는 건, 사신단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가마에서 내린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우현이 걷는 마당에, 그보다 더 낮은 벼슬아치들이 가마를 타고 이동할 순 없었다. 그래서.. 모두다 가마에서 내렸다. 이런 길이 익숙하지 않은 문관들의 원성이 울려 퍼졌지만, 앞장 서서 걷는 우현을 보며 다들 속으로 원성을 삼켜야 했다. 모두 힘들다곤 했지만, 확실히 가마를 타고 이동할 때보다 속도는 빨랐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호흡만 잘 조절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을 듯했다. 특히 종혁의 지휘로 이동이 잘 조율되어 그럭저럭 행차가 이어지고 있었다. 종혁: (우현에게 다가오며 말에서 내린다. 그리고 부하에게 말을 인계하고 우현에게 다가선다.) 우현: (걸으면서 종혁을 바라본다.) 종혁: (우현과 보조를 맞춰 걸으며) 힘들지 않으십니까? 우현: 이 마당에 힘들다 하면 어찌 되겠는가? 다들 입이 댓발은 튀어 나왔을 텐데.. (절레절레 고개 흔들며) 솔직히 뒤돌아보기가 겁난다네.. 종혁: (피식 웃는다.) 우현: (후~ 후~ 숨을 고르며) 그래,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종혁: (우현 보는) 우현: 왜 그렇게 보는 겐가? 종혁: 제가 생각하는 걸 다 알아맞히시는 것 같아서요.. 우현: (픽)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라네.. 체력이 떨어지는 대신에, 지혜는 녹슬지 않으니 공평하지 않은가? 종혁: (못 당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현: 그래, 무슨 일인가? 종혁: 아무래도 잠시 멈췄다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현: (멈칫.. 종혁 보는.. 경로를 변경한 것도 모자라, 다시 또 쉬어 가자고? 왜?) 종혁: (우현의 질문을 알아차렸다.) 금산을 넘어 해동시로 가는 사람이 많지 않나 봅니다. 우현: ??? 무슨 소린가? 종혁: 산길은 사람들이 오가며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닦인 길이 눈에 띄질 않습니다. 우현: 그래서? 종혁: 며칠 전에 큰 비가 온 데다 원래 길이 닦이지 않은 상황이라, 전부 움직이기보단 정찰을 해서 길을 확보하는 게 우선일 듯 싶습니다. 우현: 산세가 험하지 않은데, 어찌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건지 이상하군. 산 아래 사람들은 다리까지 갔다가 이동하는 것보다 더 편할 수도 있을 텐데.. 종혁: 제 불찰입니다. 인근 주민을 길잡이로 앞세웠어야 했는데.. 지형이 험하지 않다는 점에 안심해서 쉬이 산을 넘을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우현: 그건 자네 책임이 아니지.. 그걸로 책망하진 말게나. 종혁: 송구합니다. 우현: (고개 흔들며 다른 말 한다.) 그럼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 알려 주게나. 종혁: 조금 더 가면 제법 너른 평지가 있습니다. 그곳에 일단 정차했다가, 길을 찾는 대로 이동하겠습니다. 우현: 서두를 것 없네. 제일 좋은 길을 찾는 게 우선이니, 조급해 하지 말라고 이르게나. 종혁: 예.. (대답하고 행차의 선두로 달려간다.) 우현: (달려가는 종혁의 뒷모습을 보다가, 주변을 휘둘러 본다.) 지형이 험한 건 아니지만,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드는 산이었다. 평탄하게 걷고 있긴 하나, 산을 오른다기보단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은 평화롭고 평범해 보였지만, 순간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가.. 쫓아오는 것 같았다. 어딘가로.. 인도되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과 경로 이탈이 맘에 걸리긴 했으나, 이런 일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사신단 행차는 워낙 먼 길을 이동하는 거라, 셀 수도 없이 많은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돌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원래 일정에 미련을 갖기보단, 차선책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다른 건 뒤돌아보면 안 되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왈가왈부 하며 따지는 건 무의미했다. 그래서 우현은 돌발 상황을 타계할 생각만 했지, 우려와 걱정은 안 하는 편이었다. 헌데.. 오늘은 기분이 이상했다. 설명할 순 없었지만, 뭔가.. 거슬렸다. 정확하게 무엇이 거슬리는지 집어 낼 수가 없어서 잠자코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 스물스물 커지고 있는 불안이 그를 두렵게 했다. 우현: (머리를 흔들며 잡념을 떨쳐내려 한다.) 마지막 일이라 예민해진 걸 거야.. 그래.. 그런 걸 거야.. 그것뿐이야.. #3. 대비전
따뜻한 차와 달콤한 다과가 소담하게 놓여 있는 다과상을 가운데 두고, 상석에 대비가, 그녀의 맞은편으로 신과 채경이 사이좋게 앉아 있다. 요즘 분위기가 흉흉하다고는 하나, 두 사람을 나란히 앉혀 놓고 바라보는 대비의 심정은 뿌듯하기만 하다. 이제 홀로 앉은 손주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말썽쟁이가 될 줄 알았는데 듬직한 손주 며느리가 되어 준 채경이, 고맙고 예쁘고.. 그래서 가슴은 따뜻하고 꽉 채워진 기분이다. 안 먹어도 배 부르다는 옛말이 요즘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두 사람을 닮은 어여쁜 증손주를 보는 것..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바람은 굴뚝 같았다. 잘난 손주와 어여쁜 손주 며느리를 닮은 아이라면 얼마나 고울지.. 상상만으로도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그래서 또 웃음을 흘리고 만다. 대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그래.. 이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신: (대비 보는) 대비: 할미에게 할 얘기가 있다구요? 신: (채경 보는) 채경: (입안에 있던 찻물을 꿀꺽 삼키고는) 제가 먼저 말씀 드렸어요.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다고.. 신: (두 사람보다 반 시진 정도 늦게 합류한 터라,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몰랐다. 그래서 할마마마가 먼저 애기를 꺼내 주셔서 살짝 당황했다. 어떤 순간에 얘기를 꺼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산하던 자신의 노력이 쓸데 없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씁쓸하다. 어떻게 얘기해야 될지 생각하느라, 대화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얘기할 걸.. 하고 후회도 된다.) 대비: 우리 두 사람에게 할 얘기입니까? 아님.. 나한테 할 얘기가 있는 겁니까? 신: (할마마마를 먼저 봤다가, 채경을 본다.) 대비, 채경: (궁금한 눈으로 신을 바라본다.) 신: 하.. 대비, 채경: (신이 이야기 대신 한숨을 뱉어내자 고개를 갸웃한다.) 신: (시선을 똑바로 들 수가 없었다. 왠지.. 그랬다.) 채경: (신이 망설이는 것 같아 정말로 의아하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리 우물쭈물 하시는지 모르겠다. 평소답지 않게 적극적이지 않은 신이.. 걱정스럽다. 어젯밤도 평소답지 않으셔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아침에 괜찮아지신 것 같아 안심하고 잊어 버렸다. 그런데.. 다시 또 평소답지 않게 행동하는 걸 보게 되자, 걱정이 다시 커졌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폐하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건 당연하니 힘들어 하시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래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셨는데.. 급격히 무너지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 그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더 미안하다. 이럴 때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힘이 되어 드려야 할지.. 누군가 방법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신: 요즘.. 채경: (급격히 고개 들어 신 보는.. 말문을 튼 신이 어떤 얘길 꺼낼지 두근거리며 보는..) 대비: (담담하게 신을 바라본다. 살아온 연륜이라는 걸 무시할 순 없는지, 망설이는 손주를 그저 담담히 마주 보아 준다.) 신: 궐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알고 계실 거예요. (우선은 할마마마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비, 채경: .. 신: 얼마 전 중전의 친정에 갔다가 저희를 암살하려는 무리가 있었던 것처럼, 도성 분위기도 흉흉하긴 마찬가지구요.. 대비, 채경: .. 신: 추계 사냥 때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사건도.. 모두 동일한 자들의 소행으로 보이구요.. 대비: ……………………………..그 자들이 누군지 윤곽이 잡힌 겁니까? 채경: !! (정말.. 윤곽이 잡힌 건가? 그래서 그걸 알려 주시려고 보자고 한 건가? 기대하게 되는) 신: (살짝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오. 결정적인 단서들을 몇 개 잡긴 했으나, 아직 뚜렷한 윤곽이 드러난 상태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들을 잡을 덫도 놓았고, 손에 들어온 단서와 빌미들로 뒤도 쫓고 있으니 조만간 결론이 날 것 같아요. 대비: 허면.. 저희에게 하실 말씀은 무엇입니까? 신: (할마마마 보는) 대비, 채경: (신 보는) 신: ……………………………………..희빈이 죽었습니다. 대비, 채경: !!!!!!!!!!!!!!!!!!!!!!!!!!!! 대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얘기에 깜짝 놀란다. 연륜과 상관 없이, 너무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진심으로 놀라 버린다.) 채경: (희빈이라면.. 그.. 희빈..? 간택령 때 몹쓸 짓을 하고 쫓겨났다는 그 희빈…..을 말하는 건가? 그런데 죽었다고? 유배되어 있다 들었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신: ……………………………….어제 저녁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대비: 살해?!!!!!!!! (자결이 아니고 살해..?!!!!!! 난 또 상심해서 자결한 줄 알았더니.. 어찌 이런 일이..!!!) 채경: !!!!!!!!!!!! (입을 틀어 막는다. 비명이 새어 나오려는 걸 막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대체 누가, 왜, 왕명에 의해 벌 받고 있는 사람을 죽인 거지? 유배된 상태면, 아무도 건드려선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찌.. 어찌 이런 일이..!!!!!!!) 신: (너무 놀란 두 사람을 보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을 줘야겠다 생각한다. 그래서 말문을 닫는다.) 대비: (눈동자가 빠르게 왔다 갔다 한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지나가서 머리는 복잡해지고, 심장은 마구 뛰어 호흡이 거칠어진다.) 채경: (침을 꿀꺽 삼킨다. 놀란 가슴이 쉬이 진정되질 않았다. 어쩌다가 무고한 죽음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정체는 모르겠으나, 그 자들이 벌이는 짓에 화가 난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그들의 잔인함에 분노가 인다. 그 업보를 어떻게 갚으려고.. 그 무거운 죄값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런 일을 벌이는지.. 신이 있다면, 그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했다. 반드시..! 그래야 공평하다. 그래야 정의다. 이런 짓이 용납되는 세상이어선 안 된다.) ‘혹시..?!! 폐하가 어제 그리 힘들어 하신 게.. 이 일 때문이었던 건가..?’ (뒤늦은 깨달음에 신을 새삼스럽게 바라본다. 걱정은 말할 수 없이 커졌다.) 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기분은 어떤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다.) 채경: (드러내지 않는 신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가 마음이 아프다. 어젯밤 무너진 모습이.. 평소와 달랐던 그 모습이.. 신의 진심이었던 거다. 내 앞에서밖에 이러지 못한다는 말씀은.. 진심이었던 거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 생각하기 전에, 신의 마음이라도 제대로 헤아려 주는 아내가 되어야겠다 반성하게 된다.) 대비: ………………………………어찌.. 죽었습니까? 신, 채경: (대비 보는) 대비: (어느새 표정은 수습이 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희빈..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한다. 희빈을 이름에 담는 것만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그녀의 죄와 상관없이 이런 마지막은.. 맘에 들지 않았다. 이건.. 아닌데.. 정말 아닌데..) 신: (할마마마의 끝맺지 못한 말이 뭔지 알 것 같아) 잠자고 있는 상태에서 방화가 일어났습니다. 대비, 채경: (신 보는) 신: 깨끗하게 불 탄 자리에, 희빈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나왔습니다. 대비, 채경: (숨 삼키는) 신: 오늘 오후, 현장에 다녀왔는데.. 정말 완벽하게 소실된 상태였습니다. 대비, 채경: !!! (눈 커지는.. 신이 직접 현장에 다녀오다니.. 심경이 복잡해진다. 그 참혹한 현장을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아프다.) 신: 공격 수법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대비, 채경: .. 신: 저를 도발하려는 의도를 숨기려 하지도 않구요.. 대비, 채경: .. 신: 만약 내 심기를 건드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마음이 불편하거든요. 대비, 채경: (표정 언짢아지는) 신: 하지만 한편으론 제 짐을 덜어 준 것이기도 해요. 대비, 채경: ??? 신: 어차피 내 손으로 거뒀어야 할 목숨을 그들이 대신 거둬가 줬으니까요. 채경: (침 삼키는) 대비: (심란한) 신: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하게 남아 있던 짐을 없애 준 건 괜찮긴 한데.. 내 의지랑 상관 없이 진행됐다는 게 맘에 안 들어요. 난 그런 일엔 익숙하질 않으니까요. 대비: 어찌 하실 생각입니까? 신: (대비 보는) 대비: …………………………..희빈의 유골은.. 어디 있습니까? 신: (그런 말씀이신가? 희빈의 장례를.. 어찌 하겠냐는 물음이신가?) 대비: 지은 죄는 태산처럼 무거우나..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 신: (대비의 말 막으며) 할마마마가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알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대비: 황상.. 신: 희빈은 죄인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죽긴 했으나, 죄인의 신분으로 죽은 것입니다. 유골이라도 궁으로 데려올 순 없습니다. 그녀는.. 절대 궁으로 들어와선 안 됩니다. 대비: (입술 깨무는) 신: 매정하다 해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희빈에게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처우입니다. 그녀가 저지른 죄는.. 이것으로도 씻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걸.. 잊지 마십시오, 할마마마.. 대비: .. 신: (할 말을 마친 것 같다. 그래서 분위기를 쇄신해 가벼운 어투로) 두 분 다정하게 다과를 나누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채경: 잠깐만요, 폐하.. 신: (일어서려다가 멈칫) 대비: (채경이 왜 신을 잡으려나 싶어 의아한) 채경: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조금 망설이는) 신: ??? 채경: (우물거리면서) 방금 전에.. 희빈이 잠을 자다가 당했다 하셨습니다. 맞습니까? 신: 그런데? 채경: 그게 좀 이상해서요.. 신: 뭐가? 채경: 한밤중도 아니고.. 저녁부터 잠을 잤다는 게 이상해서요.. 불이 붙는 데 얌전히 당한 것도 이상하구.. 신: (눈썹 꿈틀) 채경: 그냥.. 그냥 좀 이상하다구요.. 신: .. 채경: (괜한 말을 꺼낸 것 같아 민망하다. 이렇게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신: ……………………………….잠깐 나 좀 봐. 채경: (신 보는) 신: (대비에게) 할마마마, 중전 좀 데려가겠습니다. 대비: (신 보는) 신: (살짝 미소 지으며 먼저 일어선다. 그리고.. 채경에게 눈짓으로 따라 나오라고 알린다.) 채경: (신을 봤다가 대비를 본다.) 대비: (두 사람이 무슨 얘길 나눌 게 있나 보다 생각한다. 지금은 혼자 있고 싶은 마음에, 두 사람을 일찍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채경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 보라고 한다.) 채경: (대비에게 인사 올리고 신을 따라 나간다.) 대비: (채경까지 방을 나가자) 하~~~~~~~~~~~~ (긴 한숨을 내쉰다.) #4. 향원정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내려앉은 낙엽들이 즐비했다. 걸을 때마다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제법 신선했다. 조용히 앞서 걸으며 침묵하고 있는 신을 따라 걷던 채경은, 낙엽 밟는 재미에 빠져 작은 발을 한 발 한 발 떼며 바닥만 보고 걷느라 신이 멈춰 섰을 때 미처 못 보고 말았다. 채경: (웃으며 바닥 보고 걷다가 머리를 신의 등에 콩 하고 박는다.) !!!!!!! 신: (돌아보는) 채경: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금방 알아채고는 민망하게 신을 올려다본다.) 신: 대체 뭐 한 거야? 채경: (신의 질문에 해 줄 말이 마땅히 없다. 그래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 버린다.) 신: (고개 갸웃하다가 이내 다른 데를 바라본다.) 채경: (신을 흘끔거리다가, 그가 다른 데로 시선이 가 있는 걸 알고 그가 바라보는 곳을 쳐다본다. 그곳은.. 향원정의 정자였다.) ‘그러고 보니 저기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 간택령 때 대비마마께 올릴 음식도 대접하고.. 폐하의 기가 느껴져서 도망치기도 하고.. 그리고.. 흠.. 피바다가 펼쳐지기도 했었지..’ 신: (생각에 잠긴 채경의 팔을 잡는다.) 채경: (신 보는) 신: (채경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안는다. 그리곤 가볍게 날아오른다.) 채경: (갑자기 공중으로 날아오르게 되자, 자기도 모르게 신의 허리를 둘러 꽉 잡는다.) 신, 채경: (향원정 정자에 내려선다.) 신: (채경 내려다보며) 놀랐어? 채경: 조금요.. 신: (살짝 미안한 표정 지으며 채경에게서 물러난다.) 채경: (신 보는) 신: (정자를 둘러보며) 오랜 만이다, 여기.. 채경: 그 일 이후 처음이에요, 저는.. 신: 난 그 놈 잡으러 온 이후로 처음이야. 채경: (신이 말하는 자가, 희연 공주의 사천(私賤)이라는 걸 알아챈다. 처음엔 여자인데 남자의 기가 느껴져서 놀랐고, 독화살이 쏘아진 후엔 희연 공주를 살려내는 의술에 놀랐고, 그 후엔 그 자가 범인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인상을 남긴 자가 아닐 수 없었다.) 신: 그때도 그대가 아니었으면 놈을 잡지 못했을 거야. 채경: (피식) 제가.. 도움이 될 때도 있었네요. 신: (채경 보는) 채경: (신 보는) 신: 그댄.. 늘 도움이 돼. 채경: .. 신: 가끔은.. 너무 남들을 도우려고만 하니까, 날 걱정하게 하는 면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늘 도움이 돼. 채경: 제가 무모하게 덤볐을 때 늘 수습해 주시는 폐하가 계셨어요. 그래서 맘 놓고 앞으로 나설 수 있었던 거예요. 신: (채경 보는) 채경: 이곳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도.. 마음만 앞서서 큰일이 날 뻔했었어요. 그때 만약 폐하께서 진정시켜 주지 않으셨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지 몰라요. 신: 그대가 용기를 내 준 덕분에 음모를 막을 수 있었어. 채경: 결과적으론 그렇죠. 하지만.. 과정상에서 늘 문제를 일으키잖아요. 신: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마찬가지야. 일은 벌려 놓고, 수습은 다른 사람들이 할 때가 많아. (그리고.. 위로는 그대한테서 얻고..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야..) 채경: (피식 웃는다.) 신: 왜 웃어? 채경: 민폐 부부 같아서요.. 신: 뭐?? 채경: ^^ 신: (어이가 없다. 그래서 헛웃음이 나온다.) 채경: (분위기가 좀 부드러워진 것 같자) 헌데.. 저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신: (채경 보는) 채경: 따로 하실 얘기가 있어서 보자고 한 줄 알았는데.. (하며 신의 표정을 살핀다.) 신: (살짝 얼굴 굳어지는.. 대비전에서 채경을 불러낸 이유를 생각하니 살짝 심각해지는) 채경: ??? 신: (머리를 슬쩍 긁는 척하다가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채경: (신 보는) 신: (정자 한가운데로 걸어가며) 여기서.. 양국 공주들과 다과를 했던 거 기억나? 채경: 예..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신: (희연 공주가 앉았던 자리에 서며) 여기 있었던 사람이 누군지도.. 기억나? 채경: 희연 공주…………였어요. 헌데 그건 왜..? 신: ………………………………………..희연 공주가 죽었어. 채경: ??!!!!!!!!!!!!!!! 신: 암살.. 당했어. 채경: (암살..?!!!!! 암살이라구요?!!!) 신: 결국.. 벌을 내리려 했던 두 사람 모두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죽임을 당했어. 채경: (믿기지 않는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어떻게!!) 신: 희연 공주의 죽음으로 해루국은 전쟁을 선포할지도 몰라. 또.. 희빈을 죽인 게 나라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 나가고 있어. 채경: !!!!!!!!!!!! ‘폐하..!!’ 신: 그들이 노리는 게 나와 왕실을 무너뜨리는 거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야. 채경: 그게 어떻게 이해가 되십니까?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자들을 어찌..! 신: (흥분하는 채경과 달리 담담하게) 한 국가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자들이야. 이런 것쯤..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를 수 있어. 아니, 나라도 그렇게 할 거야. 채경: 하오나.. 신: 내가 걱정인 건 그들이 지금까지 벌린 일들이 아니야. 그들의 손길이 궁으로 뻗쳐 들어오기 전에 막을 수 있느냐야.. 채경: (신 보는) 신: 아직까진 화나는 정도에서 그쳤어. 그래, 아직까진 그래.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한텐 미안하지만.. 아직 내 마음은 그 정도야. 나에 대한 무수한 오해와 악담들.. 유언비어들도 그냥 넘어갈 수 있어. 채경: .. 신: 하지만 이 궁이.. 그대와 할마마마가 해를 입는다면 얘긴 달라져. 채경: (신 보는) 신: (아래 연못을 바라보며) 해루국과의 전쟁.. 별로 두렵지 않아. 걱정되지도 않고.. 운우국이 겁낼 상대가 아니야, 해루국은.. 완전히 박살내는 거 어려울 것도 없어. 희연 공주에게 장담했듯.. 해루국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게 초토화 시킬 수도 있어. 채경: ‘헌데.. 왜 그리 심난한 표정이십니까?’ 신: 평소 같으면 해루국으로 날아가 전쟁을 치르는 거.. 아무렇지 않았을 거야. 헌데.. 채경: ‘헌데.. 무엇이 걱정이십니까? 무엇이 폐하를 그리 힘들게 하고 있습니까?” 신: 지금은.. 평소랑 달라. 궁을 비우고.. 도성을 비우고.. 해루국으로 가는 게 맘에 걸려. 그대와 할마마마만 남겨 두고 가는 게 내키지가 않아. (좌상이 궁에 있는 것도 아니고..) 채경: ‘아..’ 신: (채경 보는) 채경: (불안불안한 눈으로 신을 마주 보는) 신: 그래서 말인데.. 그대한테 부탁이 있어. 채경: 무슨..? 신: 할마마마를 돌봐 줘. 채경: ??? 신: 좀 전처럼 희빈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희연 공주의 죽음이라든가.. 할마마마 심기를 건드릴 만한 말을 삼가 해 줘. 채경: ??? 신: 희빈이 초저녁에 난 불에 얌전히 당했다는 말.. 그거 듣는 순간 느낌이 이상했어. 어쩌면.. 희빈이 그들의 음모에 가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거든. 채경: !!! 신: 할마마마 앞에서 그런 얘긴 삼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채경: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예.. 신: (천천히 손을 뻗어 채경의 뺨을 어루만진다.) 채경: (신 보는) 신: 혼례 올리자마자 맘 고생만 시킨다.. 채경: 아니에요.. 신: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안 울게 해 주고 싶었는데.. 채경: 폐하.. (저 괜찮아요. 정말로 괜찮아요.) 신: 괜찮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게 만들었어. 채경: ‘폐하..’ 신: (두 손으로 채경의 뺨을 감싼다. 그리고 채경의 얼굴을 훑어 본다.) 채경: (신의 눈을 바라본다.) 신: (고개를 숙여 채경의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춘다.) ‘이 고운 이마에 주름 안 지게 하고 싶었는데..’ 채경: (스르륵 눈을 감는다.) 신: (입술을 내려 채경의 감은 눈에 입을 맞춘다.) ‘이 눈에서 눈물 흘리지 않게 해 주고 싶었는데..’ 채경: (치마를 움켜 잡는다.) 신: (채경의 오똑한 콧날을 훑어 입술까지 내려간다.) 채경: (신의 입술이 닿자, 숨을 삼키게 된다.) 신: (일단 살짝 입을 맞춘다.) ‘이 입술 사이로 한숨 나오지 않게.. 미소만 지을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채경: (팔을 둘러 신의 목을 감싸 안는다.) 신: (채경의 입술을 벌려 깊은 입맞춤을 시작한다.)
서서히 지는 해를 배경으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향원정에서, 하나가 된 두 사람의 긴 그림자가 오래도록 떨어질 줄 모른다. 그림자가 어둠에 묻혀 사라질 때까지..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말보다 더 깊은 위로를 서로에게 전하며, 신과 채경은 서로를 의지한다. 세상 여느 부부들처럼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 주는 침묵의 약속을 나눈다. 세상 누구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남편을 위해 성심을 다해 위로를 전하는 아내와, 세상 누구보다 많은 식솔을 거느린 아내를 위해 힘을 보태 주고자 하는 남편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떨어질 줄 모르는 긴 그림자 속에 녹아 든다. 절절하고.. 깊은 바램과 함께.. #5. 혜민사 어둠은 언제나 산 아래보다 산 위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늘도 깊은 산에 자리 잡은 혜민사에는 어둠이 일찍 내려앉았다. 곳곳에 밝혀진 횃불만이 어두운 절에 빛을 비춰 주고 있었다. 운우국에서 제일 큰 사찰이자, 왕실의 비호를 받는 건 물론이거니와, 주지 스님인 회정 대사의 높은 명성 덕분에 혜민사는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요즘처럼 민심이 흉흉한 때에는 더더욱 치성을 드리러 오는 이들이 많았다. 신분도 계급도 모두 다른 이들이 이곳에서는 같은 마음으로 정성을 드렸다. 이런 모습이 회정은 좋았다. 세상에서야 양반과 상놈이 구분된다지만, 여긴 아니었다. 부처님 앞에서는 누구나 불쌍한 중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회정: (합장하며 인사를 한다. 어딜 가든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신도들 때문에 한시도 자유로운 시간이 없었다.) 사람들: (회정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올리며 지나간다.) 회정: (이제 하루의 일과를 마쳐 가는구나.. 싶은 마음으로 절터를 둘러본다.) 너른 절 마당에는 여기저기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고, 더 늦기 전에 산을 내려 가고자 절을 떠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곳곳에서 빗질을 하고, 합장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스님들도 보였다. 다른 날과 별다를 것 없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스님..” 회정: (돌아보는.. 그리고 누군지 알아보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합장 하는..) 대사를 부른 여인과 회정 대사가 합장을 올린 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할 때.. 갑자기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온 밝고 뜨거운 무언가로 인해 두 사람의 시선이 움직였다. 서로를 바라보던 시선이, 그것에게로 옮겨가는 것도 잠시, 두 사람의 눈은 커다래졌다. “불이야~!!!” 불화살의 존재를 알아챈 두 사람에게,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 건 일각도 지나지 않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6. 교태전 채경: 입에 맞으세요? 신: 응.. 채경: 소주방 나인들이 저더러 소주방에 눌러앉으래요. 신: 뭐?? 채경: (킥킥대며) 요리에 소질이 다분하다면서 자꾸 꼬여내네요. 신: 하.. (어이 없어서 헛웃음만 짓는다. 하지만 뭐.. 지금까지 채경이 차려 준 수랏상은 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저녁 수라를 계속 미루다가 갑자기 들이닥쳐서는 맛있는 것 좀 먹게 해 달라는 말에, 부랴부랴 한상 차려서 내온 채경이었다.) 부엌데기 만들려고 데려 온 거 아냐. 그러니까 소주방 애들이 아무리 입에 발린 얘기 해도 넘어가지 마. 채경: 네. ^^ 신: (수저 놓고 물잔을 집어 든다.) 채경: (다 드신 건가..? 신 보는) 신: (물잔을 집어 들었는데, 잔이 비어 있다. 그래서 두리번거리는데..) 채경: (물병을 들어 내민다.) 신: (피식 웃으며 잔을 내민다.) 채경: (물을 따라 준다.) 다 드신 거예요? 신: 응.. 채경: 더 드시지.. 신: 배 불러. 많이 먹었어. 채경: 음식 남기는 건 죄예요~ 차라리 내가 먹을까..? (하며 상을 훑어 본다.) 신: 저녁 먹었다며.. 채경: 폐하 드시는 거 보니까 또 먹고 싶어서요.. 원래 야식이 더 맛있거든요~ 신: (픽 웃으며 물을 마신다.) 채경: (씨익 웃으며 수저를 들고 전 하나를 집어 드는데..) 갑자기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폐하! 호위대장 오셨습니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신: (여긴 무슨 일이지? 하며 고개 갸웃하다가 이내) 들라 하라.. 환익: (문이 열리자 마자 안으로 뛰어들다시피 해서 들어선다.) 신, 채경: (환익 보는) 신: 무슨 일이야? 환익: 급하게 보고 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신: 뭔데? 환익: 혜민사에.. 큰 불이 났습니다. 신: 뭐?? 채경: !!!!!!!! 환익: 약 한 시진 전에 불화살이 혜민사를 향해 쏘아졌다 합니다. 지금은 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보고가.. 신: 하.. 완전 방화에 재미 들렸군.. (하다 하다 안되니까 이젠 혜민사까지..) 채경: (들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린다.) 신, 환익: (채경 보는) 채경: (완전히 굳어 버린 얼굴에는 핏기마저 싹 가셨다.) 신: (혹시.. 6년 전 악몽이 떠오른 건 아닌가 해서 걱정된다. 그러고 보니 왜 하필 혜민사인지.. 아니, 혜민사라면 괜찮은 공격 지점이었다. 하.. 그놈들 머리가 좋다고 해야 하나?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공격 선택이었다.) 채경: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얼굴로 신을 바라본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눈치다.) 신: (환익에게) 중전이 많이 놀란 모양이니까 넌 일단 나가 있어. 환익: 예.. (말하고 물러나려 하는데..) 채경: 어머니가 계세요.. 신, 환익: (채경 보는) ??? 채경: (울먹이는 목소리로) 어머니가.. 혜민사에 계세요.. 신, 환익: !!!!! 환익: 부부인이 어찌 혜민사에 계십니까? 채경: 아버지 행차 가신 게 걱정되셔서 치성 드린다고.. (말을 잇지 못한다.) 환익: (신 본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눈빛이다.) 신: (벌떡 일어난다.) 채경: (신 올려다보는) 신: 아직 불을 진압하고 있는 거지? 환익: 예.. 하지만 산이고, 비 내린 지도 오래 돼서 물이 부족하다 들었습니다. 신: (고개 끄덕이며) 알았어. 알았어.. 채경: 폐하.. 신: 걱정하지 마. 내가 갔다 올게. 채경: 그럼 저도.. (하며 일어서려 한다.) 신: 아니! 그댄 여기 있어. 채경: 폐하!! 신: 그대까지 가면 신경이 분산될 거야. 내가 방화를 진압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그댄 여기 있어. 불도 끄고 부부인이 무사한지도 알아볼 테니 걱정 마. 채경: (신의 말이 맞지만, 안 내킨다.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는 거 맘이 불편할 것 같다.) 신: (환익에게) 혜민사와 가까운 관아에서 관원들 동원해 혜민사로 와. 먼저 가 있을게. 환익: 폐하! 혼자 움직이시는 건.. 신: 그림자 애들 데리고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채경 보며) 여기서 기다려! 채경: (신 보는) 신: 대답해.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채경: …………………………….예.. 신: (완전히 안심되진 않지만, 채경에게서 대답을 들은 것에 만족한다. 그래서 고개 끄덕이고는 금세 사라진다.) 채경: (사라진 신을 보고는 어깨를 늘어뜨린다.) 환익: (채경을 위로해 주고 싶으나 시간이 없어서) 그럼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채경: .. 환익: (멍한 채경을 한번 바라보다가 인사 올리고 물러난다.) 채경: (환익까지 사라지고 혼자가 되자) 하~~~~~~~ (한숨이 깊게 흘러 나온다.)
어머니.. 무사하셔야 돼요.. 제발.. 제발..!!!!!!!!! #7. 금산 우현: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이.. 매섭기 짝이 없다.) 평소에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우현의 매서운 눈길이 향하고 있는 곳은.. 무수한 횃불들 사이로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검은 그림자의 남자였다. 이 황당한 사건의 주모자이자, 최근 폐하를 괴롭히고 있는 주인공..이었다. 남자: (우현을 앞에 두고 세 발자국 앞에 선다.) 우현: (남자의 얼굴을 보고 눈이 커지는) 남자: ……………………………좌상을 이렇게 가까이서 뵙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우현: (비아냥거리는 남자의 말투에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남자: (주변 휘둘러 보며) 살아남은 이가 얼마 안 되는군요. 사신단 규모가 팍 줄었는데요? 우현: (행차 중 기습 공격으로 인해 화살에 맞고, 칼에 당한 사신단원의 죽음이, 저런 말로 매도된다는 게 맘에 안 든다.) 남자: (우현 보는) 우현: (남자 보는) 남자: …………………………….이런 시국에.. 당신을 궁 밖으로 내보낸 건 명백한 실수였습니다. 우현: .. 남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 못한 것 또한 실수구요.. 우현: ……………………………..날 너무 과대평가한 건 당신 실수인 것 같은데..? 남자: (비죽 웃으며) 아니~! 여기 있는 인간들은 모두 죽어도 상관 없어. 우현: (남자 보는) 남자: 우현: (남자의 웃는 얼굴에 주먹을 쥔다. 아무래도.. 자신이 폐하의 발목을 잡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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